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라는 말이 없는 나라
한창훈 지음, 한단하 그림 / 한겨레출판 / 201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행복이라는 말이 없는 나라]


[★★★★☆]


[어느 누구도 어느 누구보다 높지 않다]


[2017. 2. 22 ~ 2017. 2. 23 완독]




 "바다의 특징은 잔잔하거나 파도가 치거나 똑같이 친다는 것이에요. 그제는 한 팔 정도의 파도가 쳤는데 모두 그 높이였어요. 어제는 가문비나무 높이 만큼 치솟았는데 모든 파도가 그랬어요. 오늘은 보시다시피 똑같이 잔잔해요."


...


(중략)


...


 법은 이랬다.


 "어느 누구도 어느 누구보다 높지 않다."

p21


 내가 소설을 쓴다면 이런 책을 쓰고 싶다. 글에 완전히 힘을 빼고 술술 써나가지만,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책. 동화같이 가볍고 산뜻하지만 그 이면에 인생의 진리(교훈)을 담고 있는 책. 오랜만에 아무 생각 없이 뽑아 들었던 책이 너무나 산뜻한 기분을 선사해주어 너무 좋았다. (한창훈이라는 작가의 책을 찾아볼 이유가 생겼군..)


 책이 있는 곳에 우연과 우연이 겹쳐 가끔씩 보여주는 소위 '인생 책'이라고 부를 수 있는, 꼭 기억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행복이라는 말이 없는 나라>. 더욱이 일러스트레이터 '한단아'의 일러스트가 이야기의 풍미를 더해 이야기 속에 깊이 빠져들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그들이 오기 전까지 섬은 수만년 동안 무인도 였다.

p9


 단순히 영토 확장을 위한 조사였던 어느 섬에 사람이 살기 시작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심한 파도와 강한 바람 등의 가혹한 환경에서 살아가길 원하는 이와 점차 늘어가는 섬 주민을 묶어주는 하나의 약속, 아니 법. "어느 누구도 어느 누구보다 높지 않다." 상대방의 어깨에 손을 얹고 인사처럼 얘기하는 이 말은 사람 사이의 평등을 말한다.


 각자가 필요한 일을 하고 가지고 있는 재능에 따라 일을 하며 섬에 필요한 모든 것을 자급자족 했던 그들은, 그들 스스로는 깨닫지 못했지만 자못 대단했다.


 어느날, 섬이 화산 활동을 시작해 본토에서 섬에 사는 이들을 구해, 폐쇄적인 섬의 삶에서 본토의 '화려한 삶'을 보여주지만 그들은 어리둥절 하기만 하다. 오직 본토의 남자와 사랑에 빠진 한 여인과 새롭게 옷감 장사를 시작한 가족을 빼고는 이해할 수 없는 본토의 기쁨을 떠나 그들의 기쁨을 찾아 다시 섬으로 돌아간다.




 "커다란 공장과 아무 말 없이 일만하는 사람들을 보는게 어떻게 기쁠 수가 있죠?"

p26

  "도중에 끼어들지 말고 말을 끝까지 들어줄 것."

  "필요할 때 맞장구 쳐줄 것."

- 쿠니의 이야기 들어주는 집 - 

 진정으로 가까워지려면 서로 번갈아 이야기하고 관심깊게 들어야 한다는 거, 듣는 것도 마치 말하는 것 같아야 한다는 걸요.

 - 쿠니의 대화하는 집 -


  어깨에 손을 얹고 너와 나는 동등함을 얘기하던 섬과 달리 이곳은 이해할 수 없는 것 투성이었다. 모든 것을 새롭게 배워야 했고 이해할 수 없는 것도 이해하는 척해야했다. 사랑도 쿠니를 지켜주지 못했다. 남자는 지쳤으며 쿠니는 이해할 수 없었다. 쿠니는 이야기를 들어 주었다. 단순히 이야기를 들어주기만 했는데도 단순히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했을 뿐인데도 사람들은 열광했다.


 날로 번창하는 쿠니의 이야기 들어주는 집에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졌지만 특별한 것은 없었다. 그저 끝까지 들어주고 가끔씩 맞장구를 쳐주는 것, 그것이 전부였다.



 서로 어울리는 소리가 있다는 게 아이는 마음에 들었다. 도와 레는 이웃해 있지만 한꺼번에 치면 어색했다. 같이 있어도 재미가 별로인 친구 같았다. 도와 미는 누르면 느낌이 불편하지 않았다. 레는 솔이나 시와 어울렸다. 그 셋을 누르면 사이 좋은 친구 셋이 만난 것처럼 기분 좋은 소리가 만들어 졌다. 그것은 빵에 염소 젖으로 만든 치즈를 얹거나 장어구이 옆에 초절임 생강채를 놓은 것과 비슷했다.

p75

 아이는 서로 어울리는 소리가 있다는게 마음에 들었다. 우연히 눌러본 피아노는 즐거웠다. 눈을 감고 가만히 듣고 있으면 섬으로 몰려오는 잔잔한 파도와 파도를 어루만지는 바람 소리가 들렸다. 아이의 뛰어난 감수성을 눈여겨 본 어떤 이의 추천으로 누구나 부러워 할 만한 피아노 배움의 길로 들어선 아이의 표정은 날로 어두워졌다.


 바람이 뛰어놀고 파도가 넘실대던 건반 위는 모짜르트와 베토벤이 되어야 했고, 바람과 파도는 더이상 움직 일 수 없었다. 아이의 연주는 마음 속 깊은 곳의 감정을 솟아오르게 만들었지만, 피아노를 치면 칠 수록 아이의 연주는 완벽해졌지만 더 이상 감정을 솟아오르게 만들지 못하게 된다.




 "악보에 없는 것을 만들어내면 안된다. 훌륭한 연주가가 되려면 기존의 연주를 그대로 본받는 것도 꼭 필요한 법이다."


 "그렇다면 아무나 한명만 치면 되잖아요."

p99

 "첫째, 선장은 언제나 옳다."

 "만약 선장이 틀렸을 경우는 어떡하죠?"

 "둘째, 선장이 틀렸을 경우"

 "..."

 "첫번째로 돌아간다."

p128

 "내일부터 학원에 다녀야 해. 그렇지 않으면 뒤떨어지니까."


 "준비를 해야해. 준비하는 자만이 성공 할 수 있으니까."

 

 "노후 준비는 부자가 되는 것을 의미했다."


 "내가 25년 동안 해놓은게 우리 신문사의 나이를 채우는 거였어."

"참 혼란스러워요. 어릴때부터 전 늘 준비하면서 살았어요. 준비를 해야 행복해진다고 배워서. 그래서 그런지 행복한 순간이 지금까지 없었던 것 같아요."

p167



  딱 3개의 이야기만 짤막하게 소개해봤다. 나머지는 내 머릿 속에 넘실대는 이미지를 부여잡기위한 문구를 몇가지 나열했으니 오랜 시간이 흘러도 잊지 않기를 바란다. 아니, 잊어버려도 좋다. 잊으면 꼭 다시 찾아 보기를 바라는 책이거든. 그리고 당신이 흥미를 가지고 꼭 읽어보기를 바라거든.


 진짜 '행복'이라는 단어는 어려운 것 같다. 현재를 즐기고 사는 것도 행복,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꿈을 이룬자의 행복, 더 이상 가질 것이 없는 자의 행복, 본인도 가난하지만 더 가난한 자를 돕는 이의 행복, 푸르른 하늘을 바라 볼 수 있는 행복, 아름다운 꽃내음을 맡을 수 있는 행복...


 수 많은 행복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지만 우리는 사실 행복하게 살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서로가 서로의 어깨에 손을 얹고 "어느 누구도 어느 누구보다 높지 않다."라는 말을 하는 날이 오기는 할까? 그저 '섬'이라는 공간을 빌어 이룰 수 없는 유토피아를 잠깐 소개시켜준 것일 뿐일까?


 누구보다 행복하지만 행복이라는 단어 자체가 없는 그 척박한 섬에 한번 가보고 싶다.





+ 찾아 볼 것. > 못찾것다... 주소 없나?

 일러스트 레이터 - 한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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