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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은 시다
박정완 지음, 박서영 그림 / 창비 / 2026년 6월
평점 :
상큼한 언어유희 속 깊은 철학, 박정완 동시집 《레몬은 시다》
처음에는 그저 말랑말랑하고 귀여운 언어유희 가득한 시집인 줄 알았는데, 한 편 한 편 보면 볼수록 그 안에 묵직하고 철학적인 질문들이 가득 담겨 있어서 놀랐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커다란 울림을 주는 참 귀한 동시집이다.
내가 정의하는 대로 바뀌는 세계, 〈레몬은 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시는 단연 타이틀인 〈레몬은 시다〉와 연작 느낌의 〈레몬과 할머니〉였다.
여기서 레몬이 말하는 "난 시다"의 '시다(Sour)'는 단순히 맛이 시다는 의미도 되지만, 할머니의 대화를 거쳐 "시(Poem)가 되다"라는 멋진 의미로 확장된다.
"신 레몬이 시가 될까?"
우리가 대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존재의 의미가 완전히 다르게 반영된다는 사실이 정말 인상 깊었다. 겉보기엔 단순한 말놀이 같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깊은 사유가 있다.
뜨끔함과 반성이 교차했던 시간, 〈변신 엄마〉
엄마로서의 나, 그리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로서의 나를 대입해 보며 격하게 찔렸던 시는 〈변신 엄마〉였다.
화가 나면 호랑이, 독수리, 뱀으로 변신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며 아이가 느꼈을 시선이 고스란히 느껴져 마음 한구석이 아릿했다. 눈과 입이 사나워지진 않았는지, 차갑게 노려보는 눈을 하진 않았는지 나를 진지하게 되돌아보게 만들더라. ^^;;
아이들을 마주하는 나의 태도를 점검해 보게 만드는 고마운 예방주사 같은 시였다.
아이들의 동심 속에서 '나'라는 주인공을 찾는 여정
작가님은 아이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끊임없이 묻고, 아이들이 그린 그림 속에서 반짝이는 동심을 포착해 이 동시들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시집을 읽는 내내 아이들의 순수한 눈동자와 동심이 그대로 만져지는 듯했다. 게다가 차례에 적힌 '자기가 주인공이 되는 시'라는 문구처럼, 남의 시선에 갇히는 게 아니라 온전히 내 삶의 주인공이 되어 나를 마주하는 깊은 위로의 시간을 선물 받았다.
통통 튀는 재미는 물론이고, 다 읽고 나면 깊은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멋진 동시집을 만나서 정말 기쁜 하루다. 아이들과 함께, 혹은 삶의 온기가 필요한 동료 교사나 부모님들과 꼭 같이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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