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마크 해던 지음, 유은영 옮김 / 문학수첩 리틀북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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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표지 때문에 고르게 되는 책이 있다. 아주 드문 일이기는 한데 이 책은 표지랑 색상 때문에 눈에 띄었다. 어린이책이지만, 영국 최고의 문학상인 휘트브레드 상 대상을 차지했다고 해서 궁금하기도 했고...

크리스토퍼는 엄마를 심장발작으로 잃고 보일러 수리 일을 하는 아빠와 둘이 살아간다. 자폐증을 가지고 있는 크리스토퍼는 수학과 과학에 재능이 뛰어나고 관찰력도 탁월하지만 사람들과의 접촉을 꺼리고 붐비는 곳에서의 소음과 신체적인 접촉에 괴로워한다. 어느 날 이웃 시어즈 부인의 개 웰링턴이 정원에서 사용하는 쇠스랑에 찔려 죽은 걸 발견하고 범인을 밝히기 위해 탐정이 되기로 하는데... 크리스토퍼가 주변을 탐문하고 다니는 걸 알게 된 아빠는 남의 일에 더 이상 관여하지 말라고 말리지만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알렉산더 부인과의 대화를 계속하던 중에 엄마와 시어즈 씨의 불륜까지 알게 된다. 크리스토퍼의 조사는 의도치 않게 점점 다른 쪽의 진실을 밝히는 방향으로 나아가는데...

 

 

책은 크리스토퍼의 이야기와 크리스토퍼가 쓰는 책의 내용, 두 부분이 번갈아가며 기록되어 있다. 수학과 과학에 뛰어난 주인공인 만큼 수학공식이 등장하기도 하고, 수학자들이 낸 수수께끼에 대한 얘기도 나온다. 이렇게 똑똑한 크리스토퍼인데 아빠는 차라리 빨리 진실을 알려주는 게 좋았을 것이다.

집과 학교만이 전부였던 크리스토퍼는 혼자 힘으로 기차역에서 기차를 타고 런던이라는 대도시에도 가고, 주소와 지도만 가지고 모르는 장소를 정확하게 찾아간다. 결국 그가 꿈꿨던 대학 생활, 그리고 독립, 과학자가 되는 것까지 다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지만, 마지막 장을 덮고 나니 내가 바라던 결말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내가 바라는 결말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작품을 통해 작가가 하려던 이야기는 내 바람과는 상관없을 테니까... 그냥 크리스토퍼의 성장이 반가우면서도 그의 부모가 안타까웠고, 인간들의 순간적인 감정 때문에 아무 죄 없이 죽은 웰링턴이 불쌍했다. 어디까지나 나는 그랬다는 거다.

예상치 못했던 비밀이 밝혀지는 중반부 이후부터는 긴장감도 높고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는 이야기의 방향이 궁금해서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다. 세상 가장 어려운 관계가 가족이라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만든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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