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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것이었던 소녀 ㅣ 스토리콜렉터 41
마이클 로보텀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어느 날 전직 형사 레이 헤거티가 시체로 발견된다. 용의자로 지목된 사람은 바로 그의 딸 시에나. 아직 열 네 살밖에 안된 소녀다. 그리고 시에나 친구의 아버지인 심리학자 조지프 올로클린은 온 몸에 피를 묻힌 채 찾아온 시에나로 인해 이 사건에 개입하게 된다.
“위험에 직면하면 사람들은 보통 싸우거나 도망친다. 그러나 그보다 덜 명확한, 하지만 똑같이 자동적인 반응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슬로모션으로 생각하고 움직이면서, 얼어붙거나 마음을 닫아버린다. 몸서리치고, 벌벌 떨고, 숨을 들이켜고, 침을 꿀꺽 삼키지만, 도망치거나 싸우거나 비명을 지르지는 못한다. 시에나에겐 무슨 일인가 일어났다. 트라우마를 남긴 폭력적인 사건이.”
이 소설의 저자는 호주 제1의 범죄소설가 마이클 로보텀. 기자 출신으로 연쇄살인마, 은행강도, 아동유괴범 등을 뒤쫒으며 인터뷰를 하고 기사를 썼던 경험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소설의 내용이나 디테일도 굉장히 현실적인 느낌이 많이 든다.
이 소설은 앞서 이야기한 사건의 주인공 열 네 살 소녀, 시에나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소녀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 등. 특히 소녀의 선생님 고든 엘리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인기가 있는 고든 엘리스의 과거와 그 과거를 통해 현재 사건과의 관계, 시에나와 고든 엘리스의 관계와 관계로 인해 벌어지는 또 다른 사건. 그리고 이런 관계를 파헤치는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심리학자 조지프 올로클린.
“나는 고든 엘리스와 레이 헤거티와 시에나 사이의 관계를 만들 수는 있지만, 그들은 한데 묶어주는 연결고리가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특히, 심리학자 조지프 올로클린의 사람에 대한 직관적인 분석, 그리고 사건의 맥을 꿰뚫는 통찰이 아마 이 책의 백미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범죄소설이긴 하지만 실은 사람의 본성에 대한 분석을 한 느낌이랄까?
[고든 엘리스 프리먼. 36세. 지능은 평균 이상. 법의학 지식이 있다. 기술이나 기계에 대해서 잘 안다. 노련한 조종자이다 성범죄자로, 높은 수준의 계획을 사용하며, 그런 계획을 실행에 옮길 능력도 있다. 동기는 딱히 성적인 것은 아니다. 만족감의 원천은 정복보다 사냥 그 자체다. 어린 소녀를 자기 의지대로 바꾸어놓는 것. 자신에게 반하게 만드는 것. 그에게 맹목적으로 자신을 내어주게 만드는 것.]
어찌되었든 전직 형사 살인 사건의 실마리는 천천히 풀리지만, 이야기 전개의 디테일로 인해 지루함은 전혀 없다. 사건의 내막은 사랑에 대한 질투심. 그 질투심으로 인해 관련된 사람들에 대한 살인, 살인미수.
저자의 과거 취재경험이 바탕이 되어선 그런지 너무나도 현실적인, 그러나 저자의 사람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력이 더해져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그리고 지적인 소설이었던 것 같다. 재미도 재미이지만 인간의 본성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다면 꼭 보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