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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마음편한 인생선택 - 당신에게 일어날 수 있는 23가지 인생 선택과 결말
스즈키 노부유키 지음, 유가영 옮김 / 한샘 / 2017년 12월
평점 :
품절
인생을 가장 잘 요약한 명언 중 하나로 꼽히는 말에는 '선택'이 등장한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사소한 선택부터 중대한 결정까지 끊임없이 내려야만 한다. 나 역시 갈팡질팡 선택의 순간에 깊이 고민하고 흔들리는 편이다. "오늘 저녁 메뉴를 뭘 먹을까? 오늘은 어떤 옷을 입고 출근할까?" 이런 소소한 고민부터 "언제 이사를 할까? 아이를 언제 낳아야할까?" 처럼 무거운 고뇌까지 이어진다. 그런 나에게 <알아두면 마음편한 인생선택>은 매우 흥미로운 책이었다. <이동진의 빨간책방>에 소개된 책치고 매우 가볍고 부담없는 마음으로 술술 읽어나갈 수 있었다. 중요한 선택을 앞두고 미리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명쾌하게 답을 주는 책은 아니다. 하지만 23가지 주제를 가지고 다양한 전문가들과의 대담을 통해 재미있게 풀어나가는 걸 엿볼 수는 있다.
여러가지 사례와 나름 논리적인 분석으로 복권, 지하철 자리잡기, 귀농 열풍, 주택 구매 등 다양한 사회 현상을 살펴보는 건 흥미로웠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개인주의와 집단주의가 혼재한 나라 일본의 사례라 공감되는 부분도 많았다. 몰개성적인 가정에서 태어난 특이한 이름의 아이가 학창시절을 힘들게 보낸다든가, 로또에 당첨된다고 인생이 드라마틱하게 바뀌지는 않는다는 식의 냉철한 분석은 신기하고 공감이 갔다. 딩크족, 귀농, 유학 등 제도권 밖의 선택을 내리는 파트도 많은 이들의 지지를 받았을 것 같다. 남들처럼 똑같이 공부하고, 취직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게 정상적이라고 은연중에 강요하는 일본 분위기에서 이런 책이 인기있는 건 분명 의미있는 일이다. 주변의 시선을 신경쓰지 말고 다른 사람의 선택과 결과를 참고삼아 본인이 원하는 결정을 내리면 되는 것이다. 물론 선택의 결과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본인의 몫이지만.
독립적인 주제가 나열되다보니 몇몇 에피소드(8시간 이상 잠을 자는 사람, 우두둑 목을 꺾는 사람)는 공감이 되지 않는 것도 있었다. 나는 출근을 안한다면 8시간 이상 푹 잘 수 있고, 피로가 쌓이지 않으면 우두둑 목을 꺾을 일도 없을 거란 걸 알기 때문이다. (유니클로 드리클로 PPL이 의심될 정도인) 와이셔츠 속에 무엇을 입어야할까란 난제는 매우 흥미로웠다. 유일하게 2편에 걸쳐 이어지고 독자들의 거센 항의에 피드백까지 내놓는 걸 보니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참고로 나는 1년 내내 반팔을 고집하는 누군가때문에 반팔을 극혐하지만, 이런 40도가 넘는 날씨에는 선택이 아닌 필수란 입장이다.) 인생을 통째로 뒤흔들 어마어마한 책은 아니지만 출퇴근 길에 지하철에서 가볍게 읽기 안성맞춤인 책이었다. 입구쪽에 기대어 서서 만원 지하철에서 불편하게 책을 읽다가 뜨끔해서 안쪽까지 들어가는 정도의 변화는 가져왔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