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쟁이는 있지만 왕따는 없는 학교

웨이싸이드 학교가 무너지고 있어 ㅣ 창비아동문고 245
루이스 새커 지음, 김영선 옮김, 김중석 그림 / 창비 / 2008년 10월

 <웨이싸이드 학교가 무너지고 있어>. 앞표지에 오렌지빛 나는 학교 안에 놀란 아이들과 쇠풍경을 흔드는 선생님이 보인다. 뒤표지엔 분홍빛으로 둘러싸인 배경에서 웃고 있는 한 아이를 소떼가 바라보고 있다. 동화적인 상상력으로 가득 찬 표지를 보고 기대를 하다가, 제목 때문에 사실은 썩 유쾌하지 않았다.

  학교가 무너진다고? 그런데 이 책 덕분에 요즘 전철 타는 시간이 아주 즐거워졌다. 몇 정류장을 가지 않더라도 무조건 책부터 펼친다. 그리곤 먼저 입을 꾹 다문다. 끼득끼득 자꾸만 나도 모르게 슬며시 웃음이 삐져나오기 때문이다. 몇 개의 이야기를 제외하고는….

   전편보다 더 재미있는 후편

웨이싸이드 학교에 익숙해졌기 때문일까? 그것만은 아닌 것 같다. ‘아이’ 하면 떠오르는 가장 순수하고 투명한 모습이 책장 가득히 흘러넘치기 때문이다. 물론 선생님도 마찬가지다. 짤막한 이야기들이 옴니버스 형식으로 이어진다. 차에서 내릴 때쯤이면 장편 동화 읽을 때 흐름 끊는 아쉬움이 아니라, 또 다른 아이의 다음 이야기를 여유 있게 기대하게 된다.

   상상력의 극치

이야기가 예상치 못한 기발한 방향으로 전개되다가 끝에는 허를 찌르는 반전이 많다. 기막히다! 그 웃음 터지면서도 자연스러운 결말에, 작가는 아이들을 어떻게 이리도 잘 알까? 놀라울 뿐이다.

   개구쟁이는 있지만 왕따는 없다.

전편 <웨이싸이드 학교 별난 아이들>에 나온 주인공들은 후편인 <웨이싸이드 학교가 무너지고 있어>에서 한층 성숙해졌다. 마음이 쑥쑥 커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감동스럽다. 영사기를 켤 때 검은 종이를 코 밑에 대야 할 만큼 웃음이 환한 아이, 생일에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선물을 받은 아이, 할아버지가 주신 금시계를 잃어버렸다가 다시 찾았을 때 아이의 예상치 못한 행동, 받아쓰기 시험 볼 때 주얼스 선생님 반 아이들이 단체로 한 행동들. 

웨이싸이드 학교는 과연 무너졌을까? 나는 왠지 지금쯤 웨이싸이드 학교 바로 옆에 제2의 웨이싸이드 학교가 더 지어지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