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올게요, 오래가게 - 기꺼이 단골이 되고 싶은 다정하고 주름진 노포 이야기
서진영 지음, 루시드로잉 그림 / arte(아르테)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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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을 보고 박찬일 쉐프님의 ‘백년식당, 요리사 박찬일의 노포기행’이 떠올랐습니다.

오래가게

흔히 대를 이어 운영하며 고유의 정서와 전통이 있는 가게를 가리켜 노포 老鋪라고 합니다.

직관적으로는 ‘한자리를 오래 지켜오며 맛있다고 소문이 난 음식점’이 떠오릅니다.

그래서 고민이 생겼습니다.

음식점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들을 만들고 파는 다양한 표정의 가게들을 소개하는 이 책에 노포라는 이름이 어울릴까 하고 말입니다.

고민을 하던 차에 서울시의 ‘오래가게’프로젝트를 알게 되었습니다.

일본식 한자어 표기인 노포를 대신해 ‘오래된 가게가 더욱 오래가기를 바란다’라는 뜻을 담아 오래가게라 새로 이름 짓고, 서울에서 30년 넘게 또는 2대 이상 대를 이어 운영하거나 무형문화재 등 명인과 장인이 기술과 가치를 이어가고 있는 매력적인 가게를 발굴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중략)

더 많은 전국의 오래된 가게들이 함께 사랑받고 알려지길 바라는 마음을 확인하고, 이 책의 제목에 ‘오래가게’명칭 사용을 협의하였습니다.



이 책은 전국의 오래된 음식점 뿐만이 아니라, 자전거포, 대장간 등 물건을 파는 오래된 가게들도 그림과 함께 소개합니다.

추억은 쌓고

그리움은 달래고

정은 보탠다

어반스케치(현장그림)를 통해 일상에서 마주하는 특별한 순간이나, 사라지는 것들을 그려서 간직하는 것도 의미가 큽니다.

올해 초 그렸던 고창 심원의 용기마을 슈퍼가 얼마 전에 사라진 걸 알았습니다.

아쉬웠지만 그래도 그려두길 잘했다라는 작은 위안이 생겼거든요.

https://blog.naver.com/nezumi0712/222243218176

이 책을 통해 작가님들과 이런 마음을 함께 나눈 것 같아 행복합니다.

루시드로잉 작가님의 그림은 이전부터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두 손 모으고 보고 있었습니다.

https://blog.naver.com/seattle122

그동안 작가님의 그림을 디지털 그림으로 착각하고 있었습니다.

촘촘하고 일정하게 해칭을 넣어 구석구석 그림자를 표현한 것을 보고, 디지털로 간단히(?) ‘복붙’하는 것인 줄 알았거든요.

책에 실린 모든 그림의 아래에는 그림의 제목, 크기, 그리고 ‘pen on paper’라고 써있습니다.



 


이미경 작가님의 [동전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가게들]도 떠올랐습니다.

멀리서 보면 붓으로 채색을 한 것 같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면 전체가 전부 촘촘한 선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작가님처럼 해칭을 하려면...

정말 많은 정성이 들어간다는 것을 이제는 잘 알고 있습니다.

지울 수 없는 펜으로 그림을 그리면 선이 잘못 벗어나서 종종 창틀이 없어지거나, 없던 기둥이 생길 때가 많습니다.

완성이 된 그림을 보는 사람들은 쉽게 찾아내지 못 해도, 그 건물을 그려본 사람은 단 번에 알아보게 됩니다.

당연히 그림을 그린 작가도 잘 압니다.

제대로 관찰하지 않아 건축물의 세부형태가 머릿 속에 그려있지 않기 때문에 실수하게 되는 것이죠.

선의 시작과 끝을 계속 확인하고 한 선 한 선을 조심스럽게 이어가야 합니다.

하지만 ‘자만심’이 올라오거나, 긴 시간동안 작업을 하다 ‘인내력’이 바닥을 치면 ‘대충’ 선을 긋다가 실수하게 됩니다.

또, 펜이 종이 위에서 머물러 멈칫하는 순간 금새 잉크가 번지기도 합니다.

제 경우에는 실수가 없어야 하는 작업을 하게 되면, 먼저 습작을 그립니다.

평소에는 바로 펜으로 스케치를 하지만, 이 때는 습작을 그릴 때도 연필로 선을 먼저 그립니다.

연필 선 위에 펜으로 조심스럽게 그리고, 다시 지우개로 지우고 채색합니다.

그리면서 조심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따로 적을 때도 있습니다만, 그럴 정도로 고난이도의 작업을 해 본 적은 없습니다.

이렇게 준비과정이 끝나면 다시 그리기 시작합니다.

디자이너분들은 이 준비과정 이전에 클라이언트와 작업의 방향에 대한 사전협의를 하고, 거기에 작가분들은 클라이언트에게 1차 결과물을 보여주고 확인 받은 후 본 작업에 들어갑니다.

그런데 여기서 혹여 클라이언트가 최초 협의한 방향을 뒤집고 ‘이 그림은 이 쪽 방향에서 그려주세요’라는 식으로 요청한다면, 그 작업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물론, 그리기 이전에 진행했던 현장답사를 다시 해야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자 하는 방향, 태양의 그림자는 작가가 직접 눈으로 보고 사진으로 남겨야 그리는 것이 수월해지니까요.

몇 번의 작업 의뢰를 받아보니...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아직 나는 ‘작품’을 그리는 데 집중해야지, ‘작업’을 할 깜냥이 아니다‘라는 것입니다.

또는, 루시드로잉 작가님처럼 클라이언트의 ‘작업’수정 요청에 거절할 수 있는 수준의 ‘작품’을 그릴 수 있도록 꾸준히 연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총 24개의 오래가게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예전에 ‘성시경의 음악다방’에서 이현주 기자와 박중훈 작가의 ‘음식도시’를 듣고, 전국의 오래된 맛집을 찾아다녔던 추억에도 불구하고

직접 가보지 못한 곳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 중 유일하게 직접 가 본 익산의 ‘진미식당’을 그렸습니다.



작년 초 겨울해가 일찍 떨어지기 시작하는 늦은 오후 ‘진미식당’의 외부 사진이 한 장 남아 있었습니다.

익산 황등비빔밥으로 진미식당과 함께 유명한 ‘한일식당’을 그 전에 먼저 가보았던 터라 저는 큰 차이를 못 느꼈지만, 아내는 진미식당이 더 입맛에 맞는다고 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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