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고 3주만에 어머님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울 엄마는 어릴 적 전화번호를 적으라며 불러줄 땐 매번 못 알아듣는다고 성질을 내곤 했습니다.
‘일, 이.. 아니다 이, 일..... 아니 아니’
머리가 크기 시작한 중학교 시절부터는 그럴 때마다 동생에게 바로 수화기를 떠넘겼습니다.
왜 짜증을 내고 성을 내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울 엄마는 아들만 둘을 낳았습니다. 글자도 숫자도 모릅니다. 나이가 들수록 성격이 더 급해집니다.
매번 전화통화 할 때 마다 하소연이거나, 성을 내는 것은 여전합니다.
“엄니, 집에 잘 도착하셨어요?”
“이이.... 어... 삼촌이 데려다줘서... 밥 먹으려고... 이이...”
숨을 헐떡이며 잘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전하셨습니다.
“어어... 알았어요. 엄니 정신없으신가보다. 다시 전화할께요”
“내가 무슨 정신이 없어!”
갑자기 버럭하는 소리에 전화를 끊어버렸습니다. 먼길 잘 다녀오셨는지 안부전화를 드렸다가 또 마음이 상해버렸습니다.
중년이 다되어도 여전히 억울하기만 합니다.
‘아, 울 엄니랑 나는 사주가 상극인가보다. 그만하자.’
이어서 30분이 넘게 시어머니의 하소연을 듣는 아내에게 미안해집니다.
별말없이 전화기를 들고 있던 아내가 전화를 끊고 이야기합니다.
“여자는 그냥 잘 들어주면 되는거야...“
이 책을 읽고 3주만에 어머님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식사는 하셨어요?”
“네... 이번 추석에는 코로나도 그렇고 못 올라가요. 죄송해요. 엄니 생신 때 애들 데리고 올라갈께요.”
아이들에게도 수화기를 넘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