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만 보면, 그저 독특한 소재의 소설이겠거니 생각할 수 있겠지만 실은 제목처럼이나 특별한 슬픔이 뚝뚝 떨어지는 작품이다.
겉으로만 보면, 세상에서 가장 평범한 가족 경연대회에서 1등을 할 것만 같은 로즈의 가족(변호사 아빠와 뒤늦게 목수 일을 시작한 엄마, 어린 시절부터 과학 영재였던 오빠와 평범한 소녀 그 자체의 로즈)이지만, 어느날 예고 없이 할머니에게 치매 증상이 생겨나듯 행복한 가족에게도 예상 밖의 일들이 스며든다.
생각해보면, 누구가 비밀이 있다. 나도, 와이프도, 어쩌면 나의 딸도 가족에게도 말하지 않을 뭔가가 있을 수 있다. 반드시 말해야 할 필요는 없다. 말하지 않아도 레몬 케이크는 레몬 케이크의 맛이 날 테니까. 굳이 따지고 들어 레몬 밑에 깔린 어둠의 심연을 들춰낼 필요는 없지 않은가.
로즈는 자신의 입을 도려내지 않는 한은 그것이 불가능했으니, 홍수처럼 쏟아지는 타인의 감정이 버거웠을 것이다. 하지만 왜 로즈는 정작 본인이 처한 현실을 솔직하게 가족에게 말하지 않았을까? 오빠의 친구에게는 얘기할 수 있었으면서 말이다.
<레몬 케이크의 특별한 슬픔>을 다 읽고 가족이란 무엇인가 생각해본다.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이지만 정작, 아무것도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 없는 내 가족들. 레몬 케이크에 숨겨진 특별한 슬픔을 느끼듯 그들 속에 있는 감정을 알기 위해 나는 어떤 노력을 했을까. 영원히 내 곁에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너무 쉽게 생각했던 사람들이 언젠가 내가 눈 깜빡하는 순간 사라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떠올려본다. 존재가 사라지기 전에 잡아라. 이 책이 너무 아픈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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