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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의 반격 - 2017년 제5회 제주 4.3 평화문학상 수상작
손원평 지음 / 은행나무 / 2017년 10월
평점 :
여기 한 사람이 있다. 정확히는 동갑내기 동명이인으로 인해 고통받았던 '삐'가. 이 책의 등장인물들이 어떠한지는 나의 주된 관심사는 아니었다. 책의 줄거리가 나오기 전에 이 책을 가제본으로 받아들고서 대략적인 줄거리를 알기 위해서 책장을 설렁설렁 넘겨보면서 서른의 '삐'가 제 이름을 찾기를 간절히 바라며 정독을 시작했다.
확실히 그녀는 '지혜'라는 이름이 있었다. 그러나 그런 그녀가 이름을 잃고 말았다. 혹자는 트라우마라 말하는 과거의 사건은 그녀로 하여금 마음의 무거운 짐을 짊어지게 만들었다. 아울러 88만원 세대의 88년생 지혜 씨는 과거의 일 뿐만아니라 현실이 악몽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언제 이 아픔에서 벗어날지, 언제 직업의 안정성을 보장받는 정규직이 될지, 그 어느 하나도 단정할 수 있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아니, 단 하나는 단정할 수 있었다. 이 책의 매력적인 남자 주인공 '규옥'으로 인한 변화의 물결 말이다.
전반적인 줄거리는 다른 리뷰어들이 이미 다루었기에 나는 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위안을 심화하고 싶다. 분명 이 세대의 반격은 제한적이고 응집적이기 어려우며 무엇보다 현실이란 벽 앞에서 매번 무너져 내린다. 더군다나 서른이란 나이의 부각은 우리사회가 여성을 옥죄는 여러 인식들 앞에서 주인공을 더욱 힘들게 만든다. 어쩌면 이 책도 결국엔 변혁하고 싶은 열망만이 남은 비참한 최후를 담고있는지도 모른다. 아마도 여기서 포기한다면 그럴 것이다.
"비참함은 우리의 속성이 아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마음 속으로 되뇌이고 다짐했다. 현실 속 비참함이 나와 당신, 우리를 규정하도록 놔둬서는 안 된다. 과거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그것은 트라우마가 아니라 잘못된 것임을, 우리가 약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들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해야한다. 실패는 비참함이 아니다. 이 자리에 머물 수 밖에 없다는 도피 속에 비참함은 피어오른다. 오늘 우리는 연대해야 한다. 소설 속 바로 그 카페처럼, 우리의 주인공이 마주했던, 이야기했던 그 곳처럼.
금수저냐 흙수저냐로 우리를 갈라놓기엔, 서른줄 청년들에게는 산적한 장애물들이 너무나도 많다. 함께 이겨가자. 작은 반격-큰 반격이 따로 없다. 우리의 잘못이 아니다. 나와 당신, 우리를 좀먹는 이 사회의 '악함'에 들이받을 준비는 이미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