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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 DNA에서 양자 컴퓨터까지 미래 정보학의 최전선 ㅣ 카이스트 명강 1
정하웅.김동섭.이해웅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13년 4월
평점 :
알맹이 이야기
과학이나 이공계열 분야의 책을 추천할 땐 항상 스티븐 호킹1), 빌 브라이슨2)이나 브라이언 그린3)의 책을 추천합니다. 주제가 재미있기도 하지만 사실 앞서 이야기한 사람들의 책은 모두 글이 쉽고 재미있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에 꼭 이공계열 지식이 없더라도 상식선에서의 과학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지요.
위의 분들 책을 읽으면서 항상 아쉬웠던 부분은 우리 나라에선 아직 전공 이외에 즐길만한 거리의 과학책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는데 드디어 카이스트에서, 저의 아쉬움을 달래줄 수 있는 책이 나왔습니다.
엘빈 토플러가 '제3 물결'4)을 쓸 때만 해도 정보사회라는 말은 미래학자의 예견일 뿐이었는데, 이젠 정말 정보 사회가 되었음을 피부로 느낍니다. 소형화된 컴퓨터의 보급이 확산되면서 개인이 다룰 수 있는 정보량도 커지고 더 많은 시간을 정보의 생산과 확산에 쏟을 수 있게 되었지요. 그럼에 따라 정보라는 것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정하웅 교수의 '구글 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라는 강의와 김동섭 교수의 '생명의 본질, 나는 정보다', 이해웅 교수의 '퀀텀 시티 속에 정보를 감춰라'로 총 세 강의를 묶은 책으로, 일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했던 강의를 책으로 엮은 게 아니라 출판을 목적으로 일반인의 독서를 대상으로 한 책입니다.
세 교수의 강의는 서로가 매우 다릅니다. 정하웅 교수의 강의는 컴퓨터 네트워크 분야로 사실 가장 보편적인 정의로서의 정보를 다루고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 했듯 점점 정보가 많아지고 소위 빅 데이터라고 부를 만한 정보 덩어리가 생겼는데 이 빅 데이터를 어떻게 다루는 지, 특히 구글은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김동섭 교수의 강의는 생물학 분야로서 , DNA가 담고 있는 것은 결국 유전 정보이며 사람 마다 다른 것은 DNA가 담고 있는 유전 정보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결국 이 유전 정보 역시 정보이기 때문에 분석과 이용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며 현재 생명 공학에서는 얼마나 많이 발전을 해왔는 지를 강의하고 있습니다.
이해웅 교수의 강의는 양자 컴퓨터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강의에서는 정보 자체보다는 정보 전달에 조금 더 비중이 있으며 정보 전달에서 부각되고 있는 양자 정보학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양자컴퓨팅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방법이 큰 주제이기 때문에 다른 과학책에서 주로 설명하는 양자의 개념이나 정하웅 교수가 다루었던 정보 자체에 대한 설명은 빠져 있으며, 정보 전달에 관한 게 큰 주제이기 때문에 아주 쉽고 재미있는 예시로 부터 현재 첨단 정보 전달의 기술까지 매끄럽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정보라는 키워드로 세 교수의 강의를 묶을 수는 있겠지만 그 속에서도 정보라는 단어의 정의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사실 세 강의의 개연성은 많이 모자란 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하웅 교수의 강의를 유익하게 읽었다고 해서 다른 교수의 강의가 유익하게 읽을 수 있는 건 아니며, 김동섭 교수의 강의가 쏙쏙 들어왔다고 해서 다른 교수의 강의가 쉽게 읽을 수 있는 건 아니며, 이해웅 교수의 강의를 재미있게 읽었다고 해서 다른 교수의 강의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건 아닐 것입니다.
그리고 리뷰의 말머리에선 즐길만한 거리의 과학책이라고 이야기를 했지만 쉽지만은 않습니다.
정하웅 교수의 강의에서도 몇몇 부분은 그러하지만 특히 김동섭 교수나 이해웅 교수의 강의는 자신의 전공 분야가 뚜렷하기 때문에 그 쪽에 지식이 부족하다면 쉽게 따라가지는 못할 것입니다.
책 전반에서 교수들께서 일반 독자를 상대로 쉽고 재미있게 쓰려는 노력이 역력히 보이고 있긴 하지만 과학의 발전이 너무 멀리까지 와버려 조금 깊은 쪽을 이해하기 위해선 약간의 공부가 필요하게 되어버린 거겠지요. 그래서 아쉽게도 이 책을 재미있게 혹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독자층은 조금 좁은 것 같지만, 그래도 정보를 다루고 있는 각 분야의 첨단 과학이 어디까지 발전했고 무엇을 다루는 지 궁금하다면 이 책은 정말 즐거운 이정표가 되어줄 것입니다.
껍데기 이야기
중간중간 교수들께서 책 편집자를 칭찬하는 문구가 나옵니다. 교수들께서 지어주신 제목보다 훨씬 매력적인 제목으로 선정해주셨다면서요. 그리고 저 역시 각 챕터의 제목이 꽤 좋은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책 제목은 많이 아쉽네요. 앞서 이야기 했듯이 세 교수의 강의는 유사성이 많이 부족한 편입니다. 때문에 '구글 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라는 정하웅 교수의 강의를 제목으로 쓰기엔 다른 교수들의 강의를 포함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세트5)로서 앞으로도 카이스트 명강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출판이 예정되어 있는 거라면 조금 더 보편적이거나 세트 전반에 걸쳐 함축할 수 있는 제목을 달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게 남습니다.
디자인은 썩 괜찮은 편입니다. 처음에는 '민트색을 이렇게 과감하게 사용하다니'라고 생각했지만 녹색빛 표지와 검은색 글씨가 꽤 어울립니다. 제책도 튼튼하게 잘 되어 있구요.
하지만 조금 깨는 부분이 있어요. 표지 아래 하드커버 표지 디자인은 참 깔끔하고 예쁜데 책 표지에 나 있는 교수 사진이 조금 무서워요. 디자인도, 폰트도 나무랄 곳은 없는데 정작 교수 사진이 너무 무섭게 들어간 건 참 아쉬운 부분이네요.
주렁주렁 굴비
1) 위대한 설계, 스티븐 호킹, 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 지음, 전대호 옮김, 까치글방 출판, 2010
2) 거의 모든 것의 역사, 빌 브라이슨 지음, 이덕환 옮김, 까치글방 출판, 2003
3) 우주의 구조, 브라이언 그린 지음, 박병철 옮김, 승산 출판, 2005
4) 제3물결, 앨빈 토플러 지음, 이규행 옮김, 한국경제신문사 옮김, 1989
5)1.4킬로그램 속의 우주, 김대수, 정재승, 정용 지음, 사이언스북스, 출판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