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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의 아이
츠지 히토나리 지음, 양윤옥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3년 3월
평점 :
절판
국내에서도 영화로 개봉을 해서 꽤 흥행을 했던 작품인
<냉정과 열정 사이>와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원작 소설
작가인 츠지 히토나리의 신작 장편 소설 [한밤중의 아이]
개인적으로는 영화 속 이미지보다는 소설에서 느껴지던
애틋한 힘이 더 기억에 남았기에, 저자의 신작이
이번에 출간되면서 더 기대가 될 수 박에 없었다.
한밤중의 아이 신작 일본 소설은 기존 로맨스 스토리가
아니라, 그림자에 가려진 어두운 뒷골목 문제를 엿볼 수 있는
일본 사회의 현실과 한 아이의 성장기를 다룬 내용이었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렌지는, 유흥가에서 일을 하고 있는
아빠와 엄마 밑에서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길거리에 그대로 방치되어서 자라고 있는 다섯 살배기였다.
게다가 무책임한 그의 부모는 렌지의 출생 신고도 하지
않아서 호적에 등록이 되어 있지 않았기에, 건강 보험 혜택도
받지 못하고 초등학교에 입학도 할 수 없는 처지였다.
어린 렌지가 늦은 밤에도 홀로 환락가 밤거리를
배회하면서 얻은 별명인 '한밤중의 아이'. 하지만
주변 상가들의 주민들과 유흥업소 호객행위를 하는
삐끼에게도 나카스 지역의 마스코트처럼 보살핌도 받는다.
정해진 거처 없이 부모에게 보살핌은 고사하고
폭행까지 당하기도 하지만, 무호적 아동이기에
정부의 관심이나 법으로 보호해 줄 수 있는 최소한의
방패막의 혜택도 받을 수 없는 유령과도 같은 신분이었다.
이 소설에서는 주인공 렌지 외에, 그 아이를 딱하게
여기고 직접 발로 뛰면서 보듬어 주고자 하는 젊은 순경
히비키의 시선과 교차하면서 이야기를 이어간다.
일본 소설 한밤중의 아이 스토리를 이어가다가 보면,
주인공이 태어나고 자란 나카스 지역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기에 일본 여행 사이트에서 검색을 해보았다.
후쿠오카시 하카타구 나카스 지역은 규슈 최대의
유흥가로 나카강 주변을 끼고 수많은 유흥 업체가
성업을 하고 있는 길쭉한 배 모양의 작은 섬이다.
특히 남측 지역에는 환락 시절이 밀집해 있어서
하루 24시간 북적거리는 곳이지만, 정작 상주하고
있는 실제 거주자는 7백 명이 채 안 된다고 한다.
한밤중의 아이 소설의 배경인 나카스 환락가의
어둡고 은밀한 밤의 습한 모습이 이어지고 있지만,
또 일본의 전통 풍속 중에 가장 인상 깊은 행사인
하카타 기온 야마카사 축제가 소설의 큰 중심을
차지하면서 어린 렌지에게 한 가닥 꿈을 갖게 해주었다.
개인적으로는 야마카사 행사가 어떤 의미인지는
제대로 이해는 못 했지만, 거의 벗은 듯이 민망한 옷차림의
남정네들이 으쌰~ 으쌰~ 하면서 가마를 끄는 모습의
사진은 종종 보았기에 꽤 큰 축제의 장으로는 알고 있었다.

주인공 어린아이가 성장하면서까지 가슴속에 동경을
하고 있는 전통 지역 축제인 야마카사는,
후쿠오카 하카타시에서 매년 7월마다 열리는 행사로
일본 중요 무형 민속 문화재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역병 구제를 위해서 절에서 '세가키다나'라는 가마를
타고서 감로수를 뿌리며 하카타 시내를 돌았던 것이
그 유래라고 하는데, 여성의 참여는 금지되어 있고
남자들이 가마를 매고 시내를 돌고 질주하는 마츠리이다.
행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크고 무거운 신여 가마를
수십 명의 남성들이 어깨에 들고 매고 협력해서 이동을
해야 하기에, 어쩌면 외톨이처럼 버려진 주인공에게는
더없이 가지고 싶은 깊은 유대감이 아니었을까 싶다.
한밤중의 아이 소설의 첫 시작은 2016년 8월
나카스 파출소로 다시 발령을 받고 9년 만에 돌아온
미야다이 히비키 경찰의 이야기로 시작을 한다. 젊은 20대
시절 처음 부임 받았던 이곳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었던
어린아이에 대한 기억을 하나씩 찾아보게 된다.
이야기의 현재 시점은 2016년으로 이어지지만, 과거
2005년 11월부터 시간대별로 어린 무호적 아동의
안타까운 현실의 모습을 쫓아가면서 진행되었다.
렌지는 클럽에서 일하는 엄마 아카네와 호스트로
밤일을 하는 아빠 마사카즈의 아이로, 이곳 나카스에서
태어나고 자라면서 한밤중에 술에 취해 흥청거리는
환락가 거리를 쪼르르 뛰어다니는 유명 인사였다.
우연히 렌지를 만나게 된 히비키는 정성을 다해서
초등학교 입학과 초적을 살려주기 위한 노력을
다해보았지만, 정작 부모가 방관하고 있고 전혀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자 하는 의지가 없었기에
제3자로는 어쩔 수 없는 한계의 벽에 부딪혔다.
간혹 요즘 우리 뉴스나 보도에도 보면, 자신의 아이들도
학대하고 사람으로서는 감히 상상도 못할 범죄를 저지르는
그들은 인간의 탈을 쓰고 있는 짐승이 아닌가 싶다.
짐승도 자신의 새끼는 아끼고 보살피지 않을까 싶은데
부모의 입장에서 아이들이 학대를 받고 있는
그런 안타까운 사실을 접한다면, 나조차도 발 벗고
나서서 도움을 주고 싶은 생각이 들 것만 같았다.
한밤중의 아이 렌지는 그렇게 부모에게는 외면당하고
있었지만, 나카스 지역의 유명 인사로 어두운 밤거리에서도
따뜻한 마음을 가진 선한 이웃들의 친절한 보살핌으로
오히려 더욱 선한 천사와 같은 아이로 성장하고 있었다.
학교에 다니며 친구들과 평범하게 지내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도 해보지만, 이내 '그곳은 나의 세상이
아니다!'라면서 자연스레 포기를 하고 등을 돌리는
어린아이의 마음은 상상만으로도 너무 애처로웠다.
우연히 만나게 된 동년배 소녀 역시 이곳에서
룸살롱을 하는 싱글맘의 아이로 렌지와 처음부터
마음이 통해서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동남아에서 일본으로 건너와 삐끼 생활을 하고
있는 이시마, 작은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야스코,
지역 유지로 야마카사 축제의 신여 운용부터 행사를
관장하고 있는 원로 다카하시 회장, 속세에 미련을 두지 않고
텐트 생활을 하면서 낚시를 하며 시간을 보내는 켄타 등.
렌지 주변의 선한 인물들이 부모에게서는 배울 수 없던
따뜻한 온정과 좋은 영향을 미치면서, 안타까웠던
암울한 상황 속에서도 흥겹고 유쾌한 일상의 세상을
아이의 눈 높이에서 생각보다 가볍게 풀어냈다.
깜빡 잊고 있었던 히사나의 여권을 렌지는
서둘러 만들었다. 국민 번호는 렌지가
좋아하는 숫자를 모조리 담았다.
"너의 국민 번호는 777123000이야."
히사나는 천진하게 기뻐하며 고마워.라고 말했다.
"나카스국의 명예시민으로 임명합니다."
_P. 137
세상에는 그렇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이 있기에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라고,
저자는 가장 어두운 도심의 환락가에서 태어나고
자란 한 어린아이의 성장기를 통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시간을 뛰어넘듯이 다시 찾아온 나카강 주변에서
히비키는 어린아이가 학교를 다녔다면 평범하게
고등학생으로 훌쩍 커버렸을 모습에 한밤중의 아이를
찾아보았지만, 어디에도 등록되어 있지 않은 렌지는
그렇게 쉽게 눈에 띄지는 않았다. 하지만 사람의 인연은
어떻게든 이어지듯이 우연치 않게 얽히고설킨 운명의
고리처럼 서로에게 끌리듯이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세월이 흘러서 훌쩍 커버린 렌지의 일상과 과거의
악연의 연결고리와 따뜻한 손길이 교차하면서
결코 순탄치 않은 모습으로 주변 인물들과 이어지는데,
어찌 보면 지역 토박이로 태어나고 자란 그 아이는
여전히 신여를 힘차게 끄는 자신의 꿈을 꾸고 있었다.
조금은 낯선 일본 전통 축제의 모습이기는 했지만,
서일본 최대의 유흥가가 펼쳐져 있는 지역에서
음과 양이 어우러지는 색다른 풍경이었다.
화려한 불빛과 술과 향락에 흥청거리는 사람들
뒤에는, 업소 접대부와 호스티스들이 삶을 위해서
일을 하고 그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유흥업소에 노출이
되기에 과연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있을까?
소설의 이야기 이전에 뼈아픈 현실이 가슴 아팠다.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폭행을 당하고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했고 어느새 부쩍 커버렸지만,
여전히 그의 주변에는 내가 원하지 않았던 나쁜 일들과
유혹들이 손을 내미는 여러 사건들이 있었다.
어렸을 적부터 환락가의 밤을 누비던 한밤중의 아이
렌지를 처음에는 안타깝게 바라보았지만, 누구보다도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작은 섬마을을 사랑하면서
야마카사 축제에 당당하게 신여꾼으로 힘을 더하는
꿈을 꾸고 청년으로 커가는 그의 모습을 응원하게 되었다.
신을 맞이할 준비도 끝나고 마침내 하카타 기온
야마카사 신여가 움직인다. 찌무룩하게 두툼한 구름이
나카스 하늘을 채우고 있었다. 온갖 정령이 이곳에
집결해 신의 출발을 배웅하려 하고 있었다. 용맹한
야마카사 신여의 질주를 보기 위해 전국에서
관광객이 몰려들었다. 하지만 나카스의 장정들은
해마다 이 시기에 신여를 떠메는 것으로 영혼을
정화했다. 관광객에게는 축제지만 하카타 사람들에게
야마카사는 축제 놀이가 아닌 제사 의식인 것이다.
_P.343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