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 상상도 못 할 곳에, 수많은 순록 떼가 켄 리우 한국판 오리지널 단편집 1
켄 리우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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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집 중 매듭 묶기, 사랑의 알고리즘, 달을 향하여 세 편을 먼저 읽고 씁니다.



[매듭 묶기]


동서와 고금을 일방향으로 가로지르는.


흥미진진한 과학 소설이다. 다만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중반부 보스턴이 나오는 대목에선 현대와 고전의, 서양과 동양의 조화를 잠시 상상했지만 그것도 잠시. 일견 당연하다 생각될 지도 모르는 결말과 마주한다. 여기서의 충돌은 많은 생각거리를 시사한다. 일종의 이용과 약탈로 표현될 수 있는 모습은 근대화의 과정을 연상하게 하기도 한다.

또한 적절한 과학과의 연계성과 흘깃 보이는 공상적 실현가능성은 이 소설을 흥미롭게 지켜보게 하는 중요한 요소다. 전통과 현대의 이해 가능성을 전하려 시도하는 것처럼 보였던 (적어도 중반부까지는) 실험 장면과 도시 장면들은 충분히 그럴싸해보인다.



[사랑의 알고리즘]


지금 시간대의 우리가 가져야 하는 고민에 대한 켄 리우의 질문.


흥미롭지만 단지 그것 뿐이다. 내용은 없고 질문만으로 차 있다. 허나 참 시의적절한 내용이다. 뒤이어 찾아올 기술적 특이점을 앞두고 인류가 고민해보아야 할 지점이 몇 가지 있다. 그 중 하나는 우리가 믿어 의심치 않아온 유일한 인간성이다. 이 소설은 알고리즘의 비유로 인간성을 의심한다.

다만 직관적이지 못하다. 주인공의 서술이 납득은 가지만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거기에 더해 이 소설에서의 질문 그 자체는 이미 많이, 다양한 장르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언급되어 온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켄 리우라는 작가에게 기대하는 수준은 꽤 높기 때문에 더 독창적인 방식으로 풀어내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쉽다.



[달을 향하여]


환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진실 혹은 거짓.


진실이라는 말은 모호하다. 거짓이라는 말도 마찬가지다. 그저 사실과 기억만이 있을 뿐이다. 무언가 덧붙여지거나 생략된다. 그러면서 인간의 이야기는 만들어진다. 이 소설에선 난민의 이야기를 전해 듣는 신참 변호사의 관점에서 풀어낸다. 납득이 가는 거짓말과 얼룩짐에도 불구하고 마음 아픈 진실은 겹쳐지며 이야기를 애잔하게 만든다.

가장 인상깊은 시퀀스는 단연 교차되어 이어지는, 달과 달 주민으로 비유되는 환상과 미국이라는 현실이다. 이 두 영역은 각자 다르지만 같다. 한쪽의 경험이 다른 한 쪽에 영향을 준다. 사실 그 환상도 언젠가의 누군가의 현실이었을 테다. 그 명백한 사실은 또 한 번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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