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으로의 긴 여로 열린책들 세계문학 111
유진 오닐 지음, 강유나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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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세계에서 생계형 범죄로 잡혔다는 기사, 일가족이 집단으로 자살을 하는 등의 안타까운 가족들의 소식들이 들려온다. 그러한 소식이 담긴 기사의 댓글과 반응들을 바라보면, 동정하는 이들도 있고, 가족구성원으로서 가정을 부양해야한다는 책임과 그에 따른 의무를 다하지 않는다는 비판여론도 존재한다.

하지만 그들이 왜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사연은 그들밖에 모른다. 냉정하게 바라보면 그들이 한심하게 보일 수도 있다. 내가 그 사람이 되어보지 않는 한, 가족구성원으로서 얼마나 힘들었고, 이 책임에 대해서 회피하고 싶은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이 작품의 가족들을 냉정하게 따지고 보면, 비난을 받아야할 가족일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살펴보면, 참 가슴이 아프다. 어머니인 메리도 마약중독자가 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어려운 형편에 직접적으로 병을 치료하기보다는 모르핀을 투여한 것이 화근이 되어서 마약에 취하게 된다. 어려서 병에 걸려 죽은 아이에 대한 죄책감과 아들 에드먼드가 폐결핵에 걸려서 시한부인생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마약투여 없이는 제정신으로 살아갈 수 없는 상태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런 메리의 모습에 아버지인 제임스는 항상 죄책감을 가지고 살아왔다. 자신의 무능력함을 인정하고 싶지 않고, 항상 과거의 영광에 취해서 살고 있다. 그래서 항상 술에 취해서 산다. 아버지의 모습과 어머니의 마약투여 모습을 본 장남인 제임스 타이런 2세는 알콜중독자 및 패륜아가 된다. 안타깝게도 폐결핵에 걸려 시한부인생을 살아가는 에드먼드는 정말 손쓸 도리가 없다. 가족들을 위해서도, 자신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도 참 답이 없는 인생을 살아간다.

이 작품에 대해서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극의 전개를 기대하면 안 된다. 가족이 왜 불행하지에 대해서 서로 탓을 하면서 극이 전개된다. 아버지는 어머니 탓을 하고, 장남은 어머니와 아버지 탓을 하고, 차남은 아픈 자신의 몸을 탓한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다’는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가정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각 구성원들이 맡은 바 책임을 다해야한다. 톱니바퀴 하나가 어긋나면 기계가 고장나듯이, 가정이 한번 불행해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그 불행을 되돌릴 수 없다. 내가 가족의 한구성원으로서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만 거창하게 생각할 것이 아니라, 부모님에게 안부는 잘 전해드리고 있는지, 형제와 친밀하게 지내고 있는지 등 사소한 것들부터 시작해야한다. 가정이 행복해질 수는 없더라도, 불행이 닥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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