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0교시
정효찬 지음 / 이다미디어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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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사랑을 할 때 그 대상이 완벽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보석같이 찬란하고 화려하기 때문에 사랑한다면 그 사랑은 얼마가지 않아 시들어 버린다. 화려한 것만을 쫓는 자는 쉽게 파멸된다. 화려함을 유지하고 지속하려면 과장된 행위가 따르고 거짓으로 포장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완전한 사랑은 서로에게 부족한 것을 채워주고 상처가 있을 땐 서로 보듬어 줄 수 있기에 더 아름답다. 이미 완전한 존재 앞에서 우리는 무기력함을 느낄 수 밖에 없다. 거기엔 사랑보다는 경외심만이 따른다. 세상에 완전함이란 없다. 위대한 예술품마저도 결함이 있고, 그 유명세를 치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비용을 감당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러기에 그 예술품의 액면가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자연은 또 어떤가? 자연에서의 생명체는 홀로 살아 남을 수 없다. 서로 상호작용을 하면서 생명을 유지하거나 희생이 되어 자연계는 돌고 돈다.

  쓰다보니 서론부터 너무 거창하고 무게만 있는 글의 나열이다. 사랑, 예술, 자연에 공통점이 있다면 세상을 더 풍요롭고 아름답게 해 준다는 것이다. 우리가 사람을 사랑할 때는 어디까지나 당사자가 느끼는 개인적인 감정이 우선된다. 결코 강요해서 얻을 수 없는, 둘 만의 미묘한 감정이 오고가는 그 순간. 인간의 사랑일 경우, 마음과 육체가 소통이 될 때 우리는 사랑에 빠지게 된다. 사랑은 권위로 강요될 수 없듯이 예술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위대한 예술이라 할지라도 내가 아무것도 느낄 수 없다면 그 예술품은 나에게 있어서 무용지물에 불과하다. 어느 유명한 영화배우가 관객들을 향해 왜 당신은 나를 사랑하지 않냐고 따지고 물을 수는 없지 않는가. 단지 유명하고 완벽하기 때문에 우상시해야한다면 그건 예술이 아니라 과거 정치인들이 오랫동안 정권을 유지하기 위하여 선전하던 프로파간다와 다를 바 없다. 사랑도, 예술도, 자연도, 나와 소통이 되고 느껴지면 그 누가 강요하지 않아도 세상은 환희로 빛난다. 비만 오는 날씨에 비를 낭만적인 감상으로 바라볼 자가 몇이나 될까? 뜨거운 햇빛에 지쳐 한줄기 내리는 비가 고맙고 시원한 것이지, 장마철에 내리는 비는 지겹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도 때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적용이 되듯이 사랑도 예술도 그 시기에 따라 느껴지는 것이 다를 수 밖에 없다.

 

  미술 0교시를 쓴 저자, 정효찬이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난 한번도 만난 적이 없고 알지 못한다. 그런데 글 속에서 그가 글을 썼던 동안 어떤 인물인지 책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그의 생각을 함께 공감하면서 낯선 책 한 권이지만, 따뜻한 한 인간과의 소통을 한 느낌이 들어서 난 그 책이 좋았다. 책을 읽을 때 지식만 전달받는 책이 있는가 반면, 그 책은 저자를 직접 만나서 그만의 언어를 듣는 기분이 들었다. 그 책을 읽고 리뷰를 쓰고나서 난 이제 이 책을 사랑하게 되었다. 책에 대한 리뷰를 쓰고 방해꾼까지 등장해서 내가 책을 사랑하는데 뜨거운 불까지 지펴 주었다. 얼마나 고마운지^^..... 

  비록 표지가 맘에 안들고, 책 제목도 그다지 끌리지 않았지만, 책 속에 담긴 특정 부분 부분이 나의 마음을 사로 잡았고, 그 한 부분은 책의 외형적인 단점까지도 수용할만큼 포용력을 지녔기에 그 누가 뭐라고 해도 난 '미술0교시'라는 책을 사랑한다. 그러니 그런 나에게 질투를 해도 소용이 없다. 사랑에 빠진 사람에겐 주변의 것들은 중요하지 않으며, 꽁깍지가 씌인 눈엔 그 특정 부분만 확대되어 보이기 때문이다. 그 어느 누가 왜곡된 진실을 전달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내 귀에 들릴리 만무하다. 오히려 그 책을 더 사랑하는데 더 도움이 된다. 나는 지금의 이 상태가 만족스러울 뿐이니 더 이상 날 귀찮게 하거나 방해하는 이가 없었으면 한다. 그 누가 뭐라고 해도 이 책은 지금 주부가 된 나에게 가장 성실하고 진솔한 미술책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세상에 잘난 사람이 쓴 훌륭한 미술책은 많아도, 이 책만큼 내 마음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나를 미소짓게 한 책은 없었다. 그렇다고 이 책이 가벼운 것도 아니다. 미술작품에 대한 기본 정보나 내용은 이 전에 내가 학교에서 수업을 받은 것만큼, 때론 허술했던 수업내용보다 더 자세하게 잘 정리되어 있다. 미술 0교시의 리뷰를 쓰면서 내게 미술지식 뿐만 아니라, 사람에 대한 공부도 하게 해 준 책이기에 소중한 책이 되었다. 이 책으로 인해 얽혔던 심리전은 책을 오래도록 기억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내게 사연이 많이 담긴 미술 0교시, 이 책을 서재의 가장 편한 곳에 꽂아 두었다.

 이 책의 안티가 왜 이 책을 그토록 편애하냐고 묻는다면 당신과 같은 안티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해 주고 싶다. 뜨거움이란 반작용에서 나오고, 사랑이라는 것도 상대적이라는 것을 사랑에 빠져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잘 알 것이다.

 



 

옆 동네 오크 파크 도서관에서

매년 가을 북 페어를 할 때 구입한 중고 도서입니다.

그 책들 사이에 <미술 0교시>를 두었습니다.

이번에 책에 관한 짧은 논쟁으로

<미술 0교시>는 두 번을 정독했네요.^^

 

책꽂이의 영문 책들은 다 읽지 않았습니다.

필요할 때 부분만 읽는 참고도서이기에

언제든지 찾아 볼 수 있는 곳에 두었습니다.

 



 
<미술 0교시> 책을 잠시 들여다 볼까요?

 



 

저자 정효찬은 니키 드 생 팔의 작품과

빌렌 도르프의 비너스 상을 비교하여

생명력 넘치는 비너스의 환생으로

글을 써 나갔습니다.

저자는 결혼도 했고, 아이도 있는 남자 대학강사입니다만,

여성을 잘 이해하는 관점으로 정리한 부분이 돋보였습니다.

그래서 호감이 많이 갔죠.

 



 

장총에 빨간 물감을 채워 넣어

슈팅 페인트에 열을 올리던 그녀가

두 번째 남편, 조각가 쟝 팅겔리를 만나

함께 작업하면서 입체 조형으로

작업 성향을 바꾸게 되었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책의 인쇄가 참 돋보였던 미술책이었습니다.

저는 이 페이지에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어요.

브뤼겔의 바벨탑이라는 작품이 실렸는데,

미술 강좌책이라고 보기엔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마치 화가의 비싼 화보집을 보는 듯 했죠.

 



 

이건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작품이지요.

아르놀피니의 결혼의 작품 옆에

화가가 결혼식에 참여한 것을 알려주는

타블로를 크게 확대하여 대비해서 보여주었던 페이지입니다.

 



 

이다미디어는 저작권을 소중하게 여기는 출판사입니다.

책 앞표지에 저작권 관련으로 정보가 상세하게 실려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작권을 운운하신 분은 책을 찬찬히 들여다 보세요.

책은 읽으면서도 배우고,

쓰면서도 공부를 하게 됩니다.

자신과 맞지 않는 책이라고 해서 책을 던져서야 되겠습니까?

책을 사랑한다면 어떤 책이든 소중하게 다루는 마음이 바탕이 되어야겠지요.

 

저는 책 인쇄에 관심이 많은 개인 독자일 뿐,

이 책의 저자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음을 밝힙니다.

 



 (Nana on a dolphin, 1998)

 

책이 아무리 좋아도

너무 깊게 들여다보면 눈 아파요.^^

야외 공원에 설치된 니키 드 생 팔의 작품으로

기분 전환을 해야겠어요.

 

돌고래 위의 나나입니다.

희망의 오렌지 색의 나나가

돌고래에서 균형을 잡고 행운의 멋진 슛을

던지는 모습 참 보기 좋았습니다.

 



 (Pouf serpent jaune, Yellow serpent chair, 1994)

 

니키 드 생 팔이 만든 뱀은

화려하고 알록달록 한 의자로 표현했네요.

뱀 모양을 한 꼬여있는 노란 의자입니다.

살다보면 관계를 흐트리는 자가 나타나기 마련이죠.

그런 사람을 거짓과 허영으로 유혹을 하는 뱀으로

묘사하기도 하죠.

마음이 꼬여 있으면 멀쩡한 사람도 그런 뱀이 될 수도 있고,

마음을 바로 쓰면 선량한 사람으로 변할 수 있는 것이

우리 인간이 아닐까요?

 

여기는 선인장이 많이 있는 실내 사막 식물원입니다.

사막이라 그런지 어린 왕자가 생각납니다.

 

보아 뱀은

코끼리를 삼킨

모자의 형상일 뿐이었죠?

 



 

상심한 듯한 유빈이에게

유혹을 하는 노란 뱀...

 



 

어디선가 사막의 똑똑한 여우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네요.^^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오로지 마음으로 보아야만

잘 보인다는 거야.

 

사진을 정리하다보니

유빈이와 함께

어린 왕자를 읽고 싶은 생각이 드네요.

 



 (Nikigator, 2001)

 

흐린 날에도 다시 찾아갔던 야외 식물원입니다.

처음엔 유빈이가 두려워했던 니키의 악어였죠.

 



 

이젠 니키의 악어와 완전하게 소통을 한 모양입니다.

혼자서 저 큰 악어를 다 차지했어요.

 



 (Guardian lions, 2000)

 

사자가 저렇게 실외 식물원을 떡하니 지키고 있네요.

이것도 사이즈가 무지 컸습니다.

 



 

두 마리의 거대한 사자 수호자입니다.

손으로 만질 수 있고

올라 탈 수 있다는 안내입니다.

오른쪽 사자 다리 위에 올라 탄

유빈이를 보세요.

 



 

니키 드 생팔의 작품과 <미술 0교시> 책으로

블로그에 11월의 가을을 채웠네요.

12월 겨울이 왔습니다.

 

여러분 모두

마음이 따뜻한 겨울 보내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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