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뜬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정영목/옮김

-해냄


노벨문학상에 빛나는 주제 사라마구의 작품이다.  나에겐 <눈 먼 자들의 도시> 이후 접하는 작가의 두 번째 작품이었다.  상을 받는 다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으며 , 그래서 우리는 수상작, 수상 작가의 작품들에 더 관심을 가지는 것임을 다시 생각하게 해주었다.   그의 독특한 서술방식을 다시 한 번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  여전히 문장부호와 인물의 이름이 생략된 그의 글들은 답답함을 유발하며 작품의 주제와 일맥상통함을 느꼈다.


눈먼 자들이었던  사람들이 다시 눈을 뜨게 된 후  '실명 전염병' 에 대한  무언 함구령을 내린 정부는 4년 후 수도의 정치를 평가하는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의 백색투표를 받고 아연실색한다. 애초에 백색투표에 공포를 느낀다는 것은 정부가 무언가 구린 구석이 있다는 것이다.  무엇이 가장 구렸을까? 모두가 눈이 멀어버린 마비의 상태일 때 그들은 지켜야 할 국민들을 버리고 ,  도망가기 급급했던 자신들을 떠올렸을 것이다. 그리고 다시  '도망'을 선택하는 정부. 그들의 '백색투표'의 이유가 사회를 올바르게 지탱해야 할 정부에 대한  '환멸' 이었다면 누가 어떤 방식으로 시작의 물꼬를 텄으며, 왜 사람들은 동조하게 되었는지 꼬리 빠지게 도망가는 것 보다는 자신에게 뭍은 오물이 무엇인지  살피는 행동을 정부는 먼저 했어야 할 것이다.


🔖(...) 문이 열리고 차에 탄 사람들이 내렸다. 그러자 보도에 있던 사람들이 그들에게 다가갔다. 드디어 벌어지는군요. 드디어,우리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를 해야 합니다, 리포터가 비명을 질렀다. 흥분해서 목이 쉬었다. 밑에 있는 사람들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몇 마디 나누었다. 이어 별 소동 없이 차에 실었던 물건들을 건물 안으로 날랐다. 비가 오는 컴컴한 밤을 틈타 밖으로 날랐던 것들을 환한 대낮에 안으로 들여오고 있었다. 씨발, 총리가 소리를 지르며 주먹으로 탁자를 내리쳤다.

<눈뜬 자들의 도시> p.216


통쾌하다. 비열하고, 기회주의 적이며, 줏대도, 주관도 없는 정부관료들을 선한 연대로 뒤통수치는 우리의 작은 시민들. 백색투표의 결과를 앞에 두고 자신들의 두려움을 회피와 또다른 폭력으로 전복시키려고 음모를 꾸며대는 정부의 한심한 모습에 시민들은 선량한 연대로 '포용과  함께'를 보여준다. 내가 그들과 하나인 듯 감동되어 마음이 설레였다. 작은 연대의 힘은 큰 물결을 일으킬 것이며 그들은 그 물결의 파도가 높아질 것을 예감하고 두려워했을 것이다. 그들의 모습은 작은 촛불을 들고 세상이 변하길 바랬던 그때 우리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사람들 중엔 자신의 잘못됨을 깨우치고 바로잡으려는 사람과 덮어버리고 모른 척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눈뜬 자들의 도시> 속 비겁한 관료들 속에서  "그때는 백지투표를 하지 못했지만, 다시 기회가 된다면 난 백지투표를 할꺼요" 라고 내뱉고는 자신의 직책을 내려놓은 법무부 장관과 의사부인을 도와주기 위해  노력했던 경정이 그런 사람들일 것이다.  그래도 다행이다. 모두가 옳지않은 한 방향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니라서. 


주제 사라마구가 <눈먼 자들의 도시> <눈뜬 자들의 도시>에서 비판했던 사회와 인간 군상들의 모습이 , 지금 우리의 모습들과 중첩되는 부분들이 많아 답답함을 느꼈다. 부조리한 우리의 사회가 바뀌어야 함을 한탄만 하고 있기보단  나부터 나의 행동을 돌아보고 나는 주변사람들에게 얼마나 정의로운지를 생각해 보아야겠다.  주제 사라마구의 '인간의 조건 3부작'  읽지 못한  <이름없는 자들의 도시>도 읽어보고 난 얼마나 조건에 맞는 인간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알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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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과 풍자 코드로 읽는 도스토옙스키 단편선 <5+5> 공동번역 출간 프로젝트 5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서유경 옮김 / 걷는사람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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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과 풍자 코드로 읽는 도스토옙스키 단편선>

-도스토옙스키 단편선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옙스키 

-서유경/옮김

-걷는사람


19세기 러시아의 대문호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옙프스키.  <죄와 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과 같은 묵직하고 방대한 작품의 작가로만 알았던 도스토옙스키의 단편 모음집은 생소하고 새로웠다. 단편 속  작가 특유의 풍자와  웃음 코드가  곳곳에 숨어 있어서 웃음 뒤 긴 여운을 남겼다.


도스토옙스키는 사회주의자를 신봉하는 비합법 서클에 참가한 혐의로 사형선고까지 받은 경험이 있다. 그래서인지 그의 단편 <악어>는 당시 러시아 관료들의  다양한 문제점을 풍자하고 있다.   18-19세기 러시아는 군주제도에 의해서 왕과 귀족의 풍요한 생활과는 대비되게 농노의 착취로 이루어진 제국이었다. 그걸 바라보는 도스토옙스키는 <악어>에서 스스로를 진취적이라 말하는 관리의 허술한 망상과 공유재산을 비판하고, 유럽자본 유입의 필요성을 작품을 통해 위트있게 이야기하고 있다. 


단편 <끔찍한 일화>는 고골의 작품만큼 시원하고 멋지다. 고골의 <외투>와 같은 지점의 풍자를 하고 있다. 휴머니즘을 빙자한 허영심인지, 자기 과시인지 모를 관리 이반.  어설픈 동정은 상대를 더 힘겹게 만든다. 어처구니가 없다. 진짜 휴머니즘은 그들의 자리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인데, 그는 자신의 자리에서 그들에게 눈높를 한 번 맞춘 것으로 자신이 그들을 완벽히 이해하고 있다는 걸 그들이 완전히 알아주길 바란다. 알아주길!!!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선거철만 되면 시장 순회공연을 하며 상인들의 손을 맞잡는 우리네 정치인들이 읽었으면 하는 작품이다. 


<웃음과 풍자 코드로 읽는 도스토옙스키> 작품 말미에는 도스토옙스키의 다양한 시들로 이루어져있다.  굵직굵직한 심오한 작품은 물론 유머를 가미한 단편, 시까지 ...모든 시간을  글쓰기와 문학 속에서 생각하고 표현하려 했던 작가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다. 우리에게 '유머'는 정말 중요하다. 모든 것에 인상쓰고, 소리지르며 신경을 곤두세운다고 내가 바라는 뜻이 전달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한 해, 한 해 나이가 들어가며 깨닫는다.  그래서 대문호의 유머가 더 반갑다.


🌿 네이버카페 '리딩투데이'를 통해 출판사로 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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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도시 (100쇄 기념 에디션)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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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도시>

-BLINDNESS

-주제 사라마구

-졍영목/옮김

-해냄


<눈먼 자들의 도시>는 1998년 포르투칼어 작가로는 처음으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주제 사라마구' 가 1995년 집필한 작품이다. 작가는 작품에서 인물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나 이름을 부여하지 않는다. 또한 쉼표와 마침표만을 문장부호로 사용하며 직접, 간접화법과 단락 구분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 실험적인 문체를 사용함으로써 독특한 작품세계를 형성한다. <파리 리뷰> 인터뷰에서 그는 어느 날 식당에서 주문한 점심을 기다리다 ‘모두가 장님이라면 어떨까?’라며 갑자기 떠오른 생각에 ‘사실 우리 모두는 장님이야’로 이어지는 생각을 소설로 엮었다고 한다. 주제 사라마구는 본인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며 전개되는 사건들에 소름 끼칠 만큼 무서웠다고 기억한다. <눈먼 자들의 도시>는 ‘도시 전체의 실명’을 통해 인간 본성의 잔인함과 폭력성, 맹목적인 인간의 이성을 비판하고 있다.


운전 중이던 한 남성이 도로 한복판에서 갑자기 눈이 멀게 된다. 첫 번째로 눈이 먼 남자를 시작으로 이름 없는 도시 속 모든 사람들의 눈이 하얗게 실명되지만, 안과의사 아내의 눈은 그대로이다. 눈먼 사람과의 접촉으로 실명이 전염된다는 걸 알게 된 정부는 눈이 먼 사람들과 그들의 접촉자들을 정신병원에 격리수용 시키고 탈출을 시도하는 자는 사살하라고 명령한다. 의사의 아내는 정상적인 자신의 눈을 숨긴 채 남편과 정신병원에 수용되어, 사람들이 지닌 인간 본질의 원초적이고 추악한 모습들을 보게 된다. 그 중 가장 악랄한 모습은 힘을 가진 눈먼 자들의 약탈과 폭행이다. 모두가 눈 감은 세상에서 홀로 눈 뜬 그녀는 앞으로  어떤 것을 더 보게 될까? 그녀의 눈은 왜 멀지 않는 걸까?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안면식이 없어도, 의식 조차 하지 못하면서도 우리는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것이 사회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주고 받는 것이 서로에게 독이 되지 않아야 하지만 그건 쉽지않다.  눈먼 한 사람으로 인해 그와 관련된 사회 속 타인들의 눈도 멀게 된다.  하나 둘 눈이 멀어지는 상황 속에서 이를 통제해야 할 정부는 눈먼이들을 수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려하기 보다는 싹뚝 잘라내려고만 한다. 위기의 상황 속에서 사람들이 보이는 형태 또한 제각각이다. 자신의 본분을 다하려는 사람과 두려움보다는 사랑으로 내 옆의 사람을 지키려는 사람,  모든 상황을 타인의 탓으로 돌리려는 사람,  원초적 욕구에만 충실한 사람, 약하고 무기력한 사람.  작품은 다양한 인간군상과 인간의 본질적인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그들 대부분의 본질은 냄새나고, 더럽다.  난 과연 어떤 형태의 모습을 보일지도 궁금하다.


 힘을 장악한 자들에게 먹을 것을  얻기 위해, 언제나 가장 약자였던 여자들은 이곳에서도 희생된다. 눈이 멀었기에 굶어죽을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그곳의 사람들을 잔인하게 만든다. 여성들의 희생으로 끼니를 해결하면서도 그녀들의 희생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살기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한다. 게다가 누구라도 그러했을거라고 위안 삼는다. 눈먼 사람들의 원초적이고 이기적인 모습을 그대로 보고 있을 눈뜬 자는 자신의 눈도 그들처럼 멀기를 바란다. 어쩌면 당연한 생각일 수도 있다. 감당할  수 없을 때 우린 자폭해 버린다.


시간이 지날 수록 눈뜬 자는  자신의 뜬 눈을 눈감은 자를 돌보기 위한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이타적이고, 공동체적 연대의 사고를 가진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선함이다. 내가 가진 것을 특권이라 생각하지 않고, 내가 가진 특별함을 나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지 않는 사람. 모든 시대와 모든 곳에 있어야 할 사람이다. 


상황에 따라서 , 사회에 따라서 도덕적 기준과 정의는 달라진다고 작가는 말한다(p.359)  작가의 생각에 동의한다. 그래서  그들이 행했던 모든 냄새나는 일들을 지금 이곳의 잣대로 평가하면 안 될 것이다. 그 어려운 상황에서도 눈뜬 자를 기준으로 그들은 잘 이겨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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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리스
라이 커티스 지음, 이수영 옮김 / 시공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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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로리스> 

-라이 커티스

-이수영/옮김

-시공사


🔖조금만 생각을 해보면 시대의 흐름을 따라 문명사회에서 무엇은 용납되고 무엇은 용납되지 않는지 결정하는 방식은 참 우습다. 늘 합리적인 이유를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늘 이런 또는 저런 것을 욕망한다. 우리는 그저 우리와 같은 것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만들지 않고 그것을 추구할 수 있는 품위 있는 방식을 발견해야 할 뿐인 듯하다.

-<클로리스> 라이 커티스 ..p.409


🍿 애달픈 그들의 발버둥


출판사 소개글에 속은 듯하다.  조난 이야기라고 믿었는데 <클로리스>는 정체성과 도덕적 잣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리고 출판사 소개글보다 훨씬 멋지고 깊은 작품이었다.


70대 여인 클로리스는 남편 월드립과 작은 경비행기를 타고 휴양을 위해 산 속 오두막으로 떠난다. 사고로 경비행기는 불시착하고 클로리스는 유일한 생존자가 된다. 이 힘없고 늙은 여인은 무전기로 '클로리스'란 이름을 남기며 자신의 생존을 알리지만 그녀의 구조는 생각만큼 쉽지않고, 그녀의 생사는 구조대에게  묘연해진다. 


우리는 나와 다름을 이상하다고 느끼고 불편해하며 꺼려한다. 하지만 그 다름이 그들도 어쩔 수  없는 그들 본연의 모습이라면 어떨까? 세상에는  노력하면 되는 일도 있고,   노력해도 어쩔 수 없는 일들도 있다. 이 책 <클로리스>에서 나의 마음을 가장 빼앗았던 인물은 '마스크 남자'였다. 그를 그저 애달프다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음이 안타깝다. 그리고 책 속 주인공 클로리스가 끝까지 그를 믿었던 것 처럼 나도 그를 믿는다. 그가 비록 사회 속에서 손가락질 받는 본성을 지녔다하더라도 그가 말하는 그 일에 관계되지 않았음을 말하는 그의 말을 클로리스처럼 나도 믿는다.  우리가 믿고 들이대는 도덕의 잣대들이 시간에 따라 얼마나 많이 변하며 우리를 지배했는지 우리는 안다. 그러니 그걸로 누군가를 쉽게 손가락질 하는 행동이 공간과 시간에 따라 다르게 평가받을 수도 있음을 항상 생각해야한다.


<클로리스>가 은은하고 인간적이며 서로를 돕는 따뜻한 책이라고 생각하며 책장을 열었다면 당신은 후회할 것이다.  기묘하고 , 독특하며, 때로는 눈쌀을 찌뿌리게 하는 인물들과 그 인물들의 행동들이 여기저기 난무하는 글들로 이루어진 작품이다. 누군가의 감정에 우리가 사회 속에서 떠돌아 다니는 단어로 쉽게 이름 붙이는 것이 얼마나 폭력적인 것인지 생각하며, 어쩔 수 없는 자신의 본성을 스스로 거세하기 위해 노력하는 그 이상한 사람들의 발버둥도 생각해본다.



🌿 네이버 카페 '리딩투데이'를 통해 출판사로 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개인적인 서평'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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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알드 달 베스트 단편 세트 - 전3권 로알드 달 베스트 단편
로알드 달 지음, 정영목 외 옮김 / 교유서가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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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이 필요할까? 로알드 달인걸..그의 멋진 단편들을 하나하나 접할 수 있는 이런 멋진 기회가 또 있을까? 기발한 상상력의 대가 로알드 달이 화수분같은 상상력의 산물을 만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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