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라면맨
가와노우에 에이코 외 지음, 오노 고헤이 그림, 김지영 옮김 / 올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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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물을 붓고 3분만 기다리면 뚝딱 완성되는 컵라면. 하지만 이 책 속 컵라면은 조금 다르다. 물을 부었더니 김이 모락모락 나며 컵라면이 되는 게 아니라, 짠! 하고 유쾌하고 썰렁한 개그를 던지는 ‘컵라면맨’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마치 램프의 요정 지니처럼 나타나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하지만, 컵라면맨의 방식은 요술 지팡이 하나로 소원을 뚝딱 이루어주는 것이 아니다. 소원을 가진 주인공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옆에서 함께 고민하고 도와주는 든든하고 유쾌한 조력자 역할을 해준다.

1. 유타의 소원에서 시작된 유쾌한 모험

주인공 '유타'는 백반집 아들이다. 늘 정성 가득한 백반을 먹다 보니 오히려 또래 친구들이 좋아하는 컵라면을 제대로 먹어볼 기회가 없었다. 처음으로 몰래 컵라면을 사서 먹어보려던 시도에서 뜻밖에 '컵라면맨'을 만나게 된다.

유타의 소원은 바로 '용돈 인상'이다. 하지만 용돈을 올리려면 부모님이 운영하시는 백반집이 잘 되어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었다. 컵라면맨과 유타는 백반집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네 라면집을 찾아가고,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여러 갈등과 문제를 함께 풀어간다.

2. 선의의 경쟁, 그리고 지혜와 용기의 힘

이야기 속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바로 '경쟁을 대하는 태도'였다. 상대방을 무조건 꺾어야 하는 적이 아닌, 서로 인정하고 존중해야 하는 대상으로 바라보는 열린 마음이 책 전반에 흘러넘친다. 주먹다짐이나 비열한 꼼수가 아닌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모습은 아이들에게 매우 긍정적인 가치관을 심어준다.

특히 컵라면맨이 "꼼수나 잔꾀보다 중요한 것은 정직함"이라고 말하며, 문제를 해결하고 이길 수 있었던 진짜 비결은 '지혜와 용기'였다고 전하는 메시지는 아이들에게 큰 울림과 용기를 준다.

3. 3분 뒤에 숨겨진 '셀 수 없는 정성과 노력'

책 후반부, 컵라면맨의 대사는 어른인 나의 가슴도 뭉클하게 만들었다.

"컵라면을 3분 만에 손쉽게 만드는 음식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아요! 그 안에는 셀 수 없는 도전과 노력이 담겨 있다고요."

비단 컵라면뿐만 아니라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모든 음식, 그리고 누군가의 결실 뒤에는 수많은 사람의 고민과 정성이 들어가 있다는 사실을 아이와 함께 이야기 나누기에 너무나 좋은 주제였다. 쉽게 얻어지는 결과물은 없다는 소중한 진리를 깨닫게 해준다.

4. 풍성한 재미와 독후 활동의 즐거움

이야기 사이사이에 들어있는 '미로 찾기'나 '다른 그림 찾기(같은 사진 찾기)' 요소 덕분에 아이가 지루할 틈 없이 책 속에 몰입할 수 있었다.

재치 넘치고 생동감 있는 그림을 보며 "만약 나에게 컵라면맨이 나타난다면 어떤 맛일까?", "나만의 컵라면맨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하고 상상하며 직접 자신만의 컵라면맨 캐릭터를 그려보는 독후 활동으로 이어지기에도 참 좋은 책이다.

#컵라면맨 #어린이동화추천 #올리출판사 #선의의경쟁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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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이 멸종하지 않았다면? - 낯설게 보는 인류사 ㅣ 천개의 지식 35
옥이샘 지음, 이정모 감수 / 천개의바람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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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이샘의 책들은 늘 꾸준히 챙겨보고 있지만, 이번에도 역시 '옥이샘이 옥이샘했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글과 그림 모두를 자유자재로 아우르며, 자칫 무겁고 진지할 수 있는 인류학적 내용을 이렇게나 쉽고 재미있는 만화 동화로 풀어내다니 감탄이 멈추지 않았다.^^

처음 제목만 봤을 때는 그저 저학년들이 가볍게 읽으며 마음껏 상상력을 펼치는 흔한 동화책인 줄 알았다. '공룡이 멸종하지 않았다면 공룡들과 어떻게 생활했을까' 하는 막연하고 아기자기한 상상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던 것이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며 마주한 알맹이는 내 예상과 완전히 달랐다. 단순한 판타지가 아니라, 철저히 과학에 입각해 사실적으로 풀어낸 묵직한 인류학적 내용이 가득했다.

캐나다의 고생물학자 데일 러셀 박사의 가설처럼, 만약 공룡이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 이족 보행을 하고 문명을 이루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질문에서 시작하는 이 책은 내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지금은 포유류인 우리가 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지만, 공룡이 멸종하지 않았다면 정말로 또 다른 세계가 펼쳐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아주 실감 나게 다가왔다.

단순히 상상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공룡의 역사를 통해 역으로 지금 우리의 삶을 비추어 보게 만든다는 점이 무엇보다 좋았다. 당연하게만 여겼던 인류의 발자취를 한 발짝 떨어져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하니, 우리가 거쳐온 순간들이 더 진지하게 고민되었다. 이렇게 깊이 있는 이야기를 재미있는 만화와 그림으로 풀어내니 인상 깊을 수밖에 없다.

옥이샘 특유의 재미있는 그림 덕분에 아이들이 훨씬 쉽고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는 훌륭한 인류학 동화가 탄생한 것 같다. 저학년 아이들과는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좋고, 조금 더 진지한 시선으로 다양하게 엮어 볼 수 있는 내용들이 많아 중학년, 고학년 아이들과 깊은 대화를 나누기에도 더없이 좋은 책이다. 오랜만에 참 마음에 드는 책을 만나 주변에 소개할 수 있어서 기쁘다. 강추!

#공룡이멸종하지않았다면
#옥이샘
#천개의바람
#낯설게보는인류사
#사인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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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은 시다
박정완 지음, 박서영 그림 / 창비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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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큼한 언어유희 속 깊은 철학, 박정완 동시집 《레몬은 시다》

처음에는 그저 말랑말랑하고 귀여운 언어유희 가득한 시집인 줄 알았는데, 한 편 한 편 보면 볼수록 그 안에 묵직하고 철학적인 질문들이 가득 담겨 있어서 놀랐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커다란 울림을 주는 참 귀한 동시집이다.

내가 정의하는 대로 바뀌는 세계, 〈레몬은 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시는 단연 타이틀인 〈레몬은 시다〉와 연작 느낌의 〈레몬과 할머니〉였다.
여기서 레몬이 말하는 "난 시다"의 '시다(Sour)'는 단순히 맛이 시다는 의미도 되지만, 할머니의 대화를 거쳐 "시(Poem)가 되다"라는 멋진 의미로 확장된다.

"신 레몬이 시가 될까?"

우리가 대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존재의 의미가 완전히 다르게 반영된다는 사실이 정말 인상 깊었다. 겉보기엔 단순한 말놀이 같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깊은 사유가 있다.

뜨끔함과 반성이 교차했던 시간, 〈변신 엄마〉
엄마로서의 나, 그리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로서의 나를 대입해 보며 격하게 찔렸던 시는 〈변신 엄마〉였다.
화가 나면 호랑이, 독수리, 뱀으로 변신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며 아이가 느꼈을 시선이 고스란히 느껴져 마음 한구석이 아릿했다. 눈과 입이 사나워지진 않았는지, 차갑게 노려보는 눈을 하진 않았는지 나를 진지하게 되돌아보게 만들더라. ^^;;
아이들을 마주하는 나의 태도를 점검해 보게 만드는 고마운 예방주사 같은 시였다.

아이들의 동심 속에서 '나'라는 주인공을 찾는 여정
작가님은 아이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끊임없이 묻고, 아이들이 그린 그림 속에서 반짝이는 동심을 포착해 이 동시들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시집을 읽는 내내 아이들의 순수한 눈동자와 동심이 그대로 만져지는 듯했다. 게다가 차례에 적힌 '자기가 주인공이 되는 시'라는 문구처럼, 남의 시선에 갇히는 게 아니라 온전히 내 삶의 주인공이 되어 나를 마주하는 깊은 위로의 시간을 선물 받았다.

통통 튀는 재미는 물론이고, 다 읽고 나면 깊은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멋진 동시집을 만나서 정말 기쁜 하루다. 아이들과 함께, 혹은 삶의 온기가 필요한 동료 교사나 부모님들과 꼭 같이 읽어보고 싶다.

#레몬은시다 #박정완 #창비 #동시집추천 #선생님북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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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국 찻집 ㅣ 김지안 멧밭쥐 그림책
김지안 지음 / 창비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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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를 보듬는 다정한 연대, 《수국찻집》

김지안작가님의 전작인 《튤립 호텔》과 《장미 저택》을 너무나 흥미롭게 읽었기에, 이번 신작 《수국찻집》 소식은 참 반가웠다. 책장을 넘기며 이전 시리즈 속 반가운 주인공들을 다시 만나는 즐거움이 쏠쏠했고, 작가 특유의 섬세한 터치로 그려진 멧밭쥐들의 사랑스러운 매력을 또 한 번 듬뿍 느낄 수 있었다.

이야기는 가족을 잃은 깊은 슬픔과 점점 나빠지는 시력 때문에 운영하던 수국찻집 문을 더 이상 열기 어려워진 개구리 할머니의 사연으로 시작된다. 깊은 상실감에 웅크린 할머니를 위해 작고 부지런한 멧밭쥐들이 소리 없이 손을 내민다. 할머니를 도와 찻집을 꾸려가는 멧밭쥐들의 모습을 통해 수국이라는 꽃이 가진 흥미로운 식물학적 특징과 과학 지식은 물론, 타인을 향한 따뜻한 마음과 세심한 배려를 배울 수 있다.

무엇보다 이번 책에서 마음을 가장 깊게 찌르고 들어온 것은 마지막에 적힌 한 구절이었다.

"어떤 꿈은 너무 좋아서 슬프기도 하답니다……"

가만히 문장을 곱씹어 본다. 때로는 시간이 흘러 흐릿해졌기에 겨우 외면할 수 있었던 아픈 일들이, 도리어 선명하고 또렷한 기억으로 되살아나 숨 막히는 슬픔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그러나 아픔을 덮어두기만 하기보다, 아프더라도 온전히 마주하고 직면해야만 비로소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삶도 있는 법이다. 《수국찻집》은 그 아픈 마주함의 과정을 묵묵히 동행하며 다채로운 위로와 공감을 건넨다.

예쁜 그림 속에 묵직한 삶의 철학을 담아낸 참 아름다운 그림책이다. 지친 마음에 다정한 차 한 잔 같은 온기가 필요한 이들에게 이 책을 살포시 권하고 싶다.

#수국찻집 #김지안그림책 #창비 #그림책서평 #위로와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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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한다고 괜찮은 건 아니야 - 인성, 초등 국어 교과서 수록 작가들의 동화 시리즈, 온책읽기 추천 ㅣ i문해톡 1
황선미 지음, 김현영 그림 / 아이스크림미디어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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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한다고 괜찮은 건 아니야

요즘 아이들의 어휘력이나 독해력 부족이 사회적 화두가 되면서 관련 교재들을 자주 들여다보게 된다. 그러다 눈에 들어온 아이스크림미디어의 《i 문해톡》 시리즈.

인성, 역사, 경제 등 다양한 주제 속에서 문해력을 키울 수 있도록 기획된 시리즈인데, 그중 인성 부문을 다룬 황선미 작가의 《이해한다고 괜찮은 건 아니야》

이 책은 사회정서학습(SEL)과도 깊이 맞닿아 있다. 표면적으로는 인성을 말하지만, 결국 우리가 살아가며 가장 서툴고도 간절한 '친구와의 관계', 그리고 '우정'에 대한 본질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흔히 친구 사이에 오해가 생기면 '서로를 이해하면 다 괜찮아질 것'이라고 쉽게 믿어버린다. 하지만 동화 속 상황들은 그런 우리의 안일한 믿음에 조용히 질문을 던진다. 내 생각과 상대방의 생각이 결코 같지 않다는 것. 친구라는 관계는 늘 같을 수도 없으며, 때로는 나와 참 어울리지 않는 친구와도 엮이게 되는 다양한 순간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책을 읽는 내내 "만약 나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동시에 어릴 적 기억들이 불쑥불쑥 고개를 들었다. 친구 사이에 겪었던 수많은 오해와 이해의 과정들, 때로는 교묘하게 이용당했다고 느껴져 마음이 아렸던 기억, 서툴러서 결국 풀지 못했던 관계들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옛 추억에 잠기기도 했다.

스토리 중간마다 배치된 QR코드는 나만의 고민과 생각을 가만히 엿볼 수 있는 쉼터가 되어준다. 단순히 눈으로 글자를 읽는 행위를 넘어, 자신의 내면과 진지하게 대화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장치다.

이 책이 지닌 또 하나의 큰 미덕은 이야기 뒤에 숨겨진 별도의 워크북에 있다. 초등 중학년부터 고학년 아이들까지 함께 모여 깊은 대화를 나누기에 더없이 훌륭한 구성을 취하고 있다. 동화를 바탕으로 어휘력과 독해력, 표현력을 단계별로 키워갈 수 있는데, 질문의 깊이가 깊어 생각을 확장하기에 좋다.

모든 활동을 마치고 난 뒤 종합 진단 평가 QR코드를 통해 나의 문해력 상태를 진지하게 점검해 볼 수 있는 시스템도 신선하다. 이야기를 읽는 즐거움과 객관적인 성장을 동시에 챙길 수 있는 참 알찬 책이다.

조만간 아이들과 함께 이 책을 펼쳐 들고 나란히 앉아봐야겠다. 우리가 나누게 될 이야기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이해한다고이해하는건아니야 #i문해톡 #문해력 #초등문해력 #아이스크림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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