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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의 역사 ㅣ 역사 명저 시리즈 11
앵거스 컨스텀 지음, 이종인 옮김 / 가람기획 / 2002년 8월
평점 :
해적이라고 하면 영화나 만화에 나오는 애꾸눈에 수염을 기르고, 화려한 코트와 모자를 쓴 사람들을 떠올리거나, 테마파크의 로드쇼에 나오는 가로줄무늬 셔츠와 두건을 쓴 남자들을 떠올릴 것이다. 파묻은 금화들과 갈레온 선, 판자걷기와 갈고리 던지기를 떠올리는 사람도 많을 것이고, 이것들은 지금도 끊임없이 재생산되어 왔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이들 해적이 어떤 존재인지를 역사적 자료를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그들은 단지 포악한 범죄자로서, 구질구질한 삶을 살다가 목매달리거나 알콜중독으로 죽어나간 이들이었다. 이들을 영웅시 한다는 것은 그때 바다에서 무고하게 죽은 사람들에게 엄청난 결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절반 정도는 대항해시대 이후부터 1800년대 전까지의 유럽-아메리카 세계에서 이루어지던 해적행위와 해적들의 간략한 프로필, 그리고 이들이 어떻게 응징되어졌는가를 설명하고 있다. 카리브해에 휴가를 다니는 미국-유럽인들과 달리 우리에겐 단지 그 이미지만(당장에 블랙베어드라는 사람이 누군지 알겠는가?) 가져왔던 해적, 해적행위를 이 책을 통해 브리핑 받을 수 있엇다. 하지만, 이 이상의 내용은 이 책에서는 제시하지 않는다. 그도 그럴것이, 이 책은 문화현상을 해석하기 보다는, 그저 그것을 서술했을 뿐인 책이기 때문이다.(아니 어떻게 보면 사기열전과 같이 역사의 가치평가에 익숙해져서 그렇게 느낄지도 모르겠다)
아쉬웠던 것은, '동서양의 해적행위를 망라했다는' 책 치고는 동양의 해적들에 대한 접근은 취약하기 그지 없다는 점이다. 그저 중국 근대에 있었던 해적행위를 한 챕터로 다룬게 전부였는데, 실제 극동지역의 해적행위는 서양만큼이나 뿌리깊고 또 광범위했었는데(당장 국사책만 봐도 삼국시대부터 고려말, 조선시대까지 왜구들은 악명높았었다. 덤으로, 명나라도 왜구들에게 시달림을 많이 받았고) 이런 내용을 다루지 않고서도 저런 카피를 냈다는 것이 꽤 씁쓸했다.
이 책의 결론은 '해적들에 환상을 가지지 말아라.' 라고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너무 개론만 하다 끝난 느낌이라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