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어바디
김휘 지음 / 새움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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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어바디]


[정상이란게 뭐죠?]


[2016. 2. 29 완독]


[새움 출판사 서평단 활동]






하나님 앞에선 변명이 소용 없으니. "누가 시켜서 했습니다, 혹은 당시엔 어쩔수가 없었습니다."그런건 안통하니 명심하라.

영화 <킹덤 오브 헤븐 中>

재미있다.

그리고 김휘의 다른 책 해마도시를 바로 찾아 빌렸다.



대체 정상이란게 뭐죠?

p86 

일그러지고 결여된 듯 보이는 것들이 기괴하고 낯설게 보일수록 사람들은 두려워한다. 혐오하기까지 한다.

p41


 특히 판타지/SF 문학이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을 엄청 좋아한다. (취향저격)

영화 <디스트릭트 9>과 <매트릭스>를 적절하게 섞어놓은 듯한 소설 <퓨어바디>는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물어온다. 작가는 팔이 4개, 머리가 2개, 귀가 코끼리 만큼 큰 인간이지만 "상태가 특별한 변동이나 탈이 없이 제대로인 사람"이라는 사전적인 의미의 정상인에서 벗어난 이형인(異形人)이 공존하고 있는 세상에 독자를 초대한다.


 어떠한 계기로 인해서 이형인이 정상인의 수만큼 늘어났으며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자 정상인은 인구조절부서를 설립하고 이형인을 탄압한다. 이형인은 3명까지만 아이를 낳을 수 있으며, 그 이상의 아이는 강제로 빼앗아 어디론가 보내진다. 이제 자연적인 임신은 장려되지 않으며 국가에 주문을 하면 정상아를 입양시켜주는 제도가 확립이 되었다.


바이오사가 정부로부터 위탁받아 집행하는 범위는 아이를 거둬 보호소로 가는 수송차량에 태우는 것까지 였으므로 이후 아이가 어디로 이동되고 어떻게 키워지는지 빈은 알 수 없었다. 관심도 없었고, 그에 대해서 자세하게 들은 바도 없었다.

p40

불안하고 불완전하고 어딘가 빈 여백이 있기 때문에 아름다울 수 있는거야.

p62


 인구조절부서에서 일을 하는 주인공 빈은 정상인을 대표한다. 이형인의 감시와 감독라는 직업때문에 이형인에게 폭행을 당하기도하는... 아마 이 세계에서 완벽하게 정상인의 입장을 나타내는 인물로 이형인의 대척점에 서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형인의 탄압이 당연시되는 세상. 평소에 연락도 하고 지내지 않았던 아버지의 다급한 연락을 받고 찾아간 집에서 사라진 아버지를 찾으며 <퓨어인간>은 시작된다. 아버지의 행적을 쫓아 가는 여정은 평소 빈이 알고 있던 세상과 정반대의 세계에 펼쳐져 있다. 정상인보다는 이형인을 더 많이 만나고, 이형인의 권리 확대를 지원하는 가이아 수호연대 사람과 만나기도 하며 이형인도 정상인과 다르지 않음을 알게된다.



빈은 오랜 세월 동안 그의 도시, 그의 세계였던 이곳을 다른 눈으로 보고 있었다. 그는 그가 숨쉬고 있는 지금 이곳이 탈출할 수 없는 거대한 우리처럼 느껴졌다.

p196

정상인 당신들이 말하는 정상이니 전형이니 이런게 대체 뭐냐구요?

p238


 과연 인간은 무엇인가? <퓨어인간>의 세계처럼 팔과 다리는 2개여야하고 머리는 하나 같은 신체적 특징이 정상의 범주에 있는 것인가? 자연적인 임신과 출산으로 태어나나 외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배척받는 이형인과 부모가 원하는 신체적 특징을 적용시킬 수 있는 아이를 국가로 부터 입양받는 것이 정상인가? 작가는 정상인과 이형인을 내세우며 "정상"이라는 단어에 의구심을 일으키게 만든다.


 "두눈박이 나라에서 한눈박이가 정상이 아니다."라는 문구에서 보듯이 정상인이 많은 세계에서 이형인이 비정상이라면, 이형인이 다수가 되면 정상인은 비정상이 되고 이형인은 정상이 되는가? 아니면 그 둘은 그저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을 뿐인가?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나누는 우리 세상처럼 말이다.


퓨어바디란 사육당하는 살아있는 과거야.

과거를 사육하는 이런 미친인간들을 보게 될 줄은 몰랐어.

p285


 이형인과의 만남으로 인해 변화하는 주인공 빈의 모습과 아버지에게 다가갈 수록 나타나는 퓨어바디라는 새로운 인간의 등장은 앞서 언급한 인간의 범주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준다. 책의 제목이자 내용을 관통하는 단어라 자세한 설명은 자제하련다. 책을 읽고 직접 판단하자.


 흡입력있는 필체를 따라 정신없이 읽어내려가다 잠깐 숨을 고르고 다시 소설 속으로 빨려들어갔던 <퓨어바디>. 김휘라는 작가의 책은 처음 보는 것 같은데 재미있게 읽었다. 또 재미있는 책을 써주기를 바란다.



정치인의 선거용 홍보문구나 기업의 제품광고 말고는 가슴 따뜻하게 장밋빛 미래를 속삭여줄 혀가 사라진 지금 , 사랑을 말하는 혀마저 멸종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스친다. 위로나 용기를 주는 혀도, 보고 싶다고 행복하라고 말해줄 혀도 사라질까.

- 작가의 말 -



+ 인터파크도서 신간리뷰단을 통해 제공된 도서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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