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구루이 13
야마구치 타카유키 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살아가면서 어떻게는 선택을 해야만하는 순간이 온다.  

그리고 선택이란 근본적으로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지만 이유는 구구절절하다. 어쨋든 현대인들의 모든 선택은 자기만족이다. 삼성폰을 산다거나, 명품을 산다거나. 어쨋든 자기만족은 소비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하나의 의식코드같다는 생각을 한다. 봉건시대를 사는 사람들도 있다. 엄격한 상하질서 속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따라 하루하루를 보낸다. 현대인의 눈에는 노예로 보일 것이다. 봉건시대가 과거에만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권력에의 예종이란 속성은 현대인이라고 해서 자유롭지는 않다. 

이라코라는 인물은 봉건질서 속에서 신분을 부정하고 자신도 그 최상위에 오르려고 발버둥친다. 이것을 봉건사회의 초극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자기 스스로 또하나의 봉건사회를 만드는 것인가는 논외로 치겠다. 하여간 동양적 새디즘의 극치인 일본 봉건사회 속에서 위로 올라가려는 인간과 올라 오는 것을 막는 인간들의 전쟁터다.   

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급 인물들은 모두 특이하다. 육손이, 외팔이, 맹인, 절름발이.  이들은 이러한 사회적 개인적 헨디켑을 갖고서 위로 오르려 발버둥친다. 하지만 모두 실패한 사람들이다. 검의 대부 코간은 면접 때 손가락 6개를 수치스러워 하다가 떨어졌다. 창녀의 자식으로 검을 통해 신분을 넘어 위로 오르고 싶어하는 이라코 역시 오르다 떨어진다. 그리고 욕망이란 하나도 없는 것 처럼 보이는 겐노스케, 그 역시  겐노스케는 이러한 자신의 욕구를 또 다른 형식으로 발산한다.  

겐노스케의 위로의 욕망은 아래를 누르는 권력 속에 있으면서 자신과 체제를 동화시킴으로써 체제의 경찰로써 살아가면서 살아간다. 그는 단지 오르는 자를 누르면서 만족해 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자신을 깨닫지 못한 우둔한 인간. 전통적 봉건 사회에 가장 적합하게 적응해서 살아가는 모습. 살아 있으면서도 죽어있는 상태다. 그는 이라코가 자신의 자리를 빼았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덕분에 살아 움직이게 되는 케릭터다. 

이라코 역시 체제를 햝으며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의 분노는 체제 속에 거부된 자신의 모습 때문에 표출되는 것이다. 그의 절제할 수 없는 욕망은 어떠한 체제 속에서도 곱게 받아들여지지 못한다. 그는 정점에 오르지 않는 한 멈출 수 없는 존재인 것이다. 그의 검이 아래에서 위로 올려치는 겁법이 된 것도 그의 인생을 반영하는 것이다.  

코간의 검법은 타격 범위를 극한으로 벌리는 검법이다. 어디 블로그에선가 그의 검술을 가까워질 수 없는 봉건신분제를 상징한다는 말을 보았다. 그리고 겐노스케의 검법의 뿌리는 항상 코간류의 검법이다. 스승의 검법을 연구해 자기것으로 만들면서, 체제속에서 성장한 그의 검법. 하지만 아무리 그의 검법이 정심해 지더라도 이라코의 변칙적 공격에 번번히 패배하고 만다. 하지만 그가 가문을 벗고 떠돌이 생활을 하면서부터 그의 검법역시 한계를 극복한다. 또 다른 차원의 출발이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근거 잃어버린 그가 다다르고자 하는 것은 세이겐의 죽음. 그리고 세이겐의 죽음 뒤에는 그의 죽음이 있을 뿐이다. 

 굴절된 인간상의 모습. 그리고 비정상적 인간들의 향연. 왜 이렇게 되어야만 했을 까. 인간의 자유를 짓밟는 봉건사회가 그 잘못인가, 아니면 인간의 심성이 그렇게 하도록 한 것인가.세계는 개인의 원한을 떠나 큰 틀에서 돌아가고, 그 속에서 갈길 몰라 방화하며 서로 살을 섞으며 칼을 뽑아대는 하루살이 인간들의 향연이다. 하루살이 인간들이 하루 동안 그토록 처절하게 이루어 내고자 한 것은 무엇인가.   

무사는 3분간의 시합을 위해 인생을 건다. 하루살이 무사의 꿈은 세계보다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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