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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민폐 좀 끼치고 살겠습니다 - 남 눈치 따위 보지 않고 나답게 사는 용기
고코로야 진노스케 지음, 박재영 옮김 / 걷는나무 / 2018년 7월
평점 :
품절
"제가 진도를 따라가지 못해 팀원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것 같아서요."
<프로듀스48>에서 연습생들은 너나할 것 없이 눈물을 흘리는데, 유독 일본 연습생들은 '민폐'란 단어를 자주 언급한다. 본인이 분하다거나, 아쉬운 것도 있지만 함께 하는 조원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걸 자책하는 편이다. '메이와쿠'. 타인에게 민폐를 끼치는 것을 극도로 혐오하는 건 일본 특유의 문화다. 그만큼 동조심리가 강하고, 타인의 평가에 신경 쓰는 일본에서 역설적으로 '민폐' 좀 끼치고 살아도 된다는 책이 큰 인기를 끌었다. 남 눈치를 보지 말고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하자는 심리상담가 고코로야 진노스케는 당당하게 민폐를 끼치라고 외친다. 항상 모나지 않는 걸 미덕으로 삼고 꾹 참고, 버티며 억지로 분위기를 맞춰 살아가는 나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물론 <이제부터 민폐 좀 끼치고 살겠습니다>는 아예 처음 듣는 이야기도 아니고, 명쾌한 해답을 내주지는 않고 비슷한 이야기가 반복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울림이 컸던 이유는 부쩍 조직에서 힘들어서 스트레스로 괴로워하는 내 상황때문일 것이다.
인내가 인생을 망친다는 뼈를 때리는 저자의 메시지는 '민폐'를 새롭게 정의한다. 제멋대로 이기적으로 살라는 게 아니라 '좋아하는 일'은 눈치 보지 않고 하고, '싫어하는 일'은 조금 미움 받더라도 하지 않는 것이란다. 모두에게 착할 필요도 없고, 그렇게 노력한다고 해도 모두가 나를 좋아하는 건 불가능하다. 타인의 시선이 무서워서, 괜한 나쁜 평판이 두려워서 억지로 내 감정을 속일 필요는 없다. 누구보다 내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생은 유한하고 언젠가는 끝이 나기 때문에 하루라도 자유롭게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 배려심 넘치고 긍정적인 모습은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는 소중한 사람에게만 하면 되는 거다. 오히려 부정적인 감정을 애써 억누르고, 불편하지 않다고 세뇌하다가는 정작 내게 소중한 사람들과 멀어질 수 있다. 물론 나도 수년간 살아온 스타일을 천지개벽할 정도로 바꾸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적어도 꼴보기도 싫은 사람에게 억지로 웃지 않아도 괜찮고, 6시 땡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서면서 조금씩 달라지려고 애쓰고 있다. 그냥 무시하고 참아내면서 지내기에는 하루, 한달, 일년, 나아가 인생 전체에서 회사에서 있는 시간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민폐도 괜찮다. 에이스가 되어야한다는 압박감보다는 쌍놈이 되어도 괜찮다는 복세편살 마인드로 살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