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프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5
이종호 지음 / 황금가지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당신에게도 '스벵가리의 선물'이 찾아온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Y' or 'N'

호텔 '신기루'에서 묵으며 작업 활동에 심취해있던 베스트 셀러 작가 '정선우'는 어느날 '스벵가리의 선물'이라는 의문의 이메일을 받게된다. 그리고 그 메일은 한 여성의 투신자살 모습을 상세하게 촬영한 동영상을 담고 있었다. 그리고 울려퍼지는 벨소리.. 이렇게 '이프'는 시작되며 스토리가 진행됨에 따라 죽음의 그림자가 점점 퍼져가기 시작한다.

자신은 전교 2등이었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가 스벵가리의 선물을 받고 지하철에 투신해 버린 고등학생 조우진, 대학 신입생 김인호와 사랑에 빠져 행복한 시간을 나누었으나 마찬가지로 스벵가리의 선물을 받고 빌딩 옥상에서 자살한 대학생 홍정희, 그리고 자신이 착각하고 있던 모든 것을 알게 되버린 정선우마저 자살. 행복한 결혼 생활과 아이를 배었던 김선경도 목을 매달고, 새아버지가 죽음으로 그의 폭력에서 해방되어 꿈같은 인생을 맛보며 즐거워했던 김인해는 자신의 목을 칼로 베어 버린다.그리고 신문기자 장도엽.

몇 달 전의 불의의 사고로 가정의 불화를 겪고 그 때문에 비관적인 삶을 살게 된 그는 스벵가리의 선물의 피해자들의 자살 현장을 누구보다 먼저 발견하게 된 사람이다. 그들의 모습에 심각한 정신적 타격을 입으며 그는 이 사건에 빠져들게 되고, 그는 결국 스벵가리의 선물 사건의 내면를 알게 된다. 그리고 밝혀지는 가슴 아픈 결말과 반전..

'이프'는 한 인물, 즉 도엽이 가장 큰 핵심 인물이지만 전체적으로 위의 여섯 명 모두 주인공으로 서술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에 인물의 내면 묘사은 더욱 효과적일 수 있었고 그 덕분에 각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독자들의 가슴 속 깊이 새겨놓을 수 있었을 것이다.

홍정희의 망령이나 컴퓨터에서 튀어나오는 김선경을 서술하는 부분이 탁월하여 직접 그 장면을 두눈으로 보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고, 또 한편으로는 '이것이 공포물인가?' 하고 의문을 느낄 정도로 처절함이 감도는 장면은 눈물을 흘리기에 충분했다. 

일반적으로 호러물 하면 귀신이나 괴물이 출몰하여 공포를 일으키는 시간 때우기용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이프'는 그런 면보다 철학적인 것에 더욱 치중을 둔 작품이었다고 생각된다. 과연 당신에게 스벵가리의 선물이 찾아 온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이때까지 자신이 느꼈고 겪었던 많은 행복하고 소중한 시간이 최면에 지나지 않았다면, 그리고 간신히 잊고 있었던 슬픈 과거가 다시 떠올랐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모든 것들이 부정할수 없는 진실이었다면 정말, 어떻게 하겠는가. 그럴 땐 누구나 자살의 충동을 느끼게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잠시 잊을 수 있다고 그것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언제 또 다시 그 흉악스러운 입을 벌리고 사람을 다시 비탄에 빠트릴 수 있는게 바로 기억이란 존재이고, 우리는 그것을 회피해야만 해선 안될 것이다. 스벵가리의 선물의 피해자처럼.. 그렇게 행복을 추구한 채 슬픈 과거를 잊기만 해서는 모든 상처를 치유할 수는 없을테다.'

이프를 통해서 작가 이종호는 이런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입시, 외모지상주의, 에이즈에 대한 인식, 성공 아니면 가난이 되버리는 부조리, 그리고 이미 사회 문제에 깊이 뿌리 박혀있는 가정 폭력 등등. 평소 뉴스에서 자주 보게 되는 인물들이 주인공인 이프. 비록 비현실적인 부분이 섞여 있지만 결국 말하고자 하는 바는 사회 비판이 될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매일 서른명이 자살하고 960명이 자살을 시도하는 이 한국 사회. 현대인은 누구나 정신적인 병 하나씩은 다 가지고 있다고 누군가 말했던가? 상업주의에 따른 무차별적, 무기한적 경쟁에 의해 현대인은 점점 약해졌다. 자살과 염세주의는 늘어나고 낙관론자는 점점 줄어드는 현실. 현대인은 후회하고 있을 것이다.

"만약.. 한번만이라도..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이웃에게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이고, 자신에게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들. '스벵가리의 선물을 받은 자들은 무조건 자살한다.' 이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여섯 등장인물의 상처처럼 비극적이고 이겨낼 수 없는 사건이 나에게 일어나게 된다면....

과연 나는 어떻게 해야하는 것일까. 평소에 생각했던 것처럼 그런 일이 일어나도 참고 살아갈 수 있을까?  

비극적인 의문이 잠시 뇌리를 스친다.

읽기 전에는 간단하게 멋지겠다고만 생각했던 작품이지만, 막상 읽고 나서는 안타까움의 눈물과 쓸쓸함을, 한편으로는 멋진 스토리에 대한 감동을 숨길 수가 없었다. 뒷표지에 적혀있는 말처럼 영화도 빨리 제작되어 준다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게 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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