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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팝송 영어회화 200 - 유튜브 레슨과 카톡으로 익히는 팝송영어
Mike Hwang.챗GPT 지음 / 마이클리시(Miklish)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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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을 회고하면서 가장 잘 한 일 중에 하나는

매일 영어 공부를 했다는 것! 단 하루도 빠트리지 않는 나에게 칭찬해~ ^^;

우선, 스픽 앱을 사용해서 하루도 빠짐 없이 스피킹 연습(20~30분).

해커스톡에서 매일 AP 뉴스 청취 연습.(이것도 대략 20분)

그리고 가장 최근에 한 가지 더 시작했는데,

추억의 팝송으로 영어 공부 하기!

사용한 교재는 <유레카 팝송 영어회화 200>.


여기에서 유레카는

튜브

슨과

톡으로 익히는의 줄임말이다.

위 2가지만으로도 해야 할 양이 많은 편인데, 팝송 영어를 추가한 이유는...

얼마전 유튜브에서 본 영상(런던쌤 채널인데, 어떤 영상인지 찾질 못했다..) 때문인데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영어를 마스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인풋이 중요하고, 의식적인 수준에서의 인풋(예를 들어 각잡고 하는 회화 공부, 문법 공부 등)도 중요하지만 무의식적인 상태에서 인풋도 중요하다는 것. 예를 들어 미드나 영어 라디오 방송을 틀어 놓고 그냥 듣는 것.

생각해보니, 나는 무의식적인 인풋을 전혀 안 하고 있어서 팝송으로 하는 영어공부를 떠올렸다. 팝송 영어 공부의 장점을 굳이 내가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만, 팝스 잉글리시는 영어 공부라기 보다는 노래를 배우는 것과 같아서 공부라기 보다는 쉬는 것과 같다. 더군다나 이 책은 저자가 MBC라디오에서 실시한145,442명의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가장 인기 있는 팝송을 뽑았다고 한다.


아바, 비틀즈, 퀸, 라디오헤드, 웸, 빌리 조엘 등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알 법한 가수, 밴드의 대표 노래 200곡이(책에는 안 실렸지만 보너스 10곡의 PDF 파일을 받을 수 있어서 총 210곡) 실렸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저작권을 허락 받지 못해 17곡 만이 전체 가사가 실렸다는 것. 나머지 곡들은 책에 있는 QR코드로 접속해 전체 가사와 해석, 뮤직 비디오를 보는 구조다.


어제가 크리스마스였으니 Wham!의 Last Christmas의 가사를 공부해본다.(조지 마이클은 내 인생의 최애 가수다)

Wham!에 대한 소개와 곡에 대한 설명, 그리고 자켓 사진도 실렸다.

왼쪽에 영어 가사, 오른쪽에는 해석. 영어 가사 밑에는 한글로 발음도 표기됐다.



노래가 워낙 유명했지만 3번째 문장까지만 가사를 알았는데,,,

몇 십년 만에 처음으로 4번째 가사의 풀 문장을 구경했다.

This year, to save me from tears,

I'll give it to someone special.

그 다음은 이 노래에서 가장 중요한 한 문장의 패턴을 공부한다.

그리고 왼쪽 문장 중 한 문장을 응용해 회화 공부를 한다.


정말 놀라운 사실은 한번 가사 공부를 하고 다시 노래를 들으면 가사가 쏙쏙 들어온다는 사실.

"아니 , 우리 마이클 형님, 딕션이 이렇게 좋았었나!" 하는 감탄과 함께.

이왕 시작한 팝스 잉글리시. 이것도 매일 꾸준히 공부해서 그동안 가사가 궁금했던 추억의 팝송들을 마스터 해야겠다.

2024년에는... 지금 보다 더 실력이 늘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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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생명을 만나다
최한수 지음 / 댑스(도서출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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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학자 최한수 님이 쓰신 책 <숲에서 생명을 만나다>는 등산이라는 레저 활동 외에는 숲의 존재를 잊고 사는 현대인을 위한 숲 생태 보고서이다.

 

북한산이 지척인 덕분에 거의 매주 산에 오르는 나로서도, 산이 거기에 있으니 오르는 것일 뿐 숲에 당연히 사는 생명에 대해 자각을 하진 못했던 것 같다. 이따금 등산길 옆 수풀에서 들리는 부스럭 소리, 빽빽한 나뭇가지와 잎 사이를 뚫고 들리는 산새 소리 그리고 하늘을 전세 놓은 양 휘젓는 까마귀를 만나는 일. 이런 것밖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내게 이 책은 숲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숲으로 가는 상상만으로도 온몸에 평화가 찾아온다.” 작가의 이 한 마디에 나는 밑줄을 그을 수밖에 없었다. 왜 진작 이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하루 9시간이 넘게 사무실에서 일하며 회색에 찌들어 있을 때 숲으로 가는 상상만으로도 온몸에 피톤치드가 퍼지는 기분이 들 수 있다는 사실을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더 나아가 저자는 하루에 한 번 을 떠올리며 스트레스를 치유하고, 가끔은 일부러 시간을 내어 숲을 찾아 쉬는 것이 행복한 삶 아닐까?” 말하며 본인만의 행복론을 얘기한다.

 

그런데 문제는 숲에 가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 가고 있다는 사실도 저자는 꼬집는다. 2상생의 숲에서 나오는 이야기인데, 근거 없는 민간요법 때문에 정력제로 소문나면서 뱀이 거의 멸종위기에 처하고, 1988년에는 쇠뜨기, 1989년에는 겨울살이, 1999년은 민들레가 수난을 당하더니 2000년에는 닭백숙 해먹는다고 산속 음나무 껍질이 벗겨지고 가지가 다 잘려나가 결국 말라 죽었다고 한다. 전 세계 사슴뿔의 95%를 한국인이 소비한다는 얘기는 정말 창피해서 말도 못 하겠다.

사람들은 버릇처럼 식물의 소중한 생식기관을 꺾어 냄새를 맡고, 머리에 꽂고 다니는 엽기적인 행동을 한다. 그러다 시들면 던져 버린다.”-37p

저자는 환경오염, 중금속, 폐수, 매연만 막아낸다고 이 국토가 올바르게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자연을 따라가면 길을 잃지 않는다. 우리가 생각을 바꿔야 할 때이다.’

 

그러니 부디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유지하고 싶다면 산에 갈 때 그저 빈 몸으로 갔다 빈 몸으로 돌아오길 바란다. 바나나, 귤 껍질 함부로 버리지 말 것이며, 일회용 음료수 컵은 산에 갈 때 절대 가져갈 생각도 마시라.

 

책에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는데, 우리나라에서 나고 자라 스스로 삶을 유지하는 자생식물이 약 4,000여 종으로 덴마크 1,500여 종, 영국 2,000여 종에 비하면 훨씬 많은 식물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좁은 국도를 생각하면 우리나라는 식물재벌임을 알 수 있다. 더군다나 그중에서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고유종이 무려 450여 종류나 된다고 하니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 더 분명해졌다.

 

책에서 특히 재미있게 본 부분은 3장 숲속 야생화다. 금강초롱, 제비꽃, 천남성, 붓꽃, 봉숭아, 복수초, 민들레, 들국화가 사진과 함께 생태학적 특징, 이름의 유래, 쓰임새 등의 정보가 소개되어 반갑다. 특히 우리가 흔히 부르는 들국화가 실은 구절초, 쑥부쟁이, 개미취, 해국과 같은 종류를 총칭해서 부르는 말이라는 건 처음 알았다. 3장은 차라리 따로 한 권의 책으로 내용을 보강해서 따로 출간되면 어떨까 싶었다.

 

 * 별 다섯 개 만점에서 하나를 뺀 이유는... 큰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 아니라 편집이 부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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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의 마음들 - 우리가 저마다 소리를 유일무이하게 받아들이는 과정에 대한 과학적 탐구
니나 크라우스 지음, 장호연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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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탄생을 만든 빅뱅이 있기 전의 공간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그곳엔 시간이 있었을까? 200 0000 0000 0000 0000 0000 0000 0000 kg 로 계산이 되는 그 무거운 태양 그리고 지구는 어떻게 공간에 떠 있는 걸까? 


내게 우주만큼이나 신비로운 건 사실 인체의 신비다. 예를 들어 내한공연을 앞둔 브루노 마스의 공연(티겟팅은 당연히 실패했다, 제길)을 생각해보자. 브루노의 입을 떠난 공기의 진동은 내 귀에 들어와 어떤 공정을 거쳐서, 나로 하여금 아름다움과 때로는 희열을 느끼게 할까?

신비로움의 비밀을 캐기 위해, 30년 넘게 뇌와 청각의 협업을 연구해온 신경과학자 니나 크라우스는 '소리 마음'(Sound Mind)이라는 중요한 개념을 소개한다. 


그가 말한 바로는 우리가 살아오면서 수없이 들었던 소리를 뇌가 받아들이고, 그중에서 내게 의미 있는 소리를 인식하고 기억하면서  나만의 '소리 마음'이 형성된다. 그리고  소리 마음은 거꾸로 외부의 소리를 선별하고 조율하면서 나에게 의미 있는 것만을 받아들이려 한다. 그러니 어쩌면 우리가 듣는 것이 우리의 존재를 만들었다고도 말할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소리 마음'이 조율하는 방향키대로 나도 모르게 내 인생을 만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러니, 브루노 마스의 같은 노래를 들어도 사람마다 다르게 듣는다. 나의 소리 마음과 옆 사람의 소리 마음이 다르니까. 이런 이유로 우리는 우리의 소리적 경험을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 여기서 약간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는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무난한 수준의 소음, 안전한 소음에 대해서는 대체로 관대한 편인데 그것이 청각을 망가뜨리지는 않겠지만, 뇌를 망가뜨릴 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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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적인 소음 노출은 스트레스호르몬인 크로티솔을 증가시켜 스트레스가 증가하고, 기억과 학습에 문제를 겪고, 까다로운 과제를 수행하는 것이 힘들며, 심지어 혈관이 경직되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특히 안정한 소음이 지속하면 성장기 아이들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소리-의미 연결에 지장이 생기기 때문.


이쯤 되면 소리가 정말 엄청나게 중요하다고 느낄 수 있는데, 이게 가능한 이유는 청각 뉴런이 그 어떤 감각보다 빠르다는데 있다. 무려 1000분의 1초 만에 계산을 하기 때문에, 수많은 소리가 주위에 있어도 우리는 그 소리들에 잠식되지 않고, 의미 있는 건만 받아들이며 평화롭게 살 수 있다. 

(의식하지도 않았는데 아내가 내게 하는 잔소리를 스스로 걸러내는 나의 소리 마음에 박수를 보낸다.)


너무 길어서 생략했지만, 외부 소리가 어떻게 내게로 와, 나의 소리 마음에 의미로 기록되는지 설명하는 책의 앞부분은 정말 신비로웠다. 우주보다 더~



소리는 모든 곳에,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곳에도 있다
- P333

과학은 모든 질문에 답을 줄 수 없지만, 소리가 우리의 마음을 만드는 힘이라는 것은 믿어도 좋다. 우리는 음악 만들기, 외국어 학습, 운동을 적극적으로 고려하여 소리의 힘을 실천할 수 있다. - P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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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 케이크의 특별한 슬픔
에이미 벤더 지음, 황근하 옮김 / 멜라이트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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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 케이크는 어떤 맛일까? 이 책의 주인공 로즈는 어느 날, 엄마가 구워준 레몬 초코 케이크를 먹으며 최고급 초콜릿과 신선한 레몬 같은 재료들 아래에 숨어 있던 어떤 맛을 느끼고 충격을 받는다.

하찮음과 위축된, 화가 난 느낌의 맛, 어쨌든 엄마와 연관이 있는 듯한 거리감의 맛, 엄마의 복잡한 소용돌이 같은 생각의 맛. 부재, 굶주림, 소용돌이, 텅 빔의 맛.

로즈는 충격으로 부엌 바닥에 쓰러진다.

그날 이후 로즈는 본인에게 특별한 능력 아닌 능력을 갖추게 됐다는 걸 알게 된다.

"나는 사람들이 스스로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감정을 맛으로 느낄 수 있거든."

상상을 해보자. 이제 막 결혼을 한 새신랑인 내게 집사람이 사랑을 듬뿍 담아 맛있는 스파게티를 요리해준다. 포크로 돌돌 말아 입에 넣는 순간, 실은 내 와이프가 나를 사랑하지 않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아니 사랑하지 않는 게 문제가 아니라, 마음이 이미 다른 곳에 가 있는 게 느껴진다면?



이렇게만 보면, 그저 독특한 소재의 소설이겠거니 생각할 수 있겠지만 실은 제목처럼이나 특별한 슬픔이 뚝뚝 떨어지는 작품이다.

겉으로만 보면, 세상에서 가장 평범한 가족 경연대회에서 1등을 할 것만 같은 로즈의 가족(변호사 아빠와 뒤늦게 목수 일을 시작한 엄마, 어린 시절부터 과학 영재였던 오빠와 평범한 소녀 그 자체의 로즈)이지만, 어느날 예고 없이 할머니에게 치매 증상이 생겨나듯 행복한 가족에게도 예상 밖의 일들이 스며든다.

생각해보면, 누구가 비밀이 있다. 나도, 와이프도, 어쩌면 나의 딸도 가족에게도 말하지 않을 뭔가가 있을 수 있다. 반드시 말해야 할 필요는 없다. 말하지 않아도 레몬 케이크는 레몬 케이크의 맛이 날 테니까. 굳이 따지고 들어 레몬 밑에 깔린 어둠의 심연을 들춰낼 필요는 없지 않은가.

로즈는 자신의 입을 도려내지 않는 한은 그것이 불가능했으니, 홍수처럼 쏟아지는 타인의 감정이 버거웠을 것이다. 하지만 왜 로즈는 정작 본인이 처한 현실을 솔직하게 가족에게 말하지 않았을까? 오빠의 친구에게는 얘기할 수 있었으면서 말이다.

<레몬 케이크의 특별한 슬픔>을 다 읽고 가족이란 무엇인가 생각해본다.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이지만 정작, 아무것도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 없는 내 가족들. 레몬 케이크에 숨겨진 특별한 슬픔을 느끼듯 그들 속에 있는 감정을 알기 위해 나는 어떤 노력을 했을까. 영원히 내 곁에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너무 쉽게 생각했던 사람들이 언젠가 내가 눈 깜빡하는 순간 사라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떠올려본다. 존재가 사라지기 전에 잡아라. 이 책이 너무 아픈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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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이 처음 일어난 것은 어느 따뜻한 봄날 화요일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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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커트라인은 60점이면 충분하다
김태민 지음 / 멜라이트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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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는 저의 열 번째 직업입니다."

이 책을 구매하게 한 문장이다. 열 번째의 직업을 갖는다는 것도 내 기준으로 신기한데, 그게 변호사라니. 도대체 몇 살에 변호사가 된거야? 구매전 알라딘에 올라온 도서정보 속 지은이 소개를 보다 보니 궁금증이 더 증폭됐다.



식품전문변호사이기 전에, 보험설계사, 민간자격증 교육사업가이기도 하고 재무설계사가 되기 위해 공부하고 있고, 변리사, 세무사, 영양사, 한식조리사 등의 자격증을 가지고 있고 라이브홈쇼핑 상품안내자로 활동하기도 했고, 또 꽤 오랫동안 독서 모임에 참여하고 있고... 그러나 나를 가장 놀라게 한 건 이 모든 걸 다하고도 네 아이의 아빠라는 사실이다. 더군다나 나랑 나이가 같은???


아니, 이 사람은 하루 24시간이 아닌가? 하루 96시간이 주어지는 거 아니야?

막상 책을 보니 그 비밀을 알 수 있었다.


<인생 커트라인은 60점이면 충분하다>는 제목이 왜 나온 지 알 수 있겠다. 김태민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궁금한 게 많고 하고 싶은 게 많은 스타일의 사람. 그래서 당장은 용도가 없을지 몰라도 본인을 설레게 하는 게 있다면 주저 없이 도전했다. 물론 도전하기 전에 고려할 사항은 있었다. 무엇을 해도 지나치게 전력을 기울이지 않을 것, 그리고 시험을 봐야 한다면 커트라인이 60점만 넘어도 합격할 수 있을 것. 예를 들어 보험설계사 시험, 펀드투자권유대행인 시험, 변액보험판매관리사 시험, 한식조리사 필기시험 등이 그랬다.


내가 60점 커트라인 시험에만 도전하는 이유는 멈추지 않고 진행하기 위해서다.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걸음만 하는 것 같으면 금세 지치고 힘들어지고 짜증이 난다. 그러면 원래 그 일을 하고 싶었던 좋은 마음이 사라져버린다. 나는 인생에서도 마찬가지로 100점이 아닌 60점을 커트라인으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언제나 그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나는 김태민 변호사와 나이도 똑같고 심지어 MBTI도 똑같은데, 그와 달리 이직이란 걸 딱 1번밖에 못해봤을 정도로 도전이라는 것 자체가 없었다. 그도 나처럼 엄청나게 내성적인 사람인데, 왜 이렇게 다른 결과가 되었을까? 그의 말처럼 내가 매우 새로운 도전을 내가 넘볼 수 없는 거대한 파도로 여긴 건 아니었을까? 반드시 100점을 맞아야 한다는 지나친 압박감으로 시작도 하기 전에 스스로 날개에 무거운 추를 잔뜩 달아놓지 않았는가?


<인생 커트라인은 60점이면 충분하다>를 읽다 보면 정말 지금 나의 결정이 미래에 어떤 결정을 가져올는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는 묘미를 관찰할 수 있다. 서울대 식품공학과에 입학하고도, 중간에 때려치우고 이런저런 학교를 전전하다가 나이 37살에 부산에 있는 로스쿨에 입학하기까지 그 과정만 보면 분명 많은 사람이 걱정했겠지. "저 사람 도대체 나중에 뭐가 되려고? 저리도 방황하나..." 하지만 남들이 방황이라고 생각했던 그의 갈지자 행보가 결국 나중에 그에게 무엇을 선물했나? 국내 유일의, 식품을 전공하고 식약처 근무 경력이 있는 식품전문변호사라는 타이틀은 그냥 생긴 것이 아니다.


나도 뭔가를 하기엔 너무 늦은 나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그런 말 하지 말아야겠다. 너무 늦은 나이란 없다. 하고 싶은 게 있다는 것만으로 40점은 따고 들어가는 거니까 20점만 더 올려보자.


이탈리아 로마와 포지타노를 오가는 버스 안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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