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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주거의 미시사 ㅣ 한국 근현대 주거의 역사 2
전남일 지음 / 돌베개 / 2009년 11월
평점 :
만드느라 정말 고생했다는 느낌이 팍팍 올라오는 책.읽으면서 존경심을 느꼈다. 다양한 문헌 자료와 함께 저자들이 조사한 구술 자료도 함께 써서 설득력이라는 측면에서는 나무랄데가 없다. 이 책을 읽으며 환경의 변화와 어휘 의미의 변화에 대해서 생각했다. 국어사전에 올라온 '안방, 마루'라는 단어의 의미와 '부부침실, 거실'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유의어에서 의미가 전혀 다른 단어로 바뀌는 50년동안의 모습이 한국의 주겨 공간의 변화를 통해 3차원 입체 공간에 재현되는 신기한 기분을 느꼈다. '주거 어휘'의 낱말밭이나 시소러스를 연구하는 어휘론자들은 국어사전을 뒤지지 말고 이 책을 좀 읽어 볼 필요가 있으리라!
다만 이 책에 대한 내 가장 개인적인 불만은 미주. 모든 주를 미주 처리를 하는 바람에 미주가 시작되는 395쪽에 오른쪽 검지손가락을 끼고 책을 읽었음. 각주로 처리했으면 책을 이러저리 훌렁훌렁 넘기느라 고생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을! 저자들이 각주가 독서의 흐름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한 것일까? 각주가 있으면 학술서적처럼 보여서 일반 독자가 안 살까봐 그랬을까?
저자들이 주석을 되도록 안 달고 싶었으면 책 본문에서 인용 정보를 충분히 밝히는 문장을 쓰는 것이 좋았을 것이다. 인용문은 잔뜩 달아놓고 "일제강점기의 한 학자는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27쪽/미주4번)", "1940년대 한 잡지에 실린 위의 글(31쪽/미주 10번)"같은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도대체 이 '한 학자, 한 잡지'가 궁금해서 395쪽의 미주를 찾아가보면 '일제강점기의 한 학자'는 선우전(鮮于全)으로 1922년 6월 개벽24호에 기고한 내용이고, '1940년대 한 잡지'는 <삼천리>제 12권 10호, 1940년 12월호이다. 차라리 저자들이 책 본문에 "선우전은 1922년 6월 개벽 24호에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1940년 12월에 나온 <삼천리>제 12권 10호에 실린 위의 글"이라고 썼으면 미주 드두 개도 없어졌을 것이고 독자인 내가 400페이지가 넘는 책을 이리저리 넘기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에는 이런 식의 미주가 많이 나온다. 왜 '선우전'이라는 학자 실명이 멀쩡히 있고, '삼천리'라는 잡지 이름이 있는데 굳이 '한 학자'니 '한 잡지'니 이런 표현을 썼는지 정말 모르겠다. 궁금하다.
위에서 지적한 문제를 편집 상의 사소한 문제로 치우고 바다같은 넓은 마음으로 이 책의 좋은 점만 놓고 본다면 이 책은 언론, 문학 작품, 공공문서, 정책, 서적, 주거실태조사 등의 자료로 사회사적 변화를 다루고,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에게 구술 자료를 수집하여 한국인들의 주거 환경에 대한 '생각과 태도'도 주목하여 1930년대 이후 한국의 주거에 대한 다각도의 인문학적 성찰을 하고 있다. '다각도'라는 측면에서 이 책이 지닌 미덕은 칭찬을 받아 마땅하다. 그리고 이 책은 <한국 주거의 사회사>, <한국 주거의 미시사>, <한국 주거의 공간사> 3부작으로 이 책은 2부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