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허튼 노력들 덕분에 지금의 우리가 있다. 두서없이 떠내려오는 근본 없는 것들을 어떻게든 조합하여, 다른 이들이 발 딛고 설 수 있을 만한 무언가를 만든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다. 비록 빈 택배 상자에 뽁뽁이를 채워 넣는 것처럼 초라하게 느껴질지라도, 나의 결핍 앞에 상처를 받고 굴복하는 대신, `가져버리는` 것. 그렇게 꼴을 갖추고 탄탈로스적 부조리를 긍정하는 주체로 거듭남으로써, 자아를 다시 쌓아올리는 것. 그것이 오늘날 우리가 할 수 있는 저항이며 창조다.˝- p204
대만ᆞ홍콩ᆞ일본, 그리고 한국 청년들의 주거 실태와 개선을 위한 노력을 담은 책. 청년기 이후의 주거 상황에 이르는 큰 그림의 필요성을 상기하고, ˝집˝ 이라는 공간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그러나 나 자신은 책에서 긍정적으로 소개하는 셰어하우스에 대해 부정적이고, 그 외의 해결 방안을 다룬 부분은 너무 원론적이고 먼 얘기라 주거문제에 대한 직접적ᆞ구체적 청사진을 얻을 수는 없었다. 게다가 한국 청년 주거문제의 실태와 해결의 실마리를 보여주는 뒤의 두 챕터는 20대 청년 중 대학생의 주거 환경에 대해서만 서술하고 있어 보강이 필요해 보인다. 챕터마다 글쓴이가 다른 탓에 서술이 균일하지 못하고 몇몇 부분은 지나치게 감정적인 에세이였던 것도 감점.그러나 한국 외의, 주거난이 심각한 대만ᆞ홍콩ᆞ일본의 사례를 알기 쉽고 읽기 편하게 소개해준 것은 좋았다.그렇지만 여기나 거기나 앞날이 막막하네... 동북아시아 어쩜 좋으냐.
니시 케이코 어쩌다 이렇게 돼 버렸지 남주 하난 엄마 타령, 여주는 성희롱 예술저씨에 설레며 엔딩은 드림물로도 민망할 전개. 외모와 능력을 후려침 당하던 여자의 구원과 성공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고 인정 받은 뒤조차 굴 속으로 기어들어가야 안정감을 얻는 여주의 캐릭터는 이 작가가 지속적으로 그려온 여성 캐릭터들의 극단적 수동성의 총집편 같다. 로맨스에서 단독자로 일어선 여주인공을 기대하는 것은 과한 욕심일까. 1권에서는 남주의 끔찍함만이 괴로웠는데 3권에 와서는 합리화되는 남주를 참는 데 더하여, 끝까지 자라지 못 한, 판타지에 자신을 우겨넣어 겨우 해방된 뒤에도 일상에선 여전히 움츠려야 하는 여주를 포장하는 것까지 견뎌야 했다. <언니의 결혼>도 그랬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이 작가는 여자 주인공을 통해 ˝끝까지 넌 안 돼˝라는 메세지를 일관적으로 보내는 듯함. <언니의 결혼> 8권 읽고 너무 실망했으나 <STAY> 작가였기 때문에 기대를 긁어모아 읽은 게 <나카지마 나카지마> 였는데 실망은 이제 구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이후로는 이 작가 작품을 더 읽지 않겠다고 결심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