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현명한 해답은 질문 속에 있다
로버트 풀검 지음 / 김영사 / 1996년 1월
품절


사목 활동을 하는 시선으로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바라보니 모든 것이 달라 졌다. 그들 역시 내가 아는 보통 사람들과 다르지 않았다.

누구라도 속아 넘어가기 딱 좋을 것이다. 웅장한 연주홀에 앉아서 잘생기고, 멋있고, 재능있는 사람들이 정장 차림으로 번쩍번쩍 빛나는 악기를 든 채 폼나게 무대 위로 올라가는 모습을 바라보노라면, 이들이 작은 신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세상에 대한 근심 걱정이라고는 조금도 모르는 사람들.

그러나 연주자만 득실대는 연습장에 가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수퍼마켓의 계산대 앞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이들 역시 사는 것이 피곤하기만 한 후줄근한 사람들이다. 그들도 일을 하러 이곳에 왔고, 일이 끝나면 집으로 돌아간다. 일은 힘들기만 한데 돌아오는 대가는 형편없다. 청중석에서 볼 때는 삐까번쩍하던 정장도 자세히 보면 헌옷 가게에서 주워 모은 것이다.

그들에게도 아이들이 딸려 있고, 부인과 남편이 있고, 가족이 있다. 남들과 똑같이 꿈이 있고 희망이 있다. 그들은 직업적인 음악인이라는 험난한 자갈길에 투신한 처지다.-37쪽

단지 그 이유로, 보통 사람들의 평균적인 삶의 질을 누리는 것을 포기한 사람들이다. 음악을 위해서는 희생도 불사했다.

그러니, 그들의 삶에 당면하고 있는 현실에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이라면 환영받아 마땅했다.

관현악단의 핵심 단원 중 몇 명은 이혼 수속 중이었다. 어머니가 암으로 투병 중인 사람, 집안이 재정적 위기에 빠진 사람도 있었다. 여기에 라이벌 의식과 질투, 음주 문제도 있었다. 정규 단원과 9번(베토벤 9번 교향곡 연주)을 위해 임시 고용된 단원들 간에는 '우리들과 그네들'이라는 대결 의식까지 팽팽했다.-37쪽

단원들은 관현악단 자체를 대단치 않게 생각했다. 인간적인 따스함이 부족한 상태였다. 그런 판국에 이 바보같은 아마추어(로버트 풀검)가 나타나서 '좀 가르챠쳐 주시죠.". "도와주세요.", "최선을 다 할테니까 신경 좀 써 주세요."라고 말한 것이다. 그들에게는 모처럼 기분 좋은 일이었다. 누군가가 그들을 인정하고 우러러 봐 주어야 했는데 나같은 사람이 나타난 것이다. 나라면 그들에게 얼마든지 존경을 바칠 수 있었다. -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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