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수꾼
하퍼 리 지음, 공진호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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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수꾼]


[★★★★]


[여러분의 파수꾼은 어떠한 모습인가요?]


[2015. 8. 18 ~ 2015. 8. 21 완독]







주께서 내게 이르시되 가서 파수꾼을 세우고 그가 보는 것을 보고하게 하되. 


-이사야서 21장 6절-



묵혀 두고 묵혀 두었던 하퍼 리의 <파수꾼>.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으니 무엇이 가슴 속에 남아 있을까? 





넌 참 특이해. 본심을 속이기 못하니 말이야.

p27


 8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맞지 않게 잘못된 것에 허점을 찌르는 깜찍함과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일단 행동하고 보는 천방지축의 스카웃이 돌아왔다. 실제로 전작 <앵무새 죽이기> 이후 55년 만에 폭풍성장하여... (스카웃이 늙어서 할머니가 되었다고 해도 납득할 정도로 오랜 기간이 걸렸다.) 이제 그녀는 어엿한 성인이 되어 뉴욕커(New Yorker)가 되어 메이콤으로 돌아오며 이야기가 시작 된다. ('진 루이스 핀치'의 애칭인 스카웃이 마음에 들어 애칭을 계속 쓸 예정)



 많은 것이 변하지 않았지만, 많은 것이 변했다. 조슈아는 누군가에게 총을 쏘고 감옥에 들어가있고, 어릴적부터 같이 놀던 딜은 군복무를 했다가 지금은 이탈리아에 살며 방랑자로 살고 있으며, 스카웃은 오빠 친구인 행크와 사귀고 있고, 오빠 젬은 사고로 죽고 천국으로 돌아갔다. 오직 메이콤만이 과거의 모습 그대로 스카웃을 반긴다. 


 


우리 핀치 성을 쓰는 사람들은 무식한 시골뜨기 백인 하층민 쓰레기의 자식들과는 결혼하지 않아. 

p58



제 2차 세계 대전은 메이콤에 어떤 영향을 미쳤다. 

남자들은 돈 버는 것과 관련된 기이한 발상들과 더불어 

잃어버린 시간을 보상받고자 하는 절박한 마음을 품고 전쟁터에서 돌아왔다. 

p68



요즘 저들은 저런식으로 존재 증명을 해. 

p116


 과연 어떤 '갈등'이 자라나 메이콤을 지배하고 있을까? <앵무새 죽이기> 부터 이어온 '인종차별'일까? 아니면 남자친구와의 결혼에 반대하는 핀치 집안 사람들과 갈등? 수시로 언급되었던 '(미국) 남북전쟁'과 '제2차 세계대전'의 참상? 빠르게 책장을 넘기며 단서를 쫓기 시작했다.




느긋하게 생각하게. 


-애티커스 핀치- 

p118


 성인이 된 후 스카웃이 추억을 잠자고 있던 '추억 상자' 속에서 하나 둘 씩 꺼내는 동안 나는 절대로 변하지 않았을 것 같았던 메이콤 전체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전형적인 농사 지역의 마을과 어울리지 않는 아이스크림 가게와 피부색으로 우월을 결정하는 '인종차별'을 정면으로 맞서고 그들의 버팀목이자 힘이 되어 주었던 그녀의 아빠가 흑인을 등지고 백인의 편으로 돌아선 것을 목격하게 된다.




법을 준수하는 100%. 붉은 피가 흐르는 앵글로 색슨들, 그녀의 동족 미국인들, 쓰레기들. 

p149


그녀가 전적으로 그리고 진심으로 신뢰했던 유일한 사람이 그녀를 실망시켰다. 

p161


 사람의 생각이 모두 다르듯 '피부색의 차이'는 그저 '다름의 한갈래일뿐 그 사람의 죄를 결정짓는 것은 아니다.'라는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억울한 흑인 청년의 사건을 맡던 스카웃의 자랑, 애티커스 핀치가 남자 친구 행크와 함께 백인 우월주의적 발언과 행동을 하다니! 충격이다.


 단 한번도 의식해 본적도 없고, 생각해 본 적도 없는 아버지의 사랑은 어긋나버린 신념으로 인해 스카웃을 받쳐주는 거대한 지지대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인다. 격한 분노에 휩쌓인 그녀는 자신이 사랑했었던 모든 것을 밀어내고 다시 뉴옥으로 돌아가 다시는 오지 않으려고 한다.




각자의 파수꾼은 각자의 양심이야. 집단의 양심이란 것은 없어. 

p372


 수많은 협박에도 굴하지 않았던 '옳바른 것에 대한 신념'으로 똘똘 뭉쳐서 명언을 쏟아내었던 <앵무새 죽이기>의 '애티커스 핀치'가 이렇게 까지 바뀌다니 놀랍다. 그럼 이제까지 보여줬던 그의 모습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취했던 행동의 한가지일 뿐이란 말인가? 


 항상 멜빵바지만 입고다니며 오빠 젬과 함께 사건을 일으키던 소녀가 어느덧 성인이 되어 자신이 쌓아온 '지켜야할 가치가 있는 신념'을 굽히지 않는 '신체적, 정신적으로 성숙한 성인'으로서 반가운 변화보다는, <앵무새 죽이기>에서 선과 악의 저울을 세워놓고 선의 가장 끝에 서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멋진 '애티커스 핀치'의 변화가 뇌리에 남는다.


 흑인 차별, 백인 우월 주의, 남북 전쟁,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한 등장 인물 간의 '생각의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다툼 속에서자신이 믿어온 '절대적인 가치'가 무너진 후, 이를 딛고 일어서는 '스카웃의 또 다른 성장기'라고 생각하지는 못하겠다. 다만, 같이 자란 가족이라도 경험, 시대상, 배움, 환경 등의 다름으로 인해 '한 사람이 평생을 통해 쌓아온 무엇'을 스스로 올바른 잣대를 통해 세워야 한다는 교훈을 느낄 수가 있다. 


 이제 막 성인이된 '스카웃의 또 다른 성장기'가 지났으니 현실 시간으로 55년이 지나야 그녀의 원숙한 모습을 볼 수 있을까? 1926년 생의 작가이기 때문에 이제는 스카웃을 영영 볼 수는 없겠지만 여러모로 생각할 점을 일깨워 준 <하퍼 리>에게 감사하며 리뷰를 끝마친다.




 정식 시민의 신분은 각자가 획득해야 하는 특권이지 가벼이 주어지거나 가벼이 취급되어서는 안 될 무엇이라고 믿었단다. 


p345




<담지 못한 책 속의 한마디>


사랑하는 나의 아우구스타,

우리는 또 한번 굉장한 폭격을 했소,

프랑스인 1만명은 무덤으로 보냈소,

모든 축복의 근원인 하나님께 감사를.

- 빌헬림 1세 - p241



확실히 우리는 역사에서 교훈을 찾을 것 같지 않구나. p278



 무언가. 새로운 것을 낳고 있는데, 내가 그 새로운 것을 좋아 할지는 잘 모르겠구나. 하지만 나는 여기에 없어서 그걸 못볼테고, 너는 보겠지. 형이나 나같은 사람들은 폐물이 되었고 세상을 떠나야 하지만, 이 사회의 의미있는 것들을 가져가야 한다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야. p281



표면적으로 별로 좋지 않은 무언가의 일부로 보일 수 있어도 그 사람의 동기도 모르면서 제 멋대로 판단하지마. p324



사람들은 정직을 작은 칸들에 나눠 다니는 경향이 있단다, 아가. 여러가지 점에서 더할 나위없이 정직하면서도, 다른 점에서는 자기 자신도 속이곤 하지. p335



우리의 신들은 우리에게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거든. 그들은 인간의 수준으로 내려오면 안 되니까. p373



고집불통이 자기 의견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을 만나면 어떻게 하지? 양보하지 않아. 자기 의견을 굽히지 않지. 상대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도 않아, 그저 비난만하고. p375



 편견, 금기어, 신앙심. 즉 순수한 신앙심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은 그 모두가 이성이 끝나는 곳에서 시작한다는 점이야. p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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