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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 온 더 트레인
폴라 호킨스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걸 온 더 트레인]
[★★☆]
[황소 뒷걸음 치다가 쥐잡기]
[2016. 8. 30 ~ 2016. 9. 2 완독]
아침에 8시 4분 기차로 갔다가, 저녁에 17시 56분 기차로 돌아와. 내 기차들이야. 내가 타고 다니는 기차. 이런식이지 뭐.
p228
뭐니 뭐니 해도 <걸 온 더 트레인>이라는 책의 최고의 장점은 '베스트 셀러 = 좋은 책 or 재미있는 책'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아니라고? 또 다른 예시를 하나 들자면 2010년대 초반에 나온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은 초중반까지는 추천 도서에 꼭 올라와있던 책이였고, 내용은 모르더라도 제목은 들어봄직한 최고의 베스트 셀러 중 하나였다. 하지만 지금은 '나무야 미안해', '희대의 불쏘시개'급이로 전락을 해버렸지. (SNL "인턴전쟁 中" - 링크)
초반부터 책에 대해 악평을 하는데 "왜 책을 던지지 않고 끝까지 읽었냐?"고 물으신다면 딱 한 문장으로 답해줄 수 있다. "이 정신나간 주인공이 도대체 어떤 활약을 하는거지?"
스포일러 포함.
난 지금 기차 안에 앉아서 마치 앞으로 펼쳐질 모험에 한껏 들뜬 아이처럼 두 팔로 몸을 감싼 채 자꾸 떨리는 손을 옆구리에 끼워넣고 있다.
p157
<걸 온 더 트레인>.
기차를 타고 있는 여자. 레이첼. 해고를 당한 아픔을 아무도 알게 하고 싶지 않아 매일 출근 기차를 타고 도시를 배회하는 불쌍한 영혼. 기차 창밖에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과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거리를 거니는 사람들, 그리고 출근하는 배우자를 배웅해주는 사랑스러운 커플에게 제스와 제이슨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저들은 어떤 커플일까하는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본다.
어느 날, 달달한 제스와 제이슨 커플에게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는데... 제이슨을 보내고 제스가 다른 누군가와 진한 키스를 하는게 아닌가?! 그리고 얼마 후, 제스가 실종되었다는 소식이 뉴스에 흘러 나온다.
제스가 아니라 메건 히트웰, 그녀가 실종됐다.
p82
그냥 지나칠 수 있는 타인의 일상을 보고 제멋대로 상상을 하다가(그냥 상상이니까) 갑자기 현실의 실종 사건을 해결한 중요한 열쇠를 지닌 목격자가 되버린 레이첼의 행보를 쫓아가는 점이 흥미롭기는 했다. 목격자 레이첼과 실종 사건의 주인공인 메건. 그리고 제3의 인물 애나. 아무런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이들이 실종 사건과 어떤 연관이 있다는 말인가? 중반까지는 짜릿짜릿했었다. 아니, 초중반이라 해야하나..
사건의 1년전의 시간과 사건이 일어날즈음의 시간이 번갈아 진행되며 어느 순간 두개의 다른 시간이 하나로 합쳐져 사건이 마무리되는 구조도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이 모든 사건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인 레이첼? 이거 완전 예전에 본 <필스>(#리뷰 링크) 남자 주인공만큼 정신나간 여자가 아닌가? 알콜중독과 이혼한 남편 스토킹, 여기까지는 남편이 바람을 폈었고, 이혼 전에 둘이 계획했던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아서 그렇다고 하지만... 새장가를 든 전남편의 아이를 훔치려했다고? 응? 정신나간 X 확정이다.
이러한 만행이 초중반을 넘어서면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나의 온 신경은 레이첼에게만 집중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알콜 중독에 아동납치미수범에 스토커가 어떻게 실종 사건을 해결한다는거지?" 아무리 소 뒷걸음치다 쥐 잡는 격이라지만 어떤 개연성이 튀어나와 깔끔하게 사건을 종결시킬까라는 질문이 계속 머릿 속을 맴돌아 책을 손에 놓을 수가 없었다.
...
결말 부분의 사건 해결 열쇠는 너무나 허무해서 넋이 나갈 정도였다. 술을 먹고 필름이 끊긴 레이첼의 잠재기억 속에 해결 실마리도 아니고 해결법이 고스란히 들어있다니... 그리고 바로 경찰에 신고한 것도 아니고 범인을 직접 찾아가서 죽을 뻔하다니(긴장감도 전혀 없고)... 재미없다.
그나마 소설의 구조적 장치가 마음에 들어서 별을 반개 더 주기는 했지만, 내용적인 측면으로는 전.혀. 추천하고 싶은 생각은 없더라. 분명 사건을 잘 해결되고 주인공인 레이첼도 다시 딛고 일어서는 성장을 보여주는데, 책을 덮고나서 몰려오는 이 찝찝함은 뭐란 말인가. 저 정도로 베스트 셀러가 되었으면 영화화도 기대해 볼 수 있는데... 진짜.. 기대된다. (야아.. 기대된다~)
난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 기차를 타야한다.
p4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