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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식의 종말
제러미 리프킨 지음, 신현승 옮김 / 시공사 / 2026년 6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풍요를 상징했던 숭배의 대상에서, 차가운 공장의 진공포장육으로 전락하기까지...
[육식의 종말]이라는 제목을 보고 정말 단순하게 동물의 생태계를 보존하자는 이야기인 줄 알았다.
책을 읽을수록 육식은 고기를 먹는 행위 자체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육식이라는 단어를 통해 현대 사회의 소비문화와 자연, 생명을 바라보는 인간의 사고방식을 보여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인류의 역사는 음식 역사와의 관계 속에서만 명료해질 수 있다. p323
음식은 단순히 생존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인간의 역사와 문화, 사회를 이해하는 하나의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직 인간만이 고기를 요리함으로써 문명과 자연세계 사이에 근본적인 경계선을 긋는다. p326
정말 요리를 하는 것은 인간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음식을 통해 문명을 만들었지만, 그와 동시에 자연과 거리를 두게 된 것은 아닐까. 먹는 행위는 결국 인간이 자연을 바라보고 대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뒤로 갈수록 사람과 음식의 원래 모습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산업화된 세계의 아이들은 일주일에 세 차례 이상 고기를 먹으면서도 자신이 섭취하는 동물과 거의 관계가 없거나 그 동물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p376
고기 역시 하나의 상품처럼 소비되고 있다는 의미가 아닐까.
햄버거는 현대적 육류의 마지막 해체를 보여준다. p378
원래의 모습을 잃고 하나의 제품으로 소비되는 음식들을 떠올리게 했고, 문명은 인간의 본능을 없앤 것이 아니라, 그것을 보이지 않게 만드는 방향으로 발전한 것은 아닐까.
왜냐하면 책에는 이런 내용도 나오기 때문이다.
고기를 먹지 못하는 것을 여성에 대한 폭력의 구실로 삼는다.' 그들은 고기를 먹지 못하는 것을 자신의 남성다움에 대한 부정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배우자에 대한 구타도 서슴지 않는다. ... '샌드위치에 고기를 넣는 대신 치즈를 넣었다는 사소한 일 때문에 남편은 벌컥 화를 내곤했어요. p336
인간의 본능은 그대로 남아 있지만, 그것을 보이지 않게 하는 방향으로 사회가 발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여전히 자연을 이용하고 생명을 소비하지만, 그 과정은 점점 눈에 띄지 않게 감춰지고, 그것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처럼 보였다.
물론 문화가 다르기에 식문화도 다르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래도 쉽게 동의하고 싶지 않았던 문장!!
돼지고기는 새로운 야외 바비큐용으로 적합하지 않았다. p383
책을 읽으며 서양의 식문화와 시대적 배경을 찾아보면 머리로는 이해가 된다.
하지만 돼지고기 삼겹살, 목살, 돼지갈비를 사랑하는 나에게는 가슴으로 이해하기 어려웠다.
돼지고기야말로 진정한 바비큐용 고기가 아닌가!
이런 작은 부분에서도 지역과 문화에 따라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인간의 남성다움과 여성다움에 대한 고대의 상징이었던 황소와 암소는 생명력을 박탈당한 채 신성함을 잃어버리고 생산을 위한 기계로 전락했다. p394
앞에서 읽었던 내용들과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생명은 존중의 대상이 아니라 소비와 생산성을 위한 대상으로 변해 가고 있는 현대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는 문장처럼 느껴졌다.
육식은 단순히 고기를 먹는 행위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육식은 현대 사회의 소비문화와 생산, 그리고 자연과 생명을 바라보는 인간의 사고방식을 상징하는 하나의 단어로 다가온다.
자연과 생명을 존중하며 공존하던 삶에서 점점 편리함과 효율성을 우선하게 된 인간의 모습.
그리고 생명보다 소비를 앞세우는 현대 사회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작가는 마지막에 이렇게 말한다.
육식 문화를 초월하는 것은 우리 자신을 원상태로 돌리고 온전하게 만들고자 하는 징표이자 혁명적인 행동이다. p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