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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브야드 북 - 2009 뉴베리 상 수상작 ㅣ 에프 모던 클래식
닐 게이먼 지음, 황윤영 옮김 / F(에프) / 2016년 1월
평점 :
읽으면서 <기버>가 떠오른 것은, 남성 멘토의 도움을 받아 성장한 소년이 세계를 향해 여행을 떠나며 끝나는 이야기가 너무나 많은 반면 연애를 중심축에 두지 않은 소녀의 성장 이야기, 그리고 여성 멘토는 부재해 있단 것을 깨달아서.
이 소설에서 스칼릿이 묘사되는 방식, 이야기가 그녀를 사용한 방식은 끔찍할 정도로 전형적이다.
그럼에도 술술 읽히는, 재미있는 성장담이었고, 그렇기에 화가 난다. 흥미롭고 뭉클한 이야기와 매력적인 남성 캐릭터를 창조할 수 있는 작가가 만들어낸 여성 캐릭터가 하나같이 납작하고 도구적인 경우, 실망이 더 커지기 때문에.
한 가지 더. 번역에 대해서도 지적할 부분이 있다.
사일러스, 루페스쿠, 칸다르는 근위병 동료로, 사일러스와 칸다르는 서로 반말을 쓰는 사이로 번역되어 있다. 그러나 루페스쿠는 사일러스에게 해요체로 상급자에게 쓰는 말투를 사용하며, 사일러스는 루페스쿠에게 하오체로 하급자를 대하듯 말한다. 매우 이상하며 구린 부분이다. 남자 동료끼리는 반말을 하지만, 하급자나 상관이라는 어떤 단서도 없이 여자 캐릭터는 남자 캐릭터에게 존댓말을 하고 남자 캐릭터는 여자 캐릭터를 당연하다는 듯 하급자 취급.
1. 여자는 남자에게 존댓말을 해야 한다.
2. 여자니까 당연히 하급자일 것이다.
3. 취지는 알겠지만 여자가 남자에게 반말을 쓰는 건 뭔가 어색해...
이러한 가정이 무의식 영역에 박혀 있으니 번역을 이렇게 했으려나요? 칸다르와 사일러스는 반말을 하지만 루페스쿠는 곧 죽어도 해요체 존댓말이던데 후반부 가서는 웃길 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