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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
안도현 / 열림원 / 2000년 3월
평점 :
[짜장면]
[★★★☆]
[혼자있어도 외롭지 않도록.. ]
[2016. 1. 25 완독]
있는 그대로 그려라.
아무런 주제 없이 그림을 그려오라는 숙제가 주어졌을 때, 하얀 도화지에 파란 물결을 그리며 "선생님, 저는 파도가 치는 모습을 그려왔어요."라고 말하는 학생에게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때로는 '건방지다' 말하며 다시 그려오기를 요구할 수도 있으며, 때로는 '관찰력이 뛰어나네!'라며 칭찬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마 예술을 점수로 나타내야하는 대한민국에서 다시 그려오라는 교사가 다수를 차지하지 않을까? 학생이 유명한 아티스트가 아닌 이상 '파란색 도화지'를 보고 점수를 후하게 준다면 (요즘같이 성적에 대해 온 집안이 꼬치꼬치 캐묻는 시대에) 뉴스에 나올 정도로 논란이 될 것이라는 것이 개인적인 판단.
아차. 이게 중요한게 아니지.
우리 엄마는 매일 수평선에다 빨래를 넌단다.
고양이와 생쥐같은 부모님. 아버지가 행사하는 폭력을 받아들이는 어머니의 표정에서는 아무런 감정을 느낄 수 없다. 우수한 성적을 유지하고 있던 나(주인공)이 집을 나와 17세의 나이로 만리장성이라는 중화요리 집에 배달원으로 취직을 하면서 겪는 다양한 사건과 성장을 다룬 책, <짜장면>.
항상 아버지는 폭력적이고 맞는 것은 어머니라는 편견과 식상함은 2000에 나왔으니 넘어가기로 하고, 배달원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성장하는 주인공을 지켜보는 것이 특징이다. 나이, 성별을 불문하고 누구든지 깍듯하게 대하는 할아버지와, 괄괄한 성격이지만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이발소 아저씨, 자신이 타고 다니는 오토바이 뒤에 앉아 즐겁게 소리지르는 여자 친구, 같이 라이딩(?)을 하는 오토바이 친구들.
어떻게 보면 삼류 청소년 소설같지만, 다른 시각으로 바라본다면 가장 '청소년'을 잘 그려낸 것이 아닐까? 집을 나와 125cc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를 하고 싶은 자유를 꿈꾸는 청소년과 그 시기 아무런 이해관계없이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만나는 친구들. 음~ 청춘이네!
요즘은 오토바이는 커녕 밥먹을 시간도 빠듯한 우리네 청소년이니, 예전보다 힘들면 힘들지 덜 힘들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러니 그들을 따뜻하게 안아주자. 오직 관심과 사랑만이 그들을 외롭지 않게 하리라. '함께'여야 고독을 느끼지 않는 것이 아닌... 속이 사랑으로 충만 하다면 외롭지 않으리...
아무도 내 옆에 없었지만 나는 외롭지 않았다.
p120
나는 그날 아이들 속에 숨어있는 어른을 보았던 것이다. 아이들은 축소한 어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