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시여 안녕 에놀라 홈즈 시리즈 6
낸시 스프링어 지음, 김진희 옮김 / 북레시피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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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실종된 아내를 찾아달라며 사이언티픽 퍼디토리언 라고스틴 박사의 사무실에 온 캄포 공작. 이미 경찰과 탐정 셜록 홈즈까지 동원된 사건에 라고스틴 박사의 조수로 변장한 에놀라까지 뛰어든다. 아름답고 어린 공작부인의 두 시녀를 찾아가 증언을 듣던 에놀라는 공작부인이 실종된 지하철역에서 도우려던 노부인의 묘사에 누군가를 떠올리고 런던에 처음 도착하여 사라진 후작과 맞닥뜨린 때를 회상한다. 한편 펜델홀에 사라진 에놀라의 엄마, 유도리아 버넷 홈즈가 보낸 게 분명한 소포가 도착하고 이를 전달받은 셜록 홈즈는 여동생을 찾기 위해 에놀라의 반려견 레지날드를 이용하는데...

 

 

피날레인 이 『집시여 안녕』까지 읽고 나니 <에놀라 홈즈 시리즈>가 모험이나 추리물보다는 가족 성장 드라마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는 게 분명하게 느껴졌다. 한 권 한 권의 개별 사건보다는 6권의 전체를 한 이야기의 흐름으로 보아야 비로소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명확하게 와닿는 거 같다.

 

| 두 아들을 바꾸고 싶었던 엄마의 빅 픽처?

에놀라가 공작부인 찾기에 돌입한 시점은 그녀의 열다섯 번째 생일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 그러니까 에놀라의 엄마, 홈즈 여사가 실종된 지 1년이 되어가는 시점이다. 엄마가 사라지고, 홀로 런던으로 올라와서 여러 사건을 해결하고 오빠들까지 피해 다니느라 온 신경을 곤두세우며 녹록지 않은 1년을 보낸 에놀라는 곤경에 처할 때마다 엄마가 한 '너는 혼자서도 아주 잘할 거야'라는 말을 계속 떠올린다. 그래서 마지막 『집시여 안녕』에 이르러서는 에놀라가 더 이상 외로워하지 않고 엄마의 사랑에 의구심을 갖지 않느냐, 그건 아니다. 에놀라는 여전히 엄마가 그립고 엄마가 자신을 정말 사랑했는지, 사랑하는지 궁금해한다.

솔직히 말하면 이 6권의 이야기 속에서 정말 새롭게 달라지는 건 에놀라의 두 오빠, 셜록과 마이크로프트다. 탁월한 지성과 매너는 갖추었지만, 역시나 그 시대 보통 남성들처럼 여성에 대한 편견, 고정관념에 갇혀있던 두 사람은 에놀라와 사건 사고를 거듭하면서 그저 기숙학교에 보내 결혼만 잘 시키면 되겠거니 했던 여동생에게 하고 싶은 게 뭔지 진지하게 묻는 눈부신(?) 성장을 보여준다.(나는 여기서 아서 코난 도일 재단에서 이 소설에 대해서는 소송을 걸지 않았는지 궁금해졌다) 결국 1년여의 엄마의 실종은 막내딸보다는 이미 나이 먹을 만큼 먹은 두 아들에게 큰 변화를 일으킨 셈이다. 엄마가 실종되지 않았어도 에놀라는 저렇게 컸을 거 같으니까...

| Team 홈즈의 결성

공작부인을 찾는 마지막 여정에 오빠인 셜록 홈즈의 도움이 필요했던 에놀라는 대신 마이크로프트도 함께해야 한다는 조건에 어쩔 수 없이 응한다. 결국 삼 남매가 사이좋게(?) 공작부인을 찾아 나서고, 필연적으로 맞서게 된 악당들에게 힘을 합쳐 대응하게 된다. 주인공이 에놀라인 만큼 두 오빠는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기보다는 적당한 도움과 큰 육체적인 능력을 발휘하며 당연시했던 관습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는 시간도 갖는다. 그리고 이 일을 계기로 에놀라가 더 이상 두 오빠로부터 도망 다니는 일은 하지 않아도 되는 훈훈한 화해 무드가 조성된다.

결국 세 사람은 에놀라의 생일을 함께 축하하며 같이 어머니로부터 온 메시지를 해독하게 되는데 심지어 셜록은 에놀라를 자신의 경쟁자가 될 거라고 유쾌하게 인정한다. 세 사람이 함께 활약하는 모습은 이제 독자들의 상상으로만 가능하게 되었지만, 추리 어벤저스급의 Team 홈즈의 결성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큰 계기가 없는 한 삼 남매가 모두 독신으로 늙을 거 같으니 그런 부분에 있어서도 이 Team은 필요할 거 같다. ㅎㅎㅎ 혹시 이것도 엄마의 빅 픽처?!

 

… 에놀라, 넌 엄마로서 내가 어떤 마음으로 널 대했는지 궁금했을 거야. 나 자신도 과연 내가 줄 수 있는 모든 양육을 베풀었는지 의문을 품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다행히도, 그 의문에 대한 답은 '그렇다'란다. 나는 온 마음으로 널 사랑했고, 내 방식대로 널 사랑했단다. 역설적인 건, 다른 엄마였다면 네게 더 따뜻한 사랑을 주었을 것이라는 점이야. 하지만 네가 다른 엄마의 딸이었다면, 넌 에놀라가 아니겠지.


- 『집시여 안녕』  中 p.199~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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