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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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 나이였던 때의 엄마는 오랜 헌집을 부수고 도로개량 사업의 일원으로 집을 짓고 계셨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둘째 딸 아이 정도의 나이였던 나는 옆집에 방 한 칸을 빌려 한 달 동안 살아야 하는 일상이 좋은 집을 지어 아이들 방 한 칸이라도 마련해 주려던 엄마 마음과 달리 불편함을 핑계로 도와 드리기는커녕 학교에서 늦게 오기 일쑤였다. 자연히 공부보다는 친구들과 어우러져 도서관을 핑계 삼아 몰려다닌 기억. 속도 모르고 철도 없던 시절이 지나 지금의 나이가 되면서 딸을 낳고 엄마가 되면서 막연히 엄마라는 단어 속에 인고의 눈물이 내재되었음을 알았다. 엄마는 그렇게, 엄마는 처음부터 엄마였고, 어른이었고, 악착스럽다고(261쪽) 여겼으리라.

나이가 들면서 내 아이가 그 시절의 내가 되면서 엄마노릇하기가 힘들다고 여겨졌다. 어쩌면 그때의 엄마처럼 나도 내 아이들에게 처음부터 엄마였으리라. 자식을 키우다 보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던 말! 자식에게 하는 것의 1/10이라도 하면 효자소리 듣는다는 말의 뜻을 알게 될 즈음 엄마는 그 옛날의 엄마가 아닌, 작고 가녀린 좁은 어깨에 어눌한 말투, 당당함 보다는 서툴고 실수투성이 보잘 것 없는 노인으로 늙어갔다.

하루에도 몇 번씩 아이들과 실랑이 하다보면 전화 한 통 제대로 할 수 없는 일상이 슬며시 누구 탓도 아닌 나의 무신경함이라 여겨지면서 당신의 자식이 또 다른 당신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 속에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실까? 엄마는....바디칸에서 장미 묵주를 들고(279쪽) 성 베드로 성당의 죽은 아들을 품에 안은 성모를 보며 작가는 가늘게 잃어버린 지 9개월 된 엄마를 잊어버린 채 일상적인 삶을 살아온다. 산 사람은 어떻게 든 살아간다지 않았던가. 박 소녀! 이름처럼 여린 엄마는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서울역 지하철에서 잃어버렸다. 적어도 어린 시절 기억대로라면 도저히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잃어버린 엄마를 통해 과거 엄마와의 시간으로 어쩔 수 없는 기억의 편린들은 조금씩 조끔씩 일상의 후회로 치닫는다. 2남 2녀, 먹고 살만큼 성공한 너희는 바쁘다는 핑계로 엄마에게 무감각하다. 결국엔 엄마를 잃어버리고 엄마를 찾아 나선다. 자식의 출세를 위해 무조건적인 희생만이 최고의 엄마 역할인 것으로 알았던 시절의 엄마들의 삶! 엄마라는 시리도록 아름다운 단어 뒤에는 대가가 없는 무조건적인 희생이 아픈 형벌처럼 따라 다닌다. 당신 아들, 딸들이 자신의 손에서 자란 날들을 가만히 쓸쓸히 추억하면서.......

나이가 들수록 엄마라는 자리가 요란하거나 화려할 것 없는 반찬 없는 밥상에 불과하겠지만, 언제 먹어도 물리지 않는 든든한 쌀밥과 뜨거운 된장국 같은 향기가 퍼져있다.

이제 갓 엄마가 된 네가 읽었으면.... 

by- 현솔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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