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년생 마리오 - 추억의 게임은 어떻게 세상물정의 공부가 되었나?
인문학협동조합 엮음 / 요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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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게임이 스포츠가 될 수 있다.", "게임으로 전세계 젊은이가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정신 나간 소리를 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정신 나간 소리를 믿었습니다.
- 전용준 게임캐스터

 

1981년 닌텐도의 상징 마리오가 태어났다. 게임은 사회악이자 머리를 굳게 만드는 병폐로 취급받던 시절이었다. (셧다운제나 최근 여러 규제를 보면 크게 달라진 것 같지는 않다.) 무서운 형들이 돈을 뺐는 오락실, 컵라면에 과자를 먹어치우며 '4:4 헌터 무한'을 다투던  PC, 야자를 도망치고 위닝을 하며 빨간 컨디션에 울고웃던 플스방. 다양한 공간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게임은 우리의 학창시절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이제는 스포츠로 수억 원의 돈을 벌고, 심지어 아시안게임 시범 종목으로 채택되어 공중파에서 게임 중계를 하는 시대다. <81년생 마리오>는 삼국지, 스타크래프트, 프린세스 메이커, 슈퍼마리오 등 명작들과 함께 한국 사회에 물들어 있는 다양한 문화를 재조명하는 책이다. 추억의 게임을 소재로 자본주의, 계급, 젠더, 사회현상을 돌이켜보는 시도는 게임 매니아인 나에게도 충분히 즐거고 신선한 시도였다. 내게도 게임은 분명 소소하지만 즐거운 추억들이 가득한 오랜 친구다. 

 

후후 불어 팩속 깊숙이 낀 먼지를 제거하고, 게임보이를 시작했다. 엄마의 잔소리를 피하려면 최대한 빠르게 슈퍼 마리오에게 버섯을 쥐어주며 쿠퍼를 무찔러야만 했다. 친구가 놀러오면 스트리트파이터의 블랑카로 전기를 쏘아대며 짜릿한 시간을 보냈다. 집안에 유일한 TV를 차지하고, 거실에서 널브러져 게임을 하는 건 만천하에 게으른 모습이라 눈치를 봐야만 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금기의 유혹과 정해진 시간에 끝판왕을 깨야 하는 제약은 내게 더욱 짜릿한 쾌감을 줬다. 요즘도 아버지는 나이가 서른이 넘어서 아직도 애들같이 게임이냐고 허허 웃으신다. 하지만 늘 그렇듯 내가 원하는 건 최대한 들어주려 노력하신다. 당신보다 항상 자식을 우선시했기 때문에, 게임보이도 마찬가지였다. 친구네 집에서 패드를 독차지한 얄미운 녀석때문에 서럽게 울던 어린 나를 보고 아버지는 나를 곧장 가까운 매장에 데려가셨다. 가장 좋아보이는 매끈한 콘솔과 몇몇 추천 팩을 사들고 의기양양하게 내 손을 잡고 집에 돌아오셨지만, 아마 엄마에게 등짝을 맞지 않으셨을까 싶다. 어린 시절이나 지금이나 늘 아버지는 나의 든든한 지원군이자, 남들보다 잘해주진 못해도 못해주진 않으려고 애쓰시는 분이다. 그래서인지 스마트폰에 깔린 맞고에 열중하시는 모습마저도 귀여우시다. 늘 남에게 베풀고, 민폐를 끼치지 말라고 당부하시는 아버지가 맞고에서나마 과감하고 호쾌하게 'GO!'를 내지르시는 모습은 흐뭇하다.
 

여동생은 종종 내가 게임을 하는 것을 '보는' 걸 재밌어했다. 모니터로 바둑알이 돌아다니는 CM(현재 Football Manager)을 제외하고는 제법 많은 게임을 즐겨봤다. 그리고 옆에서 TV를 보며 나의 조작 시술로 떨엊이는 캐릭터의 죽음을 아쉬워했다. 같이 하거나, 직접 해보라고 권해도 그냥 보는 게 더 재미있다고 자리를 지켰다. 돌이켜보면 2P 플레이가 가능한 크레이지 아케이드 정도는 같이 했던 기억이 난다. 부모님이 둘다 일하러 가시면 같이 집앞 장터에서 저렴하지만 푸짐한 곱창을 사들고 와서 맛있게 먹었다. 자전거를 타고 적당한 거리의 동양문고로 가서 책을 잔뜩 읽고는 꼭 가는 코스가 있었다. 건너편 맥도날드에서 300원 짜리 아이스크림, 더 달콤한 200원 짜리 자판기 우유를 뽑아 들고 함께 먹으며 초코 콘이란 신상에 놀라곤 했다. 그리고 둘이서 두팔을 걷어들고 집을 깨끗이 청소하고 뿌듯하게 칭찬을 기다리며 부모님을 맞이했다. 패드를 쥐고 있진 않았지만, 동생은 제법 오랜 시간 소소한 일상의 미션을 함께 깨나가고 있었다. 훌쩍 커버려 외국에서 일하고 있는 동생이 문득 그리운 날이다. 넷플릭스에 밀려 먼지가 쌓여가는 PS4를 켜고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요즘 게임을 즐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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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마음편한 인생선택 - 당신에게 일어날 수 있는 23가지 인생 선택과 결말
스즈키 노부유키 지음, 유가영 옮김 / 한샘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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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가장 잘 요약한 명언 중 하나로 꼽히는 말에는 '선택'이 등장한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사소한 선택부터 중대한 결정까지 끊임없이 내려야만 한다. 나 역시 갈팡질팡 선택의 순간에 깊이 고민하고 흔들리는 편이다. "오늘 저녁 메뉴를 뭘 먹을까? 오늘은 어떤 옷을 입고 출근할까?" 이런 소소한 고민부터 "언제 이사를 할까? 아이를 언제 낳아야할까?" 처럼 무거운 고뇌까지 이어진다. 그런 나에게 <알아두면 마음편한 인생선택>은 매우 흥미로운 책이었다. <이동진의 빨간책방>에 소개된 책치고 매우 가볍고 부담없는 마음으로 술술 읽어나갈 수 있었다. 중요한 선택을 앞두고 미리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명쾌하게 답을 주는 책은 아니다. 하지만 23가지 주제를 가지고 다양한 전문가들과의 대담을 통해 재미있게 풀어나가는 걸 엿볼 수는 있다.
 
여러가지 사례와 나름 논리적인 분석으로 복권, 지하철 자리잡기, 귀농 열풍, 주택 구매 등 다양한 사회 현상을 살펴보는 건 흥미로웠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개인주의와 집단주의가 혼재한 나라 일본의 사례라 공감되는 부분도 많았다. 몰개성적인 가정에서 태어난 특이한 이름의 아이가 학창시절을 힘들게 보낸다든가, 로또에 당첨된다고 인생이 드라마틱하게 바뀌지는 않는다는 식의 냉철한 분석은 신기하고 공감이 갔다. 딩크족, 귀농, 유학 등 제도권 밖의 선택을 내리는 파트도 많은 이들의 지지를 받았을 것 같다. 남들처럼 똑같이 공부하고, 취직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게 정상적이라고 은연중에 강요하는 일본 분위기에서 이런 책이 인기있는 건 분명 의미있는 일이다. 주변의 시선을 신경쓰지 말고 다른 사람의 선택과 결과를 참고삼아 본인이 원하는 결정을 내리면 되는 것이다. 물론 선택의 결과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본인의 몫이지만.
 
독립적인 주제가 나열되다보니 몇몇 에피소드(8시간 이상 잠을 자는 사람, 우두둑 목을 꺾는 사람)는 공감이 되지 않는 것도 있었다. 나는 출근을 안한다면 8시간 이상 푹 잘 수 있고, 피로가 쌓이지 않으면 우두둑 목을 꺾을 일도 없을 거란 걸 알기 때문이다. (유니클로 드리클로 PPL이 의심될 정도인) 와이셔츠 속에 무엇을 입어야할까란 난제는 매우 흥미로웠다. 유일하게 2편에 걸쳐 이어지고 독자들의 거센 항의에 피드백까지 내놓는 걸 보니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참고로 나는 1년 내내 반팔을 고집하는 누군가때문에 반팔을 극혐하지만, 이런 40도가 넘는 날씨에는 선택이 아닌 필수란 입장이다.) 인생을 통째로 뒤흔들 어마어마한 책은 아니지만 출퇴근 길에 지하철에서 가볍게 읽기 안성맞춤인 책이었다. 입구쪽에 기대어 서서 만원 지하철에서 불편하게 책을 읽다가 뜨끔해서 안쪽까지 들어가는 정도의 변화는 가져왔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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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민폐 좀 끼치고 살겠습니다 - 남 눈치 따위 보지 않고 나답게 사는 용기
고코로야 진노스케 지음, 박재영 옮김 / 걷는나무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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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진도를 따라가지 못해 팀원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것 같아서요."
<프로듀스48>에서 연습생들은 너나할 것 없이 눈물을 흘리는데유독 일본 연습생들은 '민폐'란 단어를 자주 언급한다본인이 분하다거나아쉬운 것도 있지만 함께 하는 조원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걸 자책하는 편이다. '메이와쿠'. 타인에게 민폐를 끼치는 것을 극도로 혐오하는 건 일본 특유의 문화다그만큼 동조심리가 강하고타인의 평가에 신경 쓰는 일본에서 역설적으로 '민폐좀 끼치고 살아도 된다는 책이 큰 인기를 끌었다남 눈치를 보지 말고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하자는 심리상담가 고코로야 진노스케는 당당하게 민폐를 끼치라고 외친다항상 모나지 않는 걸 미덕으로 삼고 꾹 참고버티며 억지로 분위기를 맞춰 살아가는 나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물론 <이제부터 민폐 좀 끼치고 살겠습니다>는 아예 처음 듣는 이야기도 아니고명쾌한 해답을 내주지는 않고 비슷한 이야기가 반복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울림이 컸던 이유는 부쩍 조직에서 힘들어서 스트레스로 괴로워하는 내 상황때문일 것이다.
 
인내가 인생을 망친다는 뼈를 때리는 저자의 메시지는 '민폐'를 새롭게 정의한다제멋대로 이기적으로 살라는 게 아니라 '좋아하는 일'은 눈치 보지 않고 하고, '싫어하는 일'은 조금 미움 받더라도 하지 않는 것이란다모두에게 착할 필요도 없고그렇게 노력한다고 해도 모두가 나를 좋아하는 건 불가능하다타인의 시선이 무서워서괜한 나쁜 평판이 두려워서 억지로 내 감정을 속일 필요는 없다누구보다 내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게다가 인생은 유한하고 언젠가는 끝이 나기 때문에 하루라도 자유롭게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배려심 넘치고 긍정적인 모습은 내가 사랑하고나를 사랑하는 소중한 사람에게만 하면 되는 거다오히려 부정적인 감정을 애써 억누르고불편하지 않다고 세뇌하다가는 정작 내게 소중한 사람들과 멀어질 수 있다물론 나도 수년간 살아온 스타일을 천지개벽할 정도로 바꾸기란 쉽지 않다하지만 적어도 꼴보기도 싫은 사람에게 억지로 웃지 않아도 괜찮고, 6시 땡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서면서 조금씩 달라지려고 애쓰고 있다그냥 무시하고 참아내면서 지내기에는 하루한달일년나아가 인생 전체에서 회사에서 있는 시간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민폐도 괜찮다에이스가 되어야한다는 압박감보다는 쌍놈이 되어도 괜찮다는 복세편살 마인드로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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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할머니 집 - 제10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장편 부문 대상 수상작, 2019 행복한 아침독서 추천도서, 2019 한책 하나 구미운동 올해의 책, 2018 공주시 한 도시 한 권 읽기 올해의 책, 2018 세종도서 문학나눔 웅진책마을 90
강경숙 지음, 이나래 그림 / 웅진주니어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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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걷고, 또 걷는다.

할머니집으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난해서 많은 일들이 펼쳐진다.

하지만 두 자매에게 머나먼 길은 역경이 아니라 추억으로 남는다.

뜨거운 여름날에 얼음이 살짝 언 수박이 아른거리는 소소한 여행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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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의 탄생 - 대한민국의 심장 도시는 어떻게 태어났는가?
한종수.강희용 지음 / 미지북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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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 you know Gangnam Style?" 김치, 박지성과 함께 외국인의 통과 의례같은 질문에서 강남스타일은 빠지지 않는다. 싸이의 B급 감성이 유튜브를 타고 수십억뷰를 기록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국뽕'에 차오른 한국사람들은 의기양양하게 강남스타일은 묻지만, 정작 스스로 '강남스타일'에 대해 설명하라고 한다면 과연 어떨까? 대한민국 심장도시 강남만큼 복잡한 사연과 수많은 감정이 뒤섞인 지역은 아마 전세계적으로도 유일할 것이다. 1963년 경기도 광주군과 시흥군에 속한 논밭은 경부고속도로 기공, 한강대교 건설, 정부 주도의 대규모 시설 이전 등으로 완벽한 현대 도시로 재탄생했다. 격동의 시기에 몇백원 하는 땅을 샀어야하는데 하는 아쉬운 에피소드는 매우 흔한 레파토리며, 강남특별시란 우스갯소리도 등장하는 강남은 서울, 나아가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희노애락이 담긴 공간이다.
 
<강남의 탄생>은 강남 개발의 신화를 도시계획 측면에서 차근차근 정리한 하나의 도감이다. 시대적 흐름에 따라, 그리고 랜드마크와 지역별로 다양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실려있어 그 어떤 소설보다 흥미로웠다. 사실 서울 사람이 아니라 다양한 한강다리에 대한 설명이 등장할 때면 지도를 얼핏얼핏 찾아봐야했지만, 내가 일하고 지나가본 공간이 나와 반갑고 흥미로웠다. 물론 그 속에 숨겨진 다양한 비화를 읽을수록 익숙했던 강남이란 곳이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다. 지금이라면 너무나 비합리적인고 심지어 비현실적인 이야기들도 그때 그시절엔 가능한 일이었다. 청와대에서 땅투기로 대선자금을 마련한다거나, 집값이 1천배가 넘게 올랐다거나, 대통령 한마디에 건물이 뚝딱뚝딱 말도 안되는 속도로 올림픽 개막전에 완공을 하거나. 분명 신화에 가까운 경제성장에서 명과 암은 존재하는데, 이러한 모든 게 응축된 곳이 바로 강남이다. 즉 강남은 정부가 이끌고, 시민이 따라가며 폭발적으로 성장한 곳이었다.
 
강남은 한국인에게 부러움의 대상이자 시샘의 대상이다. 모두가 그들이 지나친 특혜를 누리며 강남불패 집값 상승의 원흉이라 욕하지만, 살 기회가 주어진다면 마다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지금이야 많이 약해졌다지만, 기득권 세력이 잔뜩 모여 사는 강남이란 공간이 어쨌든 모근 개발 과정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믿음은 공공연하다. 실제 책에서 소개한 언론인, 정치인, 기업가 들의 짬짜미 사례를 보니 부의 재분배는 그저 서민의 꿈이며, 부의 되물림은 너무나도 당연한 수순이더라. 특히 정부는 강제로 학교를 옮기며 한국인의 '교육열'을 이용했고, 고속버스터미널에 강제로 시외버스를 정차시키며 '교통'의 편리성을 극대화했다. 아무런 보상없이 멀쩡한 학교를 죄다 옮기고, 시외버스를 타기 위해 더 불편하게 돌아가야하는 상황이 쉽게 납득이 되진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때는 '까라면 까는' 군부 독재 시절이었다. '부동산' '교육'으로 대표되는 한국인의 최애템을 주도하는 강남은 앞으로도 쉽사리 무너지지 않을 것 같다.
 
나는 회사(양재)와 학교(신촌)를 제외하면 서울과는 거리가 먼 경기도민이었다. 서울도 큰 맘 먹고 용산전자상가에서 게임CD를 사기 위해 중학생이 되어서야 처음 와봤다. 대학교 초년생 시절에도 꾸역꾸역 아침잠을 줄여가며 지하철 2호선 틈바구니에서 통학했다. 어디 산다고 이야기할 때 지하철 2호선 역이 아니면 어디가 어딘지 여전히 헷갈리고 감이 잘 오지 않지만, 어느덧 강남에 익숙해지고 있다. 수많은 인파가 몰려있고, 교통체증이 기본값인 곳에서는 도저히 살 수 없겠다며 '신포도를 앞에 둔 여우'처럼 지내고 있다. 어마어마한 강남 아파트 가격이 너무나 비현실적이라 마치 나는 일부러 한적한 경기도에 산다고 자위하면서 말이다. 강남은 여전히 화려하지만 정붙이기 힘든 곳이다. 회사에서 회식을 하고 토악질을 하거나, 혹시나 버스에 앉을 수 있을까 기웃거리는 경험만 가득해서 그런가보다. 그래도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중심이란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며, 더 많은 추억이 이 공간에서 생길 것이란 예감은 확실하다.
 
어쨌든 한국 근현대사를 이해하는데 '강남'이란 공간을 특정하고 풀어나가는 시도가 무척이나 재밌고,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읽을수록 '강남'이란 공간은 절대 무너지지 않겠다는 믿음이 생겨났다. 성수대교, 삼풍백화점 붕괴의 과정이 세월호 때와 너무나도 닮았기에 서울, 그리고 한국은 쉽게 바뀌지 않겠다고 느꼈다. 너무나도 강렬하고 아픈 기억이지만 너무나 쉽게 잊어버리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 고위 관계자는 애초에 먼저 위험을 감지하고 도망을 쳤고, 공정해야할 관공서는 흔쾌히 안전도를 보장했다. 제일 열받는 부분은 사상자에게 거짓말을 하며 분명 존재했던 생존의 기회를 앗아갔다는 점이다. 대형 참사의 가장 큰 아픔은 사망자, 부상자 수는 물론 국가 시스템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생겨났다는 점이다. 부디 40~50년이 흐른 뒤 강남의 탄생 속편이 나온다면, 조금 더 희망적이고 따뜻한 에피소드가 책에 많이 담겨 있길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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