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위 게임 - ‘좋아요’와 마녀사냥, 혐오와 폭력 이면의 절대적인 본능에 대하여
윌 스토 지음, 문희경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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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심리 상담을 하던 선생님이 나에게 장난처럼 인간에 대한 기준이 너무 높아서 누구보다 본인의 삶이 고달플 거라고 걱정했던 적이 있다. 그때는 그냥 내가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는 얘기를 에둘러 말씀하시는 건가 싶었는데 이 책 『지위 게임』을 읽으면서 내가 '도덕 게임'으로 사람들에게 지위를 부여하면서 살고 있다는 걸 알았다. 저자 윌 스토는 '사람들이 우리를 추종하거나 존경하거나 추앙하거나 칭찬하거나 우리가 그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끼치도록 허락해 주는 상태'를 지위라고 정의하고 우리의 인생은 지배, 도덕, 성공의 세 가지 지위 추구 노력과 게임으로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이 중에서 '남달리 의무감이 강하고 순종적이고 도덕적인 사람에게 지위'를 주는 도덕 게임이 내 삶의 전반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누군가를 판단할 때 그 사람이 가진 힘이나 재능, 지식보다는 확실히 인성을 중심에 두어 왔던 건 맞다. 특히 나는 쓸데없이 권력을 내세우는 사람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고,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인정은 하지만 가까워지고 싶어 크게 마음에 두지는 않았던 거 같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왜 선생님이 고달플 거라고 걱정하셨는지 명확해지는 느낌이었다. 나는 도덕 게임 속에서 스스로가 높은 지위에 오르기 위해 옳다고 믿는 가치와 규칙 등을 저버리는 짓은 절대 할 수 없는 인간으로 살며 부단히 애써 왔고 앞으로도 -다시 태어나지 않는 이상- 그렇게 살 것이다. 아마 선생님은 이런 나를 꿰뚫어 보셨으리라.


우리는 본래 우위를 점하기를 좋아하도록 태어났다. 우리는 계속 우리의 게임이 정점에 머물도록 세상을 재편하려 하고, 그러는 내내 우리 행동에 오류가 없다는 자기중심적인 이야기를 스스로 들려준다. 많은 사람들이 받아들이지 못할 교훈이 있다. 경쟁자와 그저 '평등'하기를 바란다고 주장하는 집단을 절대로 믿지 말라는 것이다. 이런 집단은 무슨 말을 하든 무엇을 믿든 결코 평등을 원하지 않는다. 그들은 '모두를 위한 공정'에 관해 환상적인 꿈을 만들지만 그 꿈은 거짓이다.


- 『지위 게임』 中 p.225



『지위 게임』에서는 자기에게 유리한 게임으로 높은 지위에 오르려고 갖은 술수를 부리는 인간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각자가 가진 환경이나 능력치는 너무나 다양하고 그게 나쁘다고 해서 낮은 지위에 머물 생각은 누구에게도 없기 때문에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든 자신이 높아질 수 있는 지위 게임을 한다. 그게 범죄이거나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는 대학살이라 하더라고 '뇌가 만드는 '현실에 대한 환상' 속에서' 스스로가 훌륭하다고 믿기 때문에 우리는 그렇게 산다. 저자는 범죄자, 인플루언서, 그리고 독재자 등의 사례를 들어 인간 본성에 기반을 둔 지위 게임이 어떤 사건, 상황까지 야기할 수 있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우리는 공식적인 게임을 하도록 진화하지 않았고 이렇게 극단적으로 게임을 하도록 진화하지도 않았다. 다만 우리는 억울함을 느끼도록 진화했다. 먼 옛날에는 이 위험한 정서로 인해 부족이 굴러가고 계층이 폭이 얕게 유지되었다. 위에서 으스대면서 자격도 없이 지위를 주장하는 사람들을 벌주었다. 오늘날 우리는 그런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다. 그들이 자극하는 억울함은 세상에 관한 우리의 이야기를 틀어지게 만든다. 그래서 우리는 그 이야기에 손가락질하고 비난의 화살을 돌릴 악당을 덧붙이고, 우리 나름의 정의감과 시기심에 차 그를 향한 조롱의 노래를 부른다. 


- 『지위 게임』 中 p.145


진화적이고 역사적인 측면에서 볼 때 우리는 자신이 원하는 지위를 쉽게 포기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불평등을 혐오하기는 하나 언제나 새로운 계급을 만들어내고 그 안에서 높이 올라가려고 하는 게 바로 인간이다. 그래서 윌 스토는 우리의 인생이 '결승선이 없는 게임'이고 우리는 '끝없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며 즐거움을 얻는 것'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위 게임이 어쩔 수 없는 본성이라면 결국 우리는 각자의 게임을 바르게 해나가는 인생을 살아야 한다. 그리고 자신만의 신념에 함몰되지 않는 것, 무엇보다 그게 중요한 거 같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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