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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김금희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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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 김금희

5/10

[짜임새 있는 느긋함으로 조립한 젊음의 두 페이지.]

인물이 나름 살아있고 소설 안에서 숨도 쉰다. 상황은 재미있다. 전반적으로 썩 나쁘지 않다. 루즈한 이야기를 다루는 데도 불구하고 전통적 소재와 페퍼로니를 조화하며 독특함을, 동의 가능한 독특함을 이끌어 낸다. 다만 훌륭한 이미지의 활용에 비해 응집력이 떨어지고 그게 전반적인 옅은 맛으로 이어진다. 그게 작가와 소설의 색이라면 색이겠지만 때깔이 좋지만은 않다.


우리는 왜 얼마 동안 어디에, 은희경

4/10

[이야기를 위한 이야기를 하기 위한 이야기만으로.]

의도는 선명하다. 너무 선명해 되려 불편하기도 하다. 승아와 민영의 불협화음은 이 작품을 이끌어가는 힘이지만 동시에 구속이기도 했다. 솔직히, 난 이 작품이 소설이어야 할 이유를 하나도 찾지 못했다. 이야기를 살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식을 고민하기 위해서, 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적지 않은 부분에서 부적절하다. 이미지를 구성하는 방식이 좋지 못한 것도 저평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


실버들 천만사, 권여선

5/10

[같지만 또 다르게, 엄마는 그렇게 엄마가 된다.]

진부할 수도 있는 서사 구조와 방식을 가지고 변주를 통해 새로움을 이끌어낸다. 부모자식 간 화해 서사의 양상은 자칫 지루해지기 쉽지만 이 작품에서는 달랐다. 초반부를 넘어서 모녀가 만나는 장면부터는 새로움의 연속이다. 아픔을 딛고 일어서는 과정에서 보여지는 엄마의 성장도 흥미롭다. 서사적으로 아무런 시도- 또는 도전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감점요소를 찾을 수 있겠지만 그런 부족함을 감안하더라도 로 요약되는 은근한 긴장과 거리감이 재미있게 읽힌다.


바다와 캥거루와 낙원의 밤, 정한아

6/10

[그 무엇도 되지 못한 인간이 모든 것을 내려놓을 때까지.]

우선 무엇보다도 글에 흡인력이 있다. 끝까지 향하게 하는 힘으로 가득해서 꾹 차오르는 마음을 안고 읽게 된다. 작품에서 시원은 엄마에 의해 배제된다. 그런 아이를 두고, 현실을 마주하여 독자에게 다가오는 엄마의 모순 가득한 모습들이 복합적인 감정을 선사한다. 드라마로서 가치 있고, 그렇다고 이혼 가정 또는 사랑을 나누지 못하는 모녀의 갈등에만 초점을 두지도 않는다. 잘 설명하고 잘 드러냈다. 다만 캥거루를 굳이 사용하면서까지 제목을 지은 이유는 찾기 힘들다. 이 작품이 가진 가장 큰 오점이 하나 있다면 그건 제목이다. 더 좋은 이름을 짓기 위해 고민해야 하는 건 엄마 뿐 아니라 작가도 마찬가지다.


내게 내가 나일 그때, 최은미

7/10

[우리가 소설을 쓰거나 보아야 할 몇 가지 이유.]

소설이 소설이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적어도 올해 김승옥 문학상 안에서 그 이유를 가장 명료하게 드러낸 것은 최은미였다. 현실과 주관을 통해 성립하는 서술이 꼼꼼하게 감각을 사로잡고 그 안에서 선명히 주제가 드러난다. 표면에 과거와 기억이 덮이며 소설이 보여줄 수 있는 간접 체험의 효과를 가장 잘 수행했다. 다만 새로움이 부족한 점이 눈에 띈다. 보편적 서사 구조 두 개를 엮은 것만으로는 충분히 새로운 것을 쓰지 못했다고 심사위원은 생각한 모양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모든 작품보다 나은 소설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했다.


들소, 기준영

2/10

[이미지만으로 점철된 스크랩북은 소설로 성립하지 않는다.]

아주 개인적이고 아주 사소하고 아주 주관적인 시선으로 담긴 수필 위에 이미지 몇 개를 구워 얹는다. 그게 이 소설, 이 가진 전부다. 이해되지 않는 지점이 한둘이 아니고 결말까지 이르면 작가가 적당히 펼쳐 놓은 색들이 어설프게 섞여 잿빛으로 흐리멍텅하게 서있는 모습을 지켜보아야 한다. 그걸 참고 지켜본 우리에게는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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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과 비평 189호 - 2020.가을
창작과비평 편집부 지음 / 창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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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2020년이다. 계간 창작과 비평도 올 겨울이면 190호다.

40년 넘는 시간을 헤치고 넘어온 지금, 한국문학에는 무엇이 남아있나?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이번 신인소설상은 그 단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우리 문학은 2000년대 이후 그 무엇도 해내지 못했다.


어느 때보다도 다양한 일이 있던 한 해다. 사회는 크게 빠르게 변하고 있다. 문학이 살아 숨쉬려면 응당 새로운 것을 담아야 하고 더욱 발전하기 위해 고뇌해야 한다.


그러나 당선 작품 '이름 없는 마음'에서는 그 무엇도 보이지 않았다. 애초에 이런 말을 해야하는 게 우습지만 현권의 '플렉스'나 문자 메세지 외에 이 소설은 Now에 대한 일말의 고민도 담고있지 않다. 상황과 묘사를 조금 낡게 바꾸면 몇 년도에 나온 작품인지 알 방도가 없을 정도다. 고리타분한 이야기나 좀 더 들어보겠다고 사람들이 소설책 또는 창비를 집어들지 않는다는 걸 알아야 한다.


심사평을 보고 마음이 많이 아팠다. 소설에서 인물을 살리는 정도는 당연히 전제되어야 하는 요소인데 칭찬은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그렇다고 인물이 독창적이거나 생동감으로 가득해 금방이라도 소설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은 것도 아니다. 다른 척 조금 했을 뿐인데 박수를 보내줘야 하는 처지다.


낡은 이야기 구조에, 소설을 읽게 만드는 힘도 없고, 결말이 크게 가치 있거나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지도 못한다. 그런 소설을 '무엇보다 인물을 살릴 줄 아는 소설'이라고 칭하고 작가의 힘을 믿어본다고 창비는 말한다.


나는 그런 가식을 보겠다고 책을 집어들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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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모킹 오레오 새소설 7
김홍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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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로 만든 햄버거를 보고 느낄 만한 새로움, 정작 맛은 글쎄.



  이 소설에는, 아울러 김홍 작가의 소설에는 넘치는 재치와 그 위에 얹을 적절한 위트가 갖춰져 있다. 거기에 더해 글을 지루할 틈 없이 이끌어 나가는 템포 조절과, 훌륭한 소재 선정까지 고려한다면 꽤 괜찮은 소설이 완성될 법하다.

  물론 완성될 법했다는 말은, 동시에 이 소설은 전적으로 불완전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스모킹 오레오는 호기심이 생기는 작품이다. 서두에서 흔히 왈도체로 불리는 번역 투로, 한국에서, 자동소총을 만든다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툭 던진다. 중간중간 피식, 웃을 수 있는 요소들을 차치하더라도 충분히 이목을 휘어잡을 만하다. 순수문학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장르 감각을 끌고 들어온 부분에서 책장을 넘길 동력을 얻는다, 이거다.

  총기 사건은 한국 문학 Scene에서 색다른 소재이자 동시에 다루기 힘든 주제다. 몇 년 전 엽총으로 평소 앙심을 품고 있던 동료를 쏜 사건이 아직 머리를 스치지만, 기본적으로 우리나라는 총기 청정국 아닌가. 애초에 인구의 반은 총을 실제로 본 적도 없을 것이다. 생소한 소재를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게 풀어내려 M4A1의 설계도와 제작부터 시작한 점은 칭찬할 만하다. 그리고 의문의 단체가 총기 제작을 지원하고, 성공적으로 총을 발사하면 1000비트코인을 준다니, 벌써 독자의 머릿속에서는 상상력이 춤을 춘다.

  총기사건과 의문의 선언, 살아남은 자와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진상을 쫓는 이들. 독특한 요소들이 적절히 어우러지려면 연결고리가 필요하다. 그리고 연결고리 또는 윤활을 제공해야 할 사람은 언제나 작가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면 일단 문제라는 거다. 다양한 인물의 시점에서 전개되던 작품이 겹쳐지는 지점이 그래서 중요하다. 이를 어떻게 묶어낼 것인지 눈을 뗄 수 없었지만

  결론. 저런 식으로 짜잔하고 어설프게 뒤섞어버리면 자자, 선수 입장~”과 다를 게 뭘까? 새로운 요소를 끌어왔고, 다양한 고리를 통해 이야기를 흥미롭게 구성했나 싶더니, 갑자기 클리셰로 범벅인 한 분기에도 몇 개씩 나오는 킬링타임 대중영화로 넘어와 버린다. 좋은 재료와 좋은 칼도 있는데 왜 그걸로 라면을 끓일까? 분명 새로운 재료가 들어있는 건 맞는데 이 소설, 익숙한 맛이 난다. 분명 독자가 작품에서 기대한 것은 새로움인데 왜 지난 주말에 먹은 라면이 오버랩이 될까?

  사실 거기에 더해 이 소설에는 기초적인 문제가 있다. 묘사가 심히 방만하다. 을지로와 강남, 평창동과 아현동 등, 많은 공간을 활용하려 시도하고, 쿠앤틴 타란티노와 이소라를 언급하며 이야기를 구성하지만 정작 들어차야 할 세부묘사가 비어 있다. 소설에서 표현하려는 공간감과 분위기를 이해하려면 저곳들을 가보아야 하고, 타란티노를 보아야 하고, 이소라를 들어야 한다. 거기에 대한 아무런 서술도 없다. 작가가 좋아하는 것들을 이해해야 납득할 수 있는 소설이라니, 이거 쉽지 않다. 분명히 이 이야기의 시작은 흐물거리고 실체 없는 것이 아니었는데, 어느새 작가의 표현이 아니라 독자의 상상에 기댄다. 여러모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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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 혹은 애슐리
김성중 지음 / 창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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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와 편도체]


얼버무린 결론은 해마에는 닿을 수 없다.


 아주 일상적인 소재와 장소들을 활용하며 마치 가까운 누군가의 이야기인 양 잘 포장해 두었다. 해마와 편도체의 대담을 쭉 따라가며 구성되는 이야기는 흥미로운 한편 (좋은 의미로) 찝찝하기도 하다. 다만 대사를 쓰는 방식이 이해되지 않는다. 그 나이대에 맞지 않는 표현과 어투는 두 사람이 정말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인지, 소설에서 상정한 배역에 맞는지 의심하게 된다. 그런 어색함을 느끼는 매 순간마다 일상성으로 확보한 몰입감은 신기루처럼 흩어져 버린다.


 이야기의 구성으로 넘어가서, 후반부의 순간적인 서스펜스로 넘어가기 직전까지가 빈약하다.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점프를 느끼게 만든다. 작가가 하고싶은 이야기들을 하며 쌓아 놓은 미장센을 후반부에 활용하며 이야기를 갈무리하는데, 이 갈무리가 시작되는 지점이 불필요하게 선명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 법인은 인격이다.



[상속]


어여쁜 문장을 관망하고 싶은 거라면.


 글 쓰는 사람이나 환경을 배경에 세워 어설픈 고민을 늘어놓는 것 만으론 진부함을 벗어날 수 없다. 소설 쓰는 사람들이 소설에 상을 주는 거라 소설 쓰는 소설을 보고 문학인 셈 치고 상 준 건 아닌가 생각이 든다.


 구성을 뜯어보지 않아도 거진 전적으로 불완전하나 상속이라는 제목과 그 비유만은 선명하게 음각되어 있다는 게 이 작품의 유일한 희망이다. 따라서 이 소설을 읽는 누군가는 자기의 경험이나 생각을 바탕으로 이 빈틈투성이 작품을 칠할 지도 모른다. 거기에 감명을 받을 수도 있다. 다만 그것은 독자가 채워낸 것이다. 플랫하게 이 소설 안에 있는 문장만으로 본다면 빈약하다.


 거기에 더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갈 원동력은 그 어디에도 없다. 이게 한국 문단의 지금이라면 마음이 조금 쓰리다. 문장은 늘어져 이어가지만 읽게 만들 힘은 그 어떤 문장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부분은 파편적이고 전체는 이미지를 완성하기에 한없이 부족하다. 다만 대사는 볼 만하다. 작중 여성 인물만 등장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정상인]


이상과 현실 사이 어설픈 언저리가 저리다.


 작품은 90년대 대학가를 회상하며, 혁명을 말하는 젊은 이상론자, 어른이 되지 못한 피터팬을 조망한다. 소설을 평하기 위해 본다면 한 걸음 떨어져서 봐야 마땅하겠지만 이 작품은 조금 들어가서 읽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조금 들어가게 읽혔다.


 정상인 선배라는 인물의 모습이 선명하게 그려진다. 작가는 책의 텍스트를 끌어와 시대적 현실상을 포섭하고 자기의 언어를 덧붙여 소시민으로 전락해버린이상주의자의 이미지를 완성한다. 그러한 인물을 앞에 두고 중년이 되어버린, 서술의 초점이 되는 주영은 캠으로 돌아가 다시 이상론과 마주한다.


 이 작품이 어떠했는지 말하려면 동 작가의 상속과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상속은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내던져진 소설이다. 이미지의 형태는 잡아 놓았지만 마치 유행하는 컬러링 북 마냥 군데군데 빈 칸을 남겼다. 정상인은 그와 달리 이미지를 완결한다. 소설은 끝이 의문이든 결론이든 일종의 완결성을 갖춰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정상인은 완성되었고 이미지를 칠한 물감도 금방이라도 액자에 걸어도 좋을 만큼 잘 말랐다.


 다만 불필요한 부분이 걸린다. 소설은 정교한 기계장치처럼 반드시 필요한 구성요소만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기계장치를 분해하다 보면 어느새 우스꽝스러운 장난이 튀어나오는, 그런 부류의 위트가 필요한 것이 바로 소설이고, 예술이다. 하지만 더러 의미도 재미도 요소도 아닌 불협화음이 튀어나오는 소설이 있다. 이 작품에서도 첫 페이지의 비혼은 그런 부류의 사족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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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 상상도 못 할 곳에, 수많은 순록 떼가 켄 리우 한국판 오리지널 단편집 1
켄 리우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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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집 중 매듭 묶기, 사랑의 알고리즘, 달을 향하여 세 편을 먼저 읽고 씁니다.



[매듭 묶기]


동서와 고금을 일방향으로 가로지르는.


흥미진진한 과학 소설이다. 다만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중반부 보스턴이 나오는 대목에선 현대와 고전의, 서양과 동양의 조화를 잠시 상상했지만 그것도 잠시. 일견 당연하다 생각될 지도 모르는 결말과 마주한다. 여기서의 충돌은 많은 생각거리를 시사한다. 일종의 이용과 약탈로 표현될 수 있는 모습은 근대화의 과정을 연상하게 하기도 한다.

또한 적절한 과학과의 연계성과 흘깃 보이는 공상적 실현가능성은 이 소설을 흥미롭게 지켜보게 하는 중요한 요소다. 전통과 현대의 이해 가능성을 전하려 시도하는 것처럼 보였던 (적어도 중반부까지는) 실험 장면과 도시 장면들은 충분히 그럴싸해보인다.



[사랑의 알고리즘]


지금 시간대의 우리가 가져야 하는 고민에 대한 켄 리우의 질문.


흥미롭지만 단지 그것 뿐이다. 내용은 없고 질문만으로 차 있다. 허나 참 시의적절한 내용이다. 뒤이어 찾아올 기술적 특이점을 앞두고 인류가 고민해보아야 할 지점이 몇 가지 있다. 그 중 하나는 우리가 믿어 의심치 않아온 유일한 인간성이다. 이 소설은 알고리즘의 비유로 인간성을 의심한다.

다만 직관적이지 못하다. 주인공의 서술이 납득은 가지만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거기에 더해 이 소설에서의 질문 그 자체는 이미 많이, 다양한 장르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언급되어 온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켄 리우라는 작가에게 기대하는 수준은 꽤 높기 때문에 더 독창적인 방식으로 풀어내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쉽다.



[달을 향하여]


환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진실 혹은 거짓.


진실이라는 말은 모호하다. 거짓이라는 말도 마찬가지다. 그저 사실과 기억만이 있을 뿐이다. 무언가 덧붙여지거나 생략된다. 그러면서 인간의 이야기는 만들어진다. 이 소설에선 난민의 이야기를 전해 듣는 신참 변호사의 관점에서 풀어낸다. 납득이 가는 거짓말과 얼룩짐에도 불구하고 마음 아픈 진실은 겹쳐지며 이야기를 애잔하게 만든다.

가장 인상깊은 시퀀스는 단연 교차되어 이어지는, 달과 달 주민으로 비유되는 환상과 미국이라는 현실이다. 이 두 영역은 각자 다르지만 같다. 한쪽의 경험이 다른 한 쪽에 영향을 준다. 사실 그 환상도 언젠가의 누군가의 현실이었을 테다. 그 명백한 사실은 또 한 번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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