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하지 않습니다 - 격하게 솔직한 사노 요코의 근심 소멸 에세이
사노 요코 지음, 서혜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1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


[★★★]


[보헤미안 누나로 돌아온 그녀]


[2017. 2. 4 ~ 2017. 2. 7 완독]





  "봐봐, 봐바. 저기 저 이상적인 집 말이야. 텔레비전 드라마 장면 같아. 비정상 아냐?"

- 사노 요코의 아들 -

p48


 인연이 닿아 '사노 요코'라는 작가의 책을 몇 권 읽었었다.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라는 책을 본 것 같기도 하고, 보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내게 있어서 독서는 '선택 - 감상 - 정리'의 순서로 돌아가기 때문에 어떠한 사정이라도 '정리'가 되지 않으면 '책을 봤다'라고 잘 얘기하지 않는다.


 한창 책에 푹 빠져 있을 때 노트에 정리한 것을 다시 한번 곱씹으면서 책의 내용을 다시 한번 정리하면 머릿속 책장에 정리가 잘 되는 기분이랄까? 감상까지만 하고 노트에 잠들어서 정리의 단계로 나아가지 못한 책은 이 책장에 꼽히지 못하고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모양새라... '언제 주워서 정리하지?'라는 기분이 팍팍 든다.




 융자란 멋지다. 그게 뭐든 멋지다. 인생의 앞날은 모르지 않나. 융자란 멋지다.

p97

 "언니, 언니, 갑자기 생각이 났는데 말이야. 운전할 줄 알고 책 좋아하는 여자는 전부 이혼했어, 내가 아는 범위 안이긴 하지만."

p289



 '아무리 생각해도 본 것 같다.'는 기분이 강해서 블로그를 뒤지니 <문제가 있습니다>의 저자였다. 어쩐지 책에서 풍겨나오는 시니컬함이 느껴진다 했다. <문제가 있습니다>가 작가의 유년기를 위주로 쓰여졌다면,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는 중년의 사노 요코가 쓰여진 책이다.

 

 결혼도 했었고, 이혼도 했었고, 아들도 있으며, 책을 열심히 읽으며 빈둥빈둥 나태한 그녀는 이웃집 누나에서 '보헤미안 누나'가 되었다. 나라면 숨기고 싶어했을 가난을 '가난한 운명은 쾌락이었다.(p14)'라며 시니컬한 태도로 넘겨버리는 그녀는 정말 멋졌다.





 나의 친구가 무서운 말을 한다. "절세 미녀란 건 시대에 따라서 변해 왔을지 몰라. 하지만 절세 추녀란 건 어느 시대에도 결코 변하는 일이 없을 걸."

p126


... 와... ㅠㅂㅠ



 아니 어쩌면 그냥 내 마음과 같았다. 그저 그 마음을 밖으로 표출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차이일 뿐. 어쩌면 평범한 그녀의 삶. 인테리어 잡지에 大흥분하고, 좋아하는 취미인 책을 열심히 보며, 모두가 바라는 방바닥에서 뒹굴뒹글 거리는 아주 일상적인 삶이 재미있다. 분명 나의 일상적인 삶의 모습도 그러할 터인데 남의 일상적인 모습을 보고 즐거워하다니 조금 아이러니 하다.


 아니면 일상적인 삶을 흥미롭게 지켜보는 그녀의 시선이 재미있어서 랄까? 그래서 그녀의 글은 비슷하면서도 독특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항상 자유로운 기운이 느껴져서 좋거든.. 냄새도. 중년이 된 그녀는 분명 어릴적에 하지 않은 영화, 외국어, 여행에 도전하기도 하고 실패하기도 하며 살아간다. 나는 오늘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에서 그녀를 만나고 또 즐거워했다.




 여행의 즐거움은 이미지가 조금 깨지는 즐거움이다. 혹은 기대도 하지 않았던 것을 마주하는 즐거움이다.

p289


 나의 독서는 그저 심심풀이다. 나는 따분함을 못 참는다. 하지만 타고난 게으름뱅이라서 몸을 움직이는 것보다 마음이 분주한 쪽을 선택하고 만다.

p31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