아르카디아
로런 그로프 지음, 박찬원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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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떠나고 나면, 혹은 어딘가를 떠나온 뒤에, 그것은 더이상 현실이 아님을, 그리고 내 안에 이야기로 남을 것임을 안다. 그리고 어떤 기억은 이야기로 남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이야기라는 것은 결국 어딘가를 떠나와야 쓰여지는 것인지. 그곳에 머물러서는 좋은 이야기를 쓸 수 없는 것인지. 아마도 좋은 이야기란, 그 때와 지금 사이의 간극이다.

소설 <아르카디아>는 1970년대 이상주의자 공동체에서 태어난 주인공 비트의 삶을 그린다. 주인공 비트가 어디로 향하는지, 어디로부터 떠나왔는지를 되내이다보면 밀려오는 먹먹한 감동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가 어디로 돌아왔는지를. 잠시 머무르는 곳에 삶이 있다는 것, 어딘가로 내딛는 순간에 이야기가 있다는 것. 그리고 아마도 창작이란, 떠나온 곳을 향해 다시 돌아오는 것이다.

사람들이 순진하다고 비웃을 이상 공동체를 그리지만, 그 모든 순간에는 행복한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의 마음이 있다는 것을 이 소설은 잊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어떤 사상이나 이상향에 대한 이야기 보다도, 그 이야기를 하고 듣는 사람들이다.

머무르지도, 떠나지도 못하는 어쩔 줄 모르는 마음으로 살아왔다. 책 한 권이 그 해답을 내려줄 리는 만무하겠지만, 내가 떠나온 것을 돌아볼 고요한 밤들과, 내게도 돌아올 곳이 있다는 위안에 감사하며 글을 끄적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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