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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모킹 오레오 ㅣ 새소설 7
김홍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9월
평점 :
김치로 만든 햄버거를 보고 느낄 만한 새로움, 정작 맛은 글쎄.
이 소설에는, 아울러 김홍 작가의
소설에는 넘치는 재치와 그 위에 얹을 적절한 위트가 갖춰져 있다. 거기에 더해 글을 지루할 틈 없이
이끌어 나가는 템포 조절과, 훌륭한 소재 선정까지 고려한다면 꽤 괜찮은 소설이 완성될 법하다.
물론 완성될 법했다는 말은, 동시에
이 소설은 전적으로 불완전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스모킹 오레오’는
호기심이 생기는 작품이다. 서두에서 흔히 왈도체로 불리는 번역 투로,
한국에서, 자동소총을 만든다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툭 던진다. 중간중간 피식, 웃을 수 있는 요소들을 차치하더라도
충분히 이목을 휘어잡을 만하다. 순수문학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장르 감각을 끌고
들어온 부분에서 책장을 넘길 동력을 얻는다, 이거다.
‘총기
사건’은 한국 문학 Scene에서 색다른 소재이자 동시에
다루기 힘든 주제다. 몇 년 전 엽총으로 평소 앙심을 품고 있던 동료를 쏜 사건이 아직 머리를 스치지만, 기본적으로 우리나라는 총기 청정국 아닌가. 애초에 인구의 반은 총을
실제로 본 적도 없을 것이다. 생소한 소재를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게 풀어내려 M4A1의 설계도와 제작부터 시작한 점은 칭찬할 만하다. 그리고 의문의
‘단체’가 총기 제작을 지원하고, 성공적으로 총을 발사하면 1000비트코인을 준다니, 벌써 독자의 머릿속에서는 상상력이 춤을 춘다.
총기사건과 의문의 선언, 살아남은
자와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진상을 쫓는 이들. 독특한 요소들이 적절히 어우러지려면 연결고리가 필요하다. 그리고 연결고리 또는 윤활을 제공해야 할 사람은 언제나 작가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면 일단 문제라는 거다. 다양한 인물의 시점에서 전개되던 작품이 겹쳐지는 지점이 그래서 중요하다. 이를 어떻게 묶어낼 것인지 눈을 뗄 수 없었지만…
결론. 저런 식으로 ‘짜잔’하고
어설프게 뒤섞어버리면 “자자, 선수 입장~”과 다를 게 뭘까? 새로운 요소를 끌어왔고, 다양한 고리를 통해 이야기를 흥미롭게 구성했나 싶더니, 갑자기 클리셰로
범벅인 한 분기에도 몇 개씩 나오는 킬링타임 대중영화로 넘어와 버린다. 좋은 재료와 좋은 칼도 있는데
왜 그걸로 라면을 끓일까? 분명 새로운 재료가 들어있는 건 맞는데 이 소설, 익숙한 맛이 난다. 분명 독자가 작품에서 기대한 것은 새로움인데
왜 지난 주말에 먹은 라면이 오버랩이 될까?
사실
거기에 더해 이 소설에는 기초적인 문제가 있다. 묘사가 심히 방만하다.
을지로와 강남, 평창동과 아현동 등, 많은 공간을
활용하려 시도하고, 쿠앤틴 타란티노와 이소라를 언급하며 이야기를 구성하지만 정작 들어차야 할 세부묘사가
비어 있다. 소설에서 표현하려는 공간감과 분위기를 이해하려면 저곳들을 가보아야 하고, 타란티노를 보아야 하고, 이소라를 들어야 한다. 거기에 대한 아무런 서술도 없다. 작가가 좋아하는 것들을 이해해야
납득할 수 있는 소설이라니, 이거 쉽지 않다. 분명히 이
이야기의 시작은 흐물거리고 실체 없는 것이 아니었는데, 어느새 작가의 표현이 아니라 독자의 상상에 기댄다. 여러모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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