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벤구르 을유세계문학전집 57
안드레이 플라토노프 지음, 윤영순 옮김 / 을유문화사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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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에서처럼 말하는 걸 보니 노인도 똑똑한 게 틀림없구려."
"내가 똑똑한 건 그 때문이 아니오..."
"그럼 무엇 때문이오? 동지답게 내게 좀 가르쳐 주시오." 코푠킨이 부탁했다.
"부모도 없이, 그리고 다른 사람들 없이 나 스스로 인간이 되었기에 똑똑해진 거요. 얼마나 많은 생명과 재료들을 얻고 또 버렸는지, 당신도 머리로 한번 소리 내서 크게 생각해 보구려."
"아마도 넘쳐났겠군!" 코푠킨도 소리를 내서 생각했다.
야코프 티티치는 처음에는 자신의 숨겨진 부끄러움 때문에 한숨을 쉬었지만, 곧 코푠킨에게 마음을 열었다.
"정말로, 넘쳐났다오. 노년이 되면 누워서 이렇게 생각해 보시오. 내가 죽은 후에도 지구와 사람들은 온전히 남을 것인가? 내가 얼마나 많은 일을 했으며, 얼마나 많은 음식을 먹었고,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어 냈으며, 얼마나 열심히 생각했는지, 흡사 전 세계가 마치 당신 손에서만 흘러간 것 같고, 다른 자들에게는 단지 내가 이미 씹어 버린 것만 남겨진 것 같단 말이지. 하지만 나중에는 다른 사람들도 다 나와 똑같다는 것을 알게 되었소. 다른 사람들도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수고로운 육신을 끌고 다니고, 모두 자기 육체를 견뎌 내야 하는 것이라오." p. 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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