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팔로 하는 포옹
김중혁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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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팔로 하는 포옹]


[★★★☆]


[인간 본성의 결핍에 관하여]


[2015. 12. 6 ~ 2015. 12. 13 완독]




 다들 외로운 거예요, 그렇죠?

p41


 개인적으로 한국 작가 중에서 '김중혁' 작가를 제일로 좋아한다. 기라성같은 수많은 작가의 강렬함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가 가지고 있는 '독특함'에 매력을 느낀다고 해야할까. 좋아하고 응원하기로 했으니, 계속 밀어주고 싶은 작가님. 후후.


 <가짜팔로하는 포옹>은 '연애소설집'이라는 부제때문에 볼까말까 고민을 했었다. 김중혁 작가의 상상력을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오글오글' 소설은 보기가 싫어서 랄까. 로맨스 소설은 읽다보면 두드러기가 날 지경이라 독서 목록에도 어지간하면 올리지 않지만... '김중혁'이라는 이름일 눈에 밟혀 결국 도서관 책장에서 뽑아들고 말았다.


 사실, 맛있는 것은 아껴먹는 주의라 그의 작품을 내리 찾지는 않지만 (그래도 거의 다봄) 일단 뽑아 들었으니 즐거운 마음으로 읽어내려갔다.


 아주 고맙게도(?) '포.르.노'의 춘화 프로덕션으로 시작되는 AV촬영장의 열기, 어떤 유명 여가수의 실종, 큐레이터, 극도의 기계화 문명, 시계장인, 스포츠 선수 등 짤막하고 독립적이며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있는 <가짜 팔로 하는 포옹>.



 지하에 매몰된 사람들이 오랜 시간 후에 구조 됐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었다. 지하에 파묻힌 사람들의 마음을 아주 잠시 생각했다. (중략)

 "먼 나라 일 같지?" , "그러게, 바로 옆인데."

p150


 쭉~ 제목을 나열하다 보니까 '일반적인 사랑'이나 '로맨스'를 그려내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세상 속에서, 아니면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어느 곳에서, 그곳도 아니라면 상상 속에서만 존재할 세상에서 인간의 결핍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는 것 같다.


 온몸을 부대끼는 AV촬영장에서, 닉네임이라는 익명에 가려진 본성에서, 겉으로는 안타까워하지만 속으로는 아무런 느낌이 없는 대형 참사 앞에서, 느슨한 가족 관계 속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은 '인간 본성의 결핍'. 모든 관계에서 나오는 따뜻함, 모든 감정을 아우를 수 있는 '사랑'이라는 감정의 결핍이다.


  

괜찮아, 지나갔어, 정민철이 다시 말했다.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p158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어른'이라는 딱지가 붙여지고, 어른으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는 아이를 가슴 속 어딘가에 모두들 숨겨두고 있을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어른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언젠가...' 라는 꿈을 지니고 있는 불쌍한 어른들을 위한 소설 <가짜 팔로 하는 포옹>.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언급이 되는 여러 극단적인 상황에서 격한 감정을 뿜어내기 보다는 감정을 삭히고 숨기는 모습이 '훌.륭.한 어른'의 모습이 자주 등장하기 때문에 서글픈 생각이 든다. 소설 속에서 조차 '감정'을 겉으로 드러낼 수 없는 어른이라는 굴레.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사회적 가면'은 당연한 것이라는 생각이지만, 쩝. 본인의 민낯을 보여줄 곳이 자꾸 없어지는 것 같아 슬프다. (가정에서 조차 가능할까? 과연?)



 사람들은 살인자를 비난하지 않았다. 비난하려면 자신의 목숨을 걸어야 했다. 이미 일어난 죽음 때문에 내 목숨을 걸 수는 없었다.

p218

 차선재는 서랍에다 <Station>을 넣어 두었다. 지난 시간을 다시 태어나게 할 마음은 없었다. 돌아갈 수 없었다. (중략) '요요의 시간'으로 하자. 그래, 나쁘지 않아. 나쁘지 않아. 돌아갈 수는 없지만 그 시간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나쁘지 않아.

p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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