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에도 휴가가 필요해서
아리(임현경) 지음 / 북튼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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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는 것과는 별개로

나는 여전히 하고 싶은 게 자꾸 생겼는데

그 꿈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은 점점 줄어갔다.

어느 순간 ‘내가 이상한가?’라는 자기 의심이,

‘이러면 안되나?’라는 확신 없음이,

‘다들 그렇게 사는데, 뭐’라는 체념이 착실히 꼬리를 물었다.

저는 결혼 15년차 남편입니다.

직장을 다니며, 독서나 그림 등의 취미생활을 하고 있지만, 전업주부로 간간히 아르바이트를 하는 아내는 주변의 친구들을 만나는 것이 전부입니다.

아이들이 커도 아이들에 대한 관심과 뒷바라지는 줄지 않고, 귀촌까지하니 오랜 친구들을 만나기도 어렵고, 가슴을 터놓고 이야기할 새로운 친구도 없습니다.

얼마전 갑자기 큰 소리로 울면서 이런 답답함을 꺼내는 아내에게 죄스러운 마음이 가득해 져버렸습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한 달에 하루는 육아에 지친 아내가 편안히 시간을 쓰도록 육아와 가사를 전담하는 날을 가지겠다고 공언했지만 아내는 아이들에 대한 걱정 때문에 한 번도 제대로 그 시간을 사용하거나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나부터 나를 잘 대접해야 내가 행복하고

그 행복을 가족에게도 전해줄 수 있는 거잖아!

모두를 위해서 나는 돈을 (조금 더) 쓴 것뿐이라고!

아휴, 그래 봤자 5만 원이다!

자신을 잘 돌봐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나를 위해 돈을 쓰는 순간에 훅 들어오는 고민은 아직도 힘들다.

이기적이지만 '저처럼' 아내 스스로 혼자서도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가지고 행복할 수 있는 조촐한 시도를 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찾을 수 있기를 희망하면서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아이의 책을 사면서 내가 읽고 싶은 책도 망설이지 않고 구입하는 일,

이유식을 만들어 먹이는 와중에도 가끔은 밖에서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사서 먹는 일,

부엌 식탁이나 남편의 책상에 앉지 않고 나를 위한 책상을 따로 장만했던 일,

그리고 시간이 날 때마다 그곳에 앉아 나의 꿈을 적어 내려가던 일....

그 모든 순간이 내게는 ‘결혼한 여자 혼자 떠나는 여행’을 준비하던 작은 여행 순간들이었다.

세상의 멋지고 아름다운 장소에 발을 내딛는 것만이 여행의 전부는 아니다.

내 안의 욕구가 막힘없이 흘러가도록 그 소리를 들어주고 길을 내어주는 행위야말로

인생의 진짜 여행이 아닐까?


결혼과 함께 출산, 자신을 뒤로 하고 엄마, 아내, 며느리, 딸로만 살았던 저자는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 남편을 두고 딸과 함께 발리, 우붓으로 떠납니다.

홀로 남겨두고 온 남편을 걱정하기도 했지만, 그는 그대로 성장하기를 기대합니다.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내고 배우고 준비했던 번역 일을 하며 단순하고 소박한 삶에 감사하며 살아갑니다.

새로운 곳에서의 삶이 익숙해지기 시작하면서 오토바이 라이딩을 시작하며 삶의 반경을 넓혀가고, 요가를 시작합니다. 라틴 댄스를 배우고, 새로운 친구들을 만납니다.

즐겁다고 주문을 외우지 않아도,

굳이 행복하다고 되뇌지 않아도

입꼬리만으로도 알 수 있엇다.

오늘의 운세를 보듯 그렇게 입꼬리를 살폈다.

지금은, 적어도 처지지는 않았다.

내일은 분명 더 올라갈 것이다.

어쩌면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생각이라고 손가락질 받을 일입니다.

‘그래서 뭐? 욕 먹고 내가 행복한 삶을 살래!’라고 턱을 추켜세우며 말하지는 않았지만

저자는 스스로 선택한 것, 불편함까지도 감사하고 충만함을 느낍니다.

‘내가 만약 저자의 남편 입장이었다면?‘이라는 상상은 솔직히 두렵습니다.

늦잠을 자는 아내가 깰까 뒷꿈치를 들고 출근하는 것이 월 천을 벌어다 줄때까지 지켜야 할 도리라고 생각하지만, ^^ 출근할 때면 자리에서 일어나 눈을 비비며 배웅하는 아내를 꼭 안아줄 때 느끼는 행복,

회사에서 지치는 일이 생겨도 샤워하고 나오면 잘 차려져 있는 저녁 밥상을 누리는 호사를 포기하는 것이 두렵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알량하고 이기적인 마음이 ‘아내 스스로 활짝 핀 꽃이 된다면?‘이라는 행복한 상상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자기야 이 책 재미있네. 읽어 봐’

[요약]

⦁아이의 책을 사면서 내가 읽고 싶은 책도 망설이지 않고 구입하는 일, 이유식을 만들어 먹이는 와중에도 가끔은 밖에서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사서 먹는 일, 부엌 식탁이나 남편의 책상에 앉지 않고 나를 위한 책상을 따로 장만했던 일, 그리고 시간이 날 때마다 그곳에 앉아 나의 꿈을 적어 내려가던 일.... 그 모든 순간이 내게는 ‘결혼한 여자 혼자 떠나는 여행’을 준비하던 작은 여행 순간들이었다. 세상의 멋지고 아름다운 장소에 발을 내딛는 것만이 여행의 전부는 아니다. 내 안의 욕구가 막힘없이 흘러가도록 그 소리를 들어주고 길을 내어주는 행위야말로 인생의 진짜 여행이 아닐까?

⦁즐겁다고 주문을 외우지 않아도, 굳이 행복하다고 되뇌지 않아도 입꼬리만으로도 알 수 있엇다. 오늘의 운세를 보듯 그렇게 입꼬리를 살폈다. 지금은, 적어도 처지지는 않았다. 내일은 분명 더 올라갈 것이다.

⦁누구에게나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혼자만의 시간이란 어쩌다가 우연히 홀로 나게 되어 시간을 보내야 하는 수동적인 상황이 아니다. 자발적인 선택에 의해 만들어진,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시간이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나에게 소중한 것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혼자 있을 때만 보이는 것이 있다. 미처 알지 못했던 마음, 감정, 생각 그리고 비밀 같은 것들. 사람은 혼자일 때 본연의 모습에 충실하다. 충실하다는 것은 자신에게 정직하다는 뜻이고, 진짜 삶을 살아간다는 의미다. 자기를 보듬는 사람만이 스스로 빛날 수 있고, 자기다움을 견지하는 사람만이 개별자로서의 나를 지킬 수 있으며, 마음에 솔직한 사람만이 삶의 존엄을 수호할 수 있다. (중략)

그러고 보면 카페야말로 혼자 있기에 알맞은 장소다. 나라는 사람에서부터 다른 누군가와 또 다른 누군가에 이르기까지, 그곳에는 다양한 사람들의 독립이 존재한다. 나만을 위한 순간에 나만 느낄 수 있는 것에 몰입하는 사람,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 자기만의 시간이 필요한 사람, 너무 외로워서 차라리 혼자이기를 자처한 사람 등 많은 이들이 하나의 장소에 모여 그곳의 공기를 공유한다. 카페는 그들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고 지켜봄으로써 모든 것을 품는다. 이것이 카페가 주는 푸짐하면서도 든든한 위로다. [혼자 있기 좋은 방, 우지현]

⦁나이를 먹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는 것과는 별개로 나는 여전히 하고 싶은 게 자꾸 생겼는데 그 꿈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은 점점 줄어갔다.

어느 순간 ‘내가 이상한가?’라는 자기 의심이,

‘이러면 안되나?’라는 확신 없음이,

‘다들 그렇게 사는데, 뭐’라는 체념이 착실히 꼬리를 물었다.

⦁하지만 나부터 나를 잘 대접해야 내가 행복하고 그 행복을 가족에게도 전해줄 수 있는 거잖아! 모두를 위해서 나는 돈을 (조금 더) 쓴 것뿐이라고! 아휴, 그래 봤자 5만 원이다! 자신을 잘 돌봐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나를 위해 돈을 쓰는 순간에 훅 들어오는 고민은 아직도 힘들다.


⦁그 꽃을 피우기까지 5년이 걸렸다. 아주 오래오래 천천히 조금씩 꽃잎을 벌리다가 드디어 만개했다. 씨앗일 때도 감사했지만 꽃으로 핀 순간 더 감사하고 충만했다. 아니, 어쩌면 나는 처음부터 꽃이었는지도 몰랐다.

네가 되어라.

네가 바로 꽃이다.

어쩌면 나는 이 말을 듣기 위해 우붓에 왔는지도 모른다.

뜨거운 눈물을 닦고 밖으로 나오니 눈물만큼 뜨거운 해가 중천에 떠 있었고

요가 반 구석에 꽃들이 피어 있었다. 더 예쁜 꽃 덜 예쁜 꽃 구분 없이 저마다 제자리에서, 참 예뻤다.

⦁“결혼했다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왜 포기해야 하는데? 가족이면 더 지지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결혼했어도 나는 나고 당신은 당신이야. 왜 내가 좋아한다는 사실보다 당신이 싫어한다는 사실이 더 중요한 기준이 되어야 해? 아빠가 싫어하는 걸 못하면서 자란 딸이 또 남편이 싫어하는 걸 못하며 사는 아내가 되어야 한다고? 왜 여자들 삶은 꼭 그래야 하는데?”

⦁하지만 우붓에서의 나는 달랐다. 내가 하루의 주인이자 시간의 주인공이었다. 그 땅의 기운 덕분인지 나의 기분 덕분인지 하루가 잘 익은 사과처럼 내 손에 들려 있었다.

⦁순간을 살기는 내게 늘 어려운 문제였다.

과거와 미래가 늘 현재를 잡아먹지만 나는 특히 미래에 힘을 못 썼다.

‘나중에’ ‘이 책만 끝나면’ ‘아이가 다 크면’ ‘내년에’ ‘이따가’ ‘이것만 하고’라는 말들로 현재를 맥없이 미래에 내줘버렸다.

하지만 미래는 계속 현재가 된다. 즐거운 (상상 속의) 미래는 현재의 (벗어나고 싶은) 괴로움으로 계속 치환될 뿐이다.

⦁반드시 어디론가 멀리떠나야만 결혼 휴가라고 이름붙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좋다. 나에게 어울리는 시간과 공간을 찾는 것이 곧 결혼 휴가의 시작이다. 누군가에게 진하고 맛있는 커피 한 잔과 책 한 권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동네 뒷산에 오를 때 신을 멋진 운동화 한 켤레가 결혼 휴가의 첫 걸음일 수 있다.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을 나만의 시간, 나만의 공간을 마련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조금 더 자유로워진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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