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인 조르바 열린책들 세계문학 21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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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맹이 이야기|

책을 읽다 보면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가 자꾸 떠오릅니다. 몸이 스트릭랜드를 통해 그린 자유의 모습을 조르바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여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묘사되는 방법도, 그들이 추구하는 자유도 무척이나 다릅니다. 스트릭랜드가 가진 자유의 모습은 고갱이나 고흐 같아요. 원색적이지만 어둡고 조금 일그러져있습니다. 다만 조르바는 샤갈 같아요. 원색적이지만 유머와 재치가 있지요. 자꾸 스트릭랜드와 조르바가 겹쳐 보이는 건 그들이 가진 원색적이라는 이미지, 즉 순수함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유인을 이야기 할 때 스트릭랜드보다는 조르바가 되길 바라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유롭다는 것은 내가 원하는 대로 살아간다는 것인데, 이 말만큼 어려운 것 또한 없습니다. 타인이 만들어주는 자신의 모습 또한 중요한 자신의 모습인지라 내가 바라는 데로만 산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겠지요. 이건, 인류 보편적인 개념인 듯 합니다. 그러니 많은 시간이 지난 고전에서도 지금과 다르지 않은 인간의 모습이 보이듯이 말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조르바와 같이 뚜렷한 자아를 가지고 자유롭게 사는 사람들을 예나 지금이나 부러워하며 동경하는 지도 모릅니다.

타인의 시선은 신경 쓰지 않고 내 뜻하는 데로, 내 원하는 데로 살 수 있을 배짱과 자유를 얻으려면 얼마나 방황하고 표류해야 할지, 책을 읽는 동안 유쾌하고 재미있지만 그 만큼 커다란 벽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껍데기 이야기

처음에는 열린 책들의 양장본에 대해서 아주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높은 가격으로 인해 고전에 대한 진입장벽을 만든다는 의견이었지요. 하지만 꾸준히 좋은 책들을 양장으로 내어주는 모습에 이젠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조르바의 얼굴이 표지에 없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덕분에 조르바라는 사람을 충분히 마음속에서 상상하며 그와 함께 자유를 누릴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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