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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한 유럽여행 - 여자 혼자 떠난 유럽 13개국 자전거 여행
김윤정 지음 / 상상출판 / 2012년 6월
평점 :
이 책은 3개월 후에 계획하고 있는 유럽여행이 아니었다면 눈도 주지 않았을것이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다양한 종류의 기행기를 읽었는데 돈 한푼 쓰지 않는 무전여행에서 직접 물건을 사고 팔며 이동하는 거래여행, 현지에 1년 이상 체류하며 명상의 시간을 갖는 휴식여행까지 여행은 목적에 따라 얼마든지 다양해진다. 그런 점에서 자전거 여행은 새로운 종류의 여행이고 여행을 준비하는 자들에게 큰 도전으로 다가온다. 주된 운송수단이 자전거이기 때문에 버스나 열차를 타거나 비행기나 배처럼 빠르게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자전거 여행은 또 하나의 기회이자 즐거움이 된다.
저자는 타고난 자전거 애호가이다. 3살부터 안장에 앉기 시작해 학창시절도 자전거와 함께 했고 이미 우리나라와 일본을 자전거로 일주했다. 그 만큼 자전거를 사랑하는 그녀는 자전거 전문가이기도 하다. 책에서 소개하는 자전거의 종류만 해도 수 가지이고 처음 들어보는 것들도 더러 있다. 그녀의 여행 루트에 이번 여행의 한 목적이라고 할 수 있는 유로바이크에 참여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여행에서 계획이란 꼭 필요한 것이지만 어떤 때에는 참 부질없는 것이다. 저자의 여행에서는 자전거가 시도 때도 없이 말썽을 부린다. 긴 여행이기에 당연히 거쳐 가야하는 관문이라 생각되지만 싼게 비지떡이란 말도 생각나며 또 자전거는 고장이 난다. 결국 자전거는 뜨거운 감자가 되어 유로바이크에는 같이 가지도 못한다. 자전거는 계획의 중심에 있으면서도 훼방을 놓는 주체이기도 하다. 또 만나는 사람마다 정이 넘친다. 고생하러 온 여행자에 대한 동정심 때문인지 저자는 참을 수 없는 안락함과 휴식의 유혹 속에 빠진다. 이런 만남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어쩌면 현지인과의 만남도 계획의 한 부분이리라. 그러나 그 만남을 모두 수용하기에는 그들이 너무 친절하다. 틀에 박힌 여행이 아닌 이 변화무쌍함. 이것 또한 여행의 한 매력일 것이다. 여행에는 좋고 나쁨이 없다. 그 여행 나름의 가치가 있는 것이다.
자전거 여행은 참 현실적인 여행 방법이다. 도보 여행은 교통비를 아낄 수 있지만 시간을 많이 투자한다. 교통 수단을 모두 이용하자면 시간은 아낄 수 있겠지만 비용은 그 만큼 올라간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자전거 여행은 두 여행의 타협점을 찾아 준다. 또, 그 의미면에서는 절충적인 성격을 띤다. 책의 227페이지에 저자는 말한다.
'자전거 여행하는 사람들은 누가 보지 않더라도 차를 타는 것을 터부시한다.
그저 스스로 뭔가 속이는 듯한 느낌을 받아서인데,
상황 상 차를 탓더라도 웬만하면 그 자리를 돌아가 자전거를 타고 싶어한다.'
자전거 여행자들은 순수하게 타는 것을 즐긴다. 자전거로만 여행 루트를 누비며 바퀴 자국을 남기는 것은 그들에게 자부심이자 자존심과 같은 것이다.
지인 중에서 젊은 나이에 유럽 배낭여행을 갔다와서 했던 말이있다.
'여행은 즐겁게 사람 만나는 일'
그렇다. 여행도 결국에는 사람과 사람이다. 현지인들을 만나고 마음을 나누는 것이 여행이다. 저자도 자전거 여행을 떠나기전 런던에서 만났던 유럽 친구들이 없었더라면, 여행을 하는 곳곳마다 다가온 도움의 손길들이 없었더라면 그 큰 대륙을 일주하는 것은 어려웠을 것이다. 자전거가 망가지면 고쳐줄 사람이 나타나고 얇은 텐트 안에서 추위와 싸우고 있으면 따듯한 안식처와 스프, 마음까지 위로해주는 사람이 나타난다. 여행이란, 그들을 통해서 그들과 함께 하기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