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의 세계
고정기 지음 / 페이퍼로드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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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라는 단어를 들을 때면 60년대 단편 작가 레이먼드 카버가 떠올라진다. 카버의 작품 상당부분을 <에스콰이어> 편집자 고든 리시가 적극적으로 수정하여, 분량은 물론 제목까지도 바꾸었고, 훗날 카버의 수정되지 않은 글들이 다시 재출간 되었을 만큼 이 일들은 문학계 큰 스캔들이었다. 작가들의 글이 출판사 편집자와 작가의 협업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은 다양한 생각을 하게 한다.



페이퍼로드에서 출간된 [편집자의 세계]는 고든 리시가 편집자로 활약했던 미국의 배경으로 15명의 뛰어난 편집자들을 다루고 있다. 물론 논란의 편집자 '고든 리시'는 빠져있다. 책을 통해 편집자들의 고충과 그들의 사업가적 기질, 작품을 보는 안목, 새로운 시대를 열고 인도하는 선구자적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저자 본인도 편집자로 오랜기간 몸 담았던 인물이며, 당시에는 특수했던 편집자라는 직업에 대해 참고할 만한 자료가 없음을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과 같은 일을 해나가는 많은 후배 편집자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이 책에 담았다고 한다.



많은 편집자들의 성공담이 소개되어 있지만 모든 편집자를 언급할 수는 없기에 인상에 남는 몇몇의 편집자에 대해서 풀어보려 한다. 편집자하면 떠올랐던 고든 리시와 대조적이게 작가의 성장을 위해 노력하고, 진정한 벗으로 작가의 창작을 응원했던 <바이킹 프레스>의 ' 파스칼 코비치' 가 인상적이었다. 파스칼 코비치는 일찍이 존 스타인벡의 가치를 알아보고 그를 발굴했다. 그에 의해 발굴되었지만 대중의 사랑과 관심을 받기 시작한 존 스타인벡은 언제든지 다른 편집자와 손을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 코비치를 신뢰했다고 한다. 코비치는 성공한 작가 존 스타인벡이 신뢰했기에 편집자로 인정받았다고도 할 수 있다. 편집자 코비치가 자신의 편집자로서의 가치가 스타인벡에 의해서 달라진다는 걸 알았을 때 자괴감에 빠지지 않고 받아들이며, 욕심을 내어 스타인벡을 잡아두려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의 됨됨이를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됨됨이의 편집자를 믿고 벗으로 곁에 두었다는 존 스타인벡도 달리보였다. 존 스타인벡이 노벨문학상을 받았을 때 둘이 정말 눈물겹게 감동했을 것이다. 코비치와 스타인벡의 관계가 문학의 정수를 끌어올릴 수 있는 작가와 편집자의 이상적인 관계가 아닐까싶다.



이 책 [편집자의 세계]의 묘미는 책과 읽을 거리를 끝없이 찾는 독자들에게 내가 사랑하는 나의 글들과 작가들이 만들어내는 창작물이 편집자들의 뚜렷한 신념과 주관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아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 가짜 미사여구로 포장하여 만들어진 작품보다는 다소 외설적이더라도 현실을 액면 그대로 보여주는 문학이 가치있다고 판단했던 <스크리브너스>의 훼밍웨이 편집자 맥스웰 퍼스킨, 경제적 여유가 창작을 하는 작가들에게 중요한 필수요소임을 알고 그들의 생활이 안정될 수 있도록 지원했던 <랜던하우스>의 설립자 베넷 세르프,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일회성을 보이지만 두고 두고 읽으며 기억되길 바라는 신문의 좋은 기사들을 골라내어 모두가 이해하기 쉽게 요약해서 내놓음으로써 다이제스트의 편견을 깬 <리더스 다이제스트>의 창간자이자 편집자 드윗 웰레스, 뛰어난 감각, 세심함과 신중함, 책임감의 모습을 보여준 신사다운 편집자 <하퍼 앤 브라더스>의 캐스 캔필드. 그들 모두가 매일을 편집에 열정을 다했던 멋진 편집자들이며 그들이 있어서 우리가 미국문학을 깊이있게 즐길 수 있는 것이다.



[편집자의 세계]는 미국의 편집자들 15명을 조명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출판업도 크게 발전했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우리에게도 자신만의 철학과 열정으로 책, 잡지, 신문을 발행하는 편집자들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의 이야기도 궁금해진다.



★ 네이버 독서 카페 '리딩투데이' 에서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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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다 예쁜 말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79
코맥 매카시 지음, 김시현 옮김 / 민음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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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로 알고 있는 코맥 매카시. 서부의 셰익스피어라..궁금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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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빛 자오선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78
코맥 매카시 지음, 김시현 옮김 / 민음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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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카시의 국경 시리즈를 첫 작품이며,서부장르소설의 시작인 작품이라하니 읽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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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광유년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자음과모음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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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을 기대하게 하는 작가~ 대가의 작품은 언제나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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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다섯 마리의 밤 - 제7회 황산벌청년문학상 수상작
채영신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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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사건의 현장 검증으로 시작되는 작품 [개 다섯 마리의 밤]의  마지막 책장을 넘기며 스산함에 한기가 느껴졌다.  읽는 내내 인물들이 모두 파국을 맞이할 것 같은 불안함을 떨칠 수 없기도 했다. 100미터 달리기의 호흡으로 마라톤을 달린 기분이 느껴진다. 책의 제목이 된 '개 다섯 마리의 밤'은 호주 원주민들이 사용하는 단어라고 한다. 원주민들은 혹한의 추위를 개의 온기로 채우는데 , '개 다섯 마리의 밤' 은 다섯 마리의  개를 안고 있어야 겨우 온기를 느낄 수 있을 만큼 추운 밤을 말한다고 한다. 작품 속 인물들 모두가  각자의 이유로 '개 다섯 마리의 밤'  한가운데에 있다.



색소가 부족해서 온몸과 털이 하얗고, 눈은 토끼처럼 빨간 희귀병 '알비노'를 앓고 있는 세민이는 엄마와 단둘이 산다. 항상 아이들의 왕따와 따돌림, 괴롭힘을 당하는 세민이는 또래보다 영특하고 똑똑하다. 세민이는  지적능력을 과시하며 자신을 괴롭히는 아이들을 무시한다.  아이들 간의 감정은 엄마들에게로 옮겨가고 상황은 점점 꼬여간다. 매일이 힘겨운 세민이에게 지금의 힘겨움은 세민이가 특별히 '선택받은 존재'이기  때문이라며 말하는 사람들이 어느 날 아이 앞에 나타난다.



알비노를 앓고 있는 세민이는 똑똑하다 못해 영특하고, 엄마 박혜정은 순진하다 못해 어리숙하다. 서로 다른 듯 보이지만, 두 모자는 자신들을 무시하고 동정하는 세상에 쉽게 수긍하는 자세를 취하지 않는다. 그들 주변의 사람들은 당당하고 똑부러지는  세민이가  아픈 애 답지 않아 불편하다고 한다. 동정하고, 측은함을 발휘할 기회를 가져간다며 아이에게 뻔뻔하다고 말하는 것과 같은 행동이다.  우리가 행하는 폭력 중 하나이다. 피해자, 약자가 가져야 할 행동과 표정을 정해놓고 기대에 어긋나면 '생각보다 괜찮나보네' '그렇게 힘들지 않나봐' '당할만 했던 거 아니야' 라면서 2차 피해를 가한다. 제발 남의 아픔에 쉽게 단정짓거나 수근덕 거리지 말자. 아픔을 이겨내는 방식은 다양한 것이다. 누군가 유별나게 자신을 드러내거나, 다르게 행동한다면 그건 지금 많이 힘든 것이다. 세민이는 '날선 반응'을  아이들의 괴롬힘에 방패로 선택한 것이다. 



세민이가 알비노인 것이 선택받았기 때문이라고 말한 태권도 사범 요한과 그의 말을 믿고 싶은 세민. 세민은 지옥같은 자신의 상황을 벗어날 방법으로 자신이 '성별자'라는 말을 믿고 싶다.  요한은 타락한 인간들을 벌하기 전 하느님이 노아를 선택하고, 노아가 방주를 만들어 구원할 것들을 배에 실었다는 성경 말씀을 인용하며 노아가 알비노였다고 말한다. 그리고 요한의  말에 세민은 흔들린다. 자신의 고난이 결국은 자신이 선택받은 특별한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믿어버린다.  그런데 그 믿음이 다소 위험하다.  세민이는  정말 자신이 성별자라고 굳게 믿고 행복한 마음으로 추락한 것일지 궁금하다. 책의 마지막에  에스더는 여호와에게 고되고 고된 길을  통해서만 천국에 왜 이르게 하시는 건지 질문한다. 고된 길을 지나야만 도달할 수 있는 천국이라면 그 곳 천국에서 황폐해질대로 황폐해진 마음이 과연 추스려질 수 있을까? 여호와를 믿는 그들의 맹목적인 믿음이 무섭다.  



작가 채영신은 '작가의 말'에서 황현산 선생님의 말씀을 포스트잇에 적어 책상 앞에 붙여놓고 이 소설을 썼다고  말한다. "잔인함은 약한 자들에게서 나올 때가 많다. 세상에는 울면서 강하게 사는 자가 많다."  작가는 황현산 선생님의 이 두 문장을 이야기로 풀어보고 싶었다고 한다. 약한 자였던 세민이 같은 이들이 더 이상 잔인해지며 자신을 지키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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