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마포구 사람인데요?
다니엘 브라이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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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브라이트는 마포구에 4년째 거주하는 영국인이자 <단앤조엘>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크리에이터이다. 이 책은 그가 한국에서 만난 음식과 사람, 장소, 그리고 자신에 대한 이야기다. 마포구는 나에게도 가까운 곳이라서 그가 방문한 모래내 시장 등 몇몇 장소와 가게는 친숙한 느낌을 주었다.

 

 

어떤 사람이 자신의 인생 스토리를 들려주는데 그 이야기가 정말 그 사람만의 에피소드나 스토리라면 듣는 사람은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그 이야기에 몰입하게 된다. 나에게는 이런 과정이 소설책을 읽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조엘이 사람이라는 존재에 관심이 있는 것처럼 나에게도 누군가의 인생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은 인간의 상상력을 활발하게 작동시키는 소설책을 읽는 것만큼이나 의미 있는 활동이다.


- 『"저 마포구 사람인데요?"』 中 p.212

 

우리나라에 사는 외국 사람들을 볼 때마다 한국에 사는 이유가 궁금했다. 딱히 이상하다는 게 아니라 자신이 나고 자란 나라를 벗어나 생활하는 건 편안한 일은 아니라서 그런 걸 감수할 만한 뭔가가 여기에 존재하는가가 궁금했다. 저자 다니엘이 우리나라에 있는 이유는 자신이 찾는 이야기가 이곳에 있기 때문인 거 같다.

시장에서 장사하시는 할머니, 혼자 소주잔을 기울이는 아저씨, 우리나라에서 공부하거나 거주하는 외국인들, 그리고 타투이스트, 사진작가 등 만난 모든 사람들에게서 듣는 이야기가 저자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하고 큰 의미가 있다. 이는 책, 소설 쓰기를 꿈꿨던 저자라서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인 거 같다. 하지만 그냥 일상적이고 평범할 수 있는 이야기와 만남을 좀 다르게 만드는 것은 다니엘의 긍정적이고 겸손하며 따뜻한 시선이다. 사람을 무한 긍정으로 대하는 사람은 주변에서도 볼 수 있는데 다니엘처럼 장소, 사람, 경험 등 모든 것에 대해 긍정성을 발휘하는 사람은 드물다. 살다 보면 취향이라는 것은 점점 확고해지고 다른 사람이 좋다는 것들도 자신의 기호에 따라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라질 때가 많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런 무한 긍정왕 다니엘을 꼭 닮았다. 이런 다니엘이라면 앞으로도 꽤 오랫동안 우리나라에서 흥미진진하게 살아갈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꼭 우리나라가 아니라 어디에서도 그럴 것이다. 그의 채널을 본 적은 없지만, 책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로 충분히 짐작이 가능했다.

다니엘은 글이 아니라 일상을 짓는 사람들을 만나서 그들의 이야기를 엮어서 또 다른 일상을 짓는다. 그가 언젠가 쓸 소설은 이 때문에 훨씬 재미있어질 것이다. 그리고 왠지 그의 소설 안에서 나쁜 사람은 등장하지 않을 거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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