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의 대화법 - 마음을 듣고 사람을 얻는
양중진 지음 / 미래의창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얼마전 "협력의 역설'이라는 책을 통해 직장생활에서 협력을 이끌어 내는 대화법을 알아보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책의 내용보다는 추천사의 말이 더 깊게 와 닿았습니다.

“그런데 사실 토론의 ‘칠 토討’자는 ‘공격하다’와 두들겨 패다‘에서 ’비난하다‘와 ’정벌하다‘라는 의미까지 품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이참에 다분히 오염된 ’토론‘이라는 용어를 버리고 여럿이 함께 깊이 생각하고 충분히 의논한다는 의미의 숙론熟論이라는 신조어를 제안한다. [추천사 - 최재천]”

책소개에 나온 숙론을 위한 악마의 변호사 운용도 좋지만, 그 보다 각 목차의 소제목마다 관심이 생기는 책입니다.

devil’s advocate 의도적으로 반대자를 세워 사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계획하는 방법입니다. 이 부분을 보고 이 책은 보다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대화, 감정보다는 ‘일’을 우선 해결하는 건설적인 대화 방법 등에 대해 차갑게 설명하는 책일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전혀 결이 다릅니다.

책을 읽기 시작한지 얼마 안 되어 킬킬거리며 웃기까지 했습니다.

(아이의 잘못을 깨우치기 위해 아빠에게 회초리를 때리라고 말한 순간, 거침없이 있는 힘껏 회초리 열대를 휘두르는 아이)

곧이어 아이의 교육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 아픔이야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아빠가 아이에게 다시 준엄하게 물었다.

“이제 뭘 잘못했는지 알겠지?”

그런데, 아이가 고개를 가로젓는 것이 아닌가! 순간 아빠는 망설여졌다. 이번에는 정말로 아이에게 회초리를 대야 하나도 고민했지만, 그건 좀 비겁한 것 같았다. 다시 자신이 맞기로 굳은 결심을 했다.

“안 되겠다. 아빠를 한 대만 더 때려라.”

이번에는 다행히 아이가 아빠의 아이에게 아직도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느냐고 재차 물었다. 하지만 아이는 여전히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이고, 이게 뭐야! 한 대 더 때리라고 할까? 안 돼, 참아야지. 또 때리라고 해도 때릴 거고 이번에도 모른다고 할 거야.’

결국 아빠는 아이에게 무엇을 잘못했는지 자세하게 설명해주어야만 했다.

일주일 전에 무슨 약속을 했고,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어떻게 된다고 이야기 했고, 그랬는데도 마트에 가서 떼를 썼다고.

재미있습니다. 명쾌하지만 딱딱한 실용서라기보다는 에세이에 가깝습니다.

대화의 방법에 대한 짧은 소제목부터 끌어당겼지만, 논리적인 대화법, 변증법 등을 생각했던 저는 자세를 바꾸고 편안하게 책을 읽었습니다.

작년 말 방영한 JTBC 드라마 [검사내전]은 이전에 가지고 있던 냉철하고 차가운 검사들의 이미지를 깨뜨리고 직장인으로서의 검사를 인간적인 시선으로 그려 신선하고 재미있었습니다. 매 에피소드마다 작지만 묵직한 교훈을 남겼던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이 책도 드라마처럼 소박한 검사의 소신과 철학이 담겨있습니다.

검사와 변호사, 그리고 판사, 이 세 집단을 비교하는 여러 개의 에피소드도 재미있습니다.

옆집 아이가 고액학원을 다니는 것을 말하는 아내에게 대응하는 차이, 아내의 운전미숙으로 사고가 났을 때 대응하는 법, 점심시간 대열의 모양에 따라 갈리는 세 부류, 그리고 세 부류의 집단 중 누구의 아이들이 가장 공부를 잘하는지에 대한 설명도 재미있습니다.

저자 양중진 검사님은 윽박지르고 화내기 보다는 조용히 들어주는 편이어서, 후배에게 검사실이 ‘한의원’같다는 말을 듣습니다.

논리적으로 상대방을 제압하기보다는, 조용히 경청하고 상대방의 마음을 얻는 것이 참된 대화라고 말합니다.

저는 communication을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으로 정의하고, 말하고, 요구하고 질문하는 3단계를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정확한 나의 입장을 말하고, 직접적으로 요구하고, 거절당할 경우 그 요구를 들어줄 수 있는 방법을 질문할 것’

이 책도 말하고, 요구하고, 질문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동안 묵혀 두었던 대화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 번 먼지를 털어내고 반짝반짝 빛을 내야겠습니다.

[요약]

■ 들어가며

1장 관계 맺기의 시작

● 대화는 마음을 헤아리는 일

● 마음의 일치가 곧 소통이다

● 먼저 공감하라

● 귀는 반대로 설계되어 있다

● 자주 보아야 예쁘다

● 욕을 ‘잘’ 먹는 기술

● 검사의 대화법

2장 대화를 이끌어가는 힘

● 질문은 실력이다

⦁이처럼 일상 속 작은 대화에서도 상대방의 의도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대답을 할 필요가 있다. 적절한 대답은 상대방의 호응과 신뢰를 이끌어낸다. 만약 상대방으로부터 같은 질문을 여러 번 받는다면, 현재 그 사람으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뜻일 수도 있다. 그럴 때는 자신의 답변 방식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 대답으로 설득하라

● 의도보다 표현

⦁그렇다면 다시 앞의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판사, 변호사, 검사를 부모를 둔 아이들 중 누가 공부를 제일 잘할까? 정답은 검사네 아이들이라고 한다. 왜 그럴까? 검사를 아빠로 둔 아이들은 위기의식이 강하다. 그것도 아주 강하다. 아빠가 가정에 소홀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아이들도 느낀다. 스스로 삶을 개척하지 않으면 죽도 밥도 안 된다는 것을 어렸을 때부터 체험한다. 일종의 조기교육이라고 해야 할까? 그래서 독하게 공부하지 않으면(꼭 공부만이 인생의 정답은 아니지만) 사회에 살아남기가 녹록치 않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닫는다. 그런 위기의식이 아이들을 일찍 철들게 한다. 그래서 법조계에서는 검사 부모 아래 자란 아이들은 스스로 체득한 생존 본능에 의해 공부를 잘한다는 이야기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떠돈다.

● 회의적인 회의를 하지 않으려면

⦁기본적으로 회의會議가 많은 조직만큼 회의懷疑적인 조직은 없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회의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또한 무언가를 결정해서 책임지기 싫어하는 사람이 많은 조직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회의가 아닌 다른 대화에서도 마찬가지다. 윗사람의 의견이 너무 강하면 대화라고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대화가 아닌 지시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사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다. (중략) 연차가 쌓이면 세상을 보는 자신만의 관점을 갖게 된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잘 들어오지 않는 대신 자신의 관점을 상대방에게 어떻게든 알리고 싶어 한다. 그에 따라 말이 많아지고 어조도 강해진다. 꼰대가 되고 싶지 않은 상사라면, 지시가 아닌 대화를 원하는 상사라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것은 되도록 자제하는 게 좋다. 그보다는 많이 들어야 한다.

● ‘거시기’를 피하라

⦁다른지역에서 ‘알았다’는 ‘Understand’의 의미지만, 이 지역에서는 ‘Konw’의 의미라는 것이다. 즉, 고소인이 말한 ‘알았다’는 ‘당신이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는 알겠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라는 뜻이었단 소리다.

● 정말과 거짓말

⦁‘거짓말’은 사실이 아니 것을 잘 알면서도 사실이라고 우길 때 쓰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사실이 아닌데 사실인 것으로 잘못 믿고 말하는 경우에도 ‘거짓말’이란 단어를 쓰곦나다. 그리고 보통 이 지점에서 의견 충돌이 일어난다. 내가 사실이라고 믿는 것을 상대방이 거짓말이라고 하는 것은 나를 파렴치한으로 모는 것과 같다. 대화를 하면서 그렇게까지 상대방을 몰아붙일 이유는 없다. 이는 협상의 기술이기도 하다.

● 음식은 대화다

● 아부는 무조건 나쁠까

3장 대화에 보탬이 되는 기술

● 육감으로 하는 대화

● 눈으로 말하라

● 귀부터 열어야 하는 이유

⦁들을 때에도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 안 된다. 듣기에도 방법이 있다. ‘聽(들을 청)’자를 풀면 다음과 같은 뜻이 된다. ‘왕王의 귀耳로 듣고, 열十개의 눈目으로 보고, 하나一의 마음心으로 대하라.’ 무엇을 들을 때는 그만큼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래야 상대방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 냄새는 얼굴이다

● 음식에 담긴 마음

● 침묵도 대화다

● 말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기 마련

● 칭찬은 습관이다

⦁칭찬이든 질책이든 자주 하면 습관이 된다. 습관이 오래되면 그 사람에 대한 평가로 이어진다. 평가가 오래되면 그 사람의 인격이 된다. 그런데 습관은 개인적인 것일지 몰라도 칭찬이나 질책은 개인의 문제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집단적으로 전염이 된다. 부장이 차장을 칭찬하면 차장은 과장을 칭찬하고, 과장은 담당 직원을 칭찬한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칭찬이든 질책이든 그 집단의 분위기가 된다. 분위기가 오래되면 문화가 된다.

4장 모든 것에 앞서 필요한 태도

● 사소한 것에서 승부가 갈린다

● 권위는 겸손에서 나온다

●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

● 존경받는 선배가 되려면

⦁“자네 검사실에서 월급을 제일 많이 받는 사람이 누구야? 바로 자네 아냐. 자네에게 월급을 많이 주는 건 검사이기 때문이지. 그러니까 검사실에서 가장 많이, 가장 열심히 일해야 하는 사람도 검사 아니겠어? 자신이 월급을 가장 많이 받는 걸 뻔히 알면서도 본인보다, 혹은 본인만큼 수사관들이 일해주길 바라는 건 욕심이야.”

● 사람에게도 향기가 있다

● ‘나의 의견’을 가져라

⦁“양 검사! 처음이라 사건 하나하나가 다 만만치 않을거야. 확실하지 않으면 선배들에게 자주 물어보고 부장실에도 자주 찾아오도록 하게. 그런데 물어볼 때 명심해야 할 것이 하나 있네. ‘잘 모르겠으니 좀 알려주세요’라는 식으로 물어서는 안 돼. 반드시 양 검사의 의견을 가져오게. 사건을 처리하는 사람은 양 검사고, 다른 사람은 의견을 내는 것에 불과하다는 걸 잊지 말고.”

● 태도로 이야기하라

#검사의대화법 #미래의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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