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 다듬기
이상교 지음, 밤코 그림 / 문학동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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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서 얼굴만 마주 보고 있어도 그저 좋기만 했던 신혼초, 남편과 함께 거실 바닥에 앉아 신문지를 펼쳐놓고 국물 멸치를 다듬으며 알콩달콩 이야기꽃을 피우던 그 때 그 시절이 생각나는 책!


이 책은 '이상교' 시인의 <멸치 다듬기>라는 시에 '밤코' 작가의 그림이 덧입혀진 재미난 그림책이었다.



대가리 떼고

똥 빼고

대가리 떼고

똥 빼고

ㆍㆍㆍ



"대가리 떼고 똥 빼고"라는 구절의 반복이 주는 리듬감으로 인해 읽으면서 둠칫둠칫 어깨춤이 절로 났다.



대가리와 똥을 떼기 위해 신문지 위에서 대기 중인 수많은 멸치들을 바라 보며 이런 재미나고 운율감 넘치는 시를 지은 이상교 시인도 대단하지만, 시인의 글에 상상력을 가미하여 독자로 하여금 '피식' 웃음짓게 만드는 밤코 작가의 코믹한 그림 또한 매우 인상적이었다.



지금은 코인 육수와 멸치맛 액젓, 또는 멸치맛 조미료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지만, 멸치 국수 하나를 만들어 먹기 위해 온가족이 함께 모여 멸치 똥과 대가리를 다듬던 그 때 그 시절이 있었다. 비록 노동의 수고로움과 고단함은 있었지만 가족이 함께 옹기종기 모여 가사노동에 동참하며 보람을 느끼기도 했던 그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싶다면, 그리고 아이들에게도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집안일에 함께 기여할 수 있음을 알려 주고 싶다면 '이상교 시인 & 밤코 작가'의 콜라보 작품 <멸치 다듬기>를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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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이
나태주 지음, 박기종 그림 / 시공주니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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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시인에게는 '바로 그 한 편의 시'가 있어야 독자들에게 잊혀지지 않는 시인이 된다고 합니다. 라는 세 글자의 이름을 이 세상에 널리 알릴 수 있었던 '바로 그 한 편의 시'는 아마도 우리에게 이미 너무나 친숙해져버린 이 <풀꽃>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 나라 대표 '국민시'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이 <풀꽃>이라는 시가 어떻게 해서 탄생하게 되었는지 나태주 시인의 생생한 입말로 담담하게 풀어나간 동화책이 있어 소개해 볼까 합니다.


학교에서 해마다 아이들을 만나다보면 사진을 찍어놓은 듯 유난히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아있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저에게도 그런 아이들이 몇몇 있는데, 가만히 그 아이들의 얼굴을 떠올려 보면 다른 아이들보다 사랑과 보살핌이 많이 필요한 아이들이었어요.


초등학교 교사로 교직에 첫 발을 들여 교장 선생님으로 퇴임을 하신 '나태주' 시인에게도 유난히 보고싶은 제자가 한 명 있는데 바로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현명이'라는 아이랍니다.


'현명이'는 나태주 시인이 교장으로 첫발령을 받았던 충남 공주 왕흥 초등학교에서 만나게 된 4학년 남자아이였대요. 학교 부근 장애우들을 거두는 '소망의 집'이라는 곳에서 살고 있는 아이였는데 교장 선생님이 운영하는 '글짓기반'에서 함께 글짓기 공부를 했다고 합니다. 이 아이가 썼다는 '교장 선생님'이라는 시가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교장 선생님 대머리

모자 쓸 때는 아저씨

모자 벗으면 선생님.

<교장 선생님>, 현명이


이 현명이라는 아이의 눈에 대머리인 교장 선생님은 모자를 쓸 때는 아저씨로 보이고, 모자를 벗으면 선생님으로 보였나봐요. 아이의 시선에서 바라본 교장 선생님의 모습이 참 친근해 보여요. 읽으면서 웃음이 절로 나는 동심 가득한 시였어요.


교장 선생님은 교장실에서 글짓기를 가르쳐주기도 했지만 아이들과 함께 밖에 나가 그림을 그리기도 했나봐요. 하루는 아이들을 학교 정원의 풀밭에 데리고 나가 풀꽃을 찾아보게 했대요. 풀꽃을 그리는 방법에 대한 한 아이의 질문에 교장 선생님은 이렇게 답했다고 해요.


풀꽃을 그리려면

우선 마음에 드는 풀꽃 하나를 골라

그 앞에 쪼그리고 앉아야만 한단다.

그런 다음에는

자세히 그 꽃을 들여다보아야 하지.

오랫동안 바라보고 있으면

풀꽃이 사랑스러워진단다.


학교 정원 풀밭에서 교장실로 돌아온 나태주 교장 선생님은 종이 한 장을 꺼내어 짧은 시 한 편을 쓰셨대요. 그 시가 바로 '작고 보잘 것 없이 느껴지던 존재에게서 발견한 사랑스러움'이 가득 담긴 <>이라는 시였던 거예요!


이 경이로운 <풀꽃> 시가 탄생했던 그 날을 회상하며 쓰신 교장 선생님의 글이 제 마음을 '찡'하게 울려 주네요.


그 날은 아이들 한 사람 한 사람이

교장 선생님에게는

예쁘고도 사랑스러운 풀꽃이었습니다.

누구보다도 현명이가 풀꽃이었고,

하림이가 풀꽃이었으며,

다른 아이들도 풀꽃이었습니다.

제각기 모양이 다르고

색깔이 다른 풀꽃이었습니다.

'풀꽃!

풀꽃 같은 아이들!

풀꽃 같은 사람들!'

그리고 교장 선생님도 아이들 곁에서

한 송이 풀꽃이어서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의 제목인 '현명이'로 3행시를 지어봤어요.


재 당신 눈에 들어 온 그 이름 없는 풀

백한 아름다움은 눈에 띄지 않을 지라도

토록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본다면

    한 송이 아름다운 풀꽃으로 피어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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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소리의 최후 북멘토 그림책 14
난주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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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서 가장 듣기 싫은 소리는??
바로 '내가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 말하는 바른 소리'라고 한다. 부모와 자녀 간에 서로 원수지간이 되어버리면 부모가 자녀에게 퍼붓는 잔소리는 세상에서 가장 듣기 싫은 소리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그렇다면 잔소리의 본질은 무얼까? 잔소리가 정말 듣기 싫은 소리이기만 할까?

상대가 지금보다는 좀더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던지는 말이 바로 잔소리다. 따라서 잔소리를 하는 사람의 말 속에는 상대에 대한 바람과 요구도 들어있어 말하는 사람의 속상함과 서운함도 함께 녹아들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잔소리를 듣는 당사자는 그것을 자신에 대한 비난으로 받아들이기에 잔소리 자체가 듣기 싫다. 나의 자존감을 한없이 깎아내리는 듯 하여 잔소리를 듣고 있는 것 자체가 괴롭기만 하다.

잔소리를 하는 사람과 잔소리를 듣는 사람의 입장이 이토록 다르기에 잔소리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잔소리의 최후>는 그런 면에서 잔소리를 하는 입장과 잔소리를 듣는 입장 모두의 관점에서 '잔소리의 본질'에 대해 한 번쯤 고민해볼 수 있는 좋은 그림책이다. 자녀와 함께 이 그림책을 읽게 된다면 자녀는 잔소리를 하게 되는 보모의 입장에서, 부모는 잔소리를 듣는 자녀의 입장에서 잔소리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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