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여름휴가
안녕달 글.그림 / 창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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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바다를 나누고 싶은
따뜻한 너의 마음이
예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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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스 할아버지가 아픈 날 - 2011년 칼데콧 메달 수상작
필립 C. 스테드 지음, 에린 E. 스테드 그림, 유병수 옮김 / 별천지(열린책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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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따뜻한 배려를 하려면
먼저
상대를 잘 알고 있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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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운
김애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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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소설집에는 어딘가로 이동 중이거나 여전히 도착하지 못한 인물이 많고 외국, 공항이 배경인 작품들도 나와서 어울리겠다 싶었다. 구름이 떠가는 비행운(飛行雲)’이거나 타고난 행운을 얻지 못했다는 비행운(非幸運)’의 뜻이다.”"
 
세 번째 단편집만에 벌써 대한민국에서 가장 뜨거운 작가로 떠오른 김애란. 그녀의 글은 언제나 그렇듯 재밌고 발랄하면서 한편으론 씁쓸하다. '웃기다' '슬프다'의 조각을 한데 모은 신조어 '웃프다'의 감정을 가장 잘 드러내는 작가다. 그리고 그러한 아이러니한 감정은 다름 아닌 안녕하지 못한 21세기 우리 세대를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 중 하나일 것이다. 막막한 존재들의 고립감과 갑갑함을 드러내는 글 속에는 묘하게 강렬한 페이소스가 존재한다. 그들은 항공기가 머나먼 곳으로 떠나며 흘린듯 남긴 가늘고 긴 비행운 같은 존재이자, 행운이 따르지 않아 번번이 실패하는 변두리 인생이기 때문이다. 지난 소설에서 자취방, 고시원, 편의점을 전전하는 20대에 주목했다면 이번에는 연령대와 활동 범위의 깊이와 넓이가 동시에 확장되었다. 물론 그들을 막연하게 동정하거나, 혹은 도와줘야한다는 시선으로 오만하게 바라보지 않아서 불편함이 없다. 그런 시선 자체가 그들에겐 상처가 될 수 있기에 그저 안부를 묻는 정도의 거리가 가장 적당하다. 물론 그 속에서 피어나는 강력한 유머감각, 건강함,활력을 터뜨리는 게 김애란 작가의 가장 큰 매력이다. 잘 지내라는 말조차 버거운 현실에서 김애란 작가는 최소한의 위로와 최대한의 공감을 건넨다. 마치 <서른>의 마지막 문장처럼.
 
"잘 지내요, 언니. 언니가 정말 잘 지내주었으면 좋겠어요. 기회가 된다면... 만일 그럴 수 있다면, 또 쓸게요, 언니." - <서른> 
 
저렴한 전세를 찾다가 재개발 지역에서 기어 나오는 무수한 벌레의 침입에 결국 결혼반지를 잃어버리고 양수까지 터진 임산부(<벌레들>), 모두에게 외면받다가 처음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여인을 만났지만 병으로 조선족 아내를 떠나보낸 슬픈 택시 운전사(<그곳에 밤 여기에 노래>, 거대한 공항, 가장 사람이 많이 지나다니는 화장실에서 마치 없는 사람처럼 취급받는 청소노동자(<하루의 축>), 다단계 회사에 들어가 결국 모든 지인을 잃고 가르치던 학생의 자살 시도를 알게 된 여성(<서른>). 다른 단편에 등장하는 주인공도 결코 다르지 않다. 조금 더 나은 수준이래봤자, 채무자에서 조금 더 나은 채무자가 되어 네일아트를 처음 받아보는 회사원(<큐티클>), 어렵사리 해외 여행을 떠났지만 결국 친구와 다투며 울음을 터뜨리는 사람(<호텔 니약 따>, 혹은 가장 극단적인 상황도 있다. 홍수 피해에 빠져 가족을 잃고 지옥같은 공간에서 부유하는 이(<물속 골리앗>)까지 등장한다. 하나같이 막막하고 무척 답답한 상황에 처한 이들이다. 하지만 이들에게 막연히 "아프니깐 청춘이다", "긍정의 힘"따위를 전파하기 보다는 그저 공감하고 또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소설의 몫은 다한 것이다.
 
"저는 지난 10년간 여섯 번의 이사를 하고, 열 몇 개의 아르바이트를 하고, 두어 명의 남자를 만났어요. 다만 그랬을 뿐인데. 정말 그게 다인데. 이렇게 청춘이 가버린 것 같아 당황하고 있어요. 그동안 나는 뭐가 변했을까. 그저 좀 씀씀이가 커지고, 사람을 믿지 못하고, 물건 보는 눈만 높아진, 시시한 어른이 돼버린 건 아닌가 불안하기도 하고요. 이십대에는 내가 뭘 하든 그게 다 과정인 것 같았는데, 이제는 모든 게 결과일 따름인 듯해 초조하네요. 언니는 나보다 다섯 살이나 많으니까 제가 겪은 모든 일을 거쳐갔겠죠? 어떤 건 극복도 했을까요? 때로는 추억이 되는 것도 있을까요? 세상에 아무것도 아닌 것은 없는데. 다른 친구들은 무언가 됐거나 되고 있는 중인 것 같은데. 저 혼자만 이도 저도 아닌 채,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 불안해져요. 아니, 어쩌면 이미 아무것도 아닌 것보다 더 나쁜 것이 되어 있는지도 모르고요." - <서른> 
 
고독과 쓸쓸함이 묘하게 공감이 갔던 <하루의 축>, 영화의 한 장면처럼 캐릭터의 퀘퀘묵음이 떠오르던 <그곳에 밤 여기에 노래>도 인상적이었지만, 가장 좋았던 작품은 <서른>이다. 가족 Y의 일기에서 시작했다는 <서른>. 그녀의 언니가 느꼈던 감정의 다발에서 시작된 소설은 결국 지독하게 현실적인 민낯으로 거듭났다. 개인적으로 내년이면 서른을 맞이하는터라 더욱 애착을 갖고 글을 읽어 나갔다. 첫사랑의 권유로 다단계 회사에 들어가고, 사랑하는 제자를 대신 집어넣으며 개미지옥에서 빠져 나온 그녀. 이사, 아르바이트, 연애, 남들 다 하는 별 거 아닌 것들을 통과의례처럼 지나온 그녀는 어디서부터 잘못 되었는지 모르겠으나, 돌아보니 추억이 아닌 헛된 결과만 남아있다. 다가올 날들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언젠가부터 불안과 비관으로 가득한 시점이 아마 서른 즈음인 것 같다.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비어가는 내 가슴 속엔 더 아무 것도 찾을 수 없네." 싱그러운 청춘이 지나고 지독한 현실에 마주하고 자기객관화를 펼쳐야하는 서른. 미성년자의 보호막도, 대학생이란 지위가 주는 변명거리도 더 이상 없는 맨몸의 존재. 나 역시 그리 특별하지 않은 길을 묵묵히 따라 걷다 보니 조금은 안정적인 위치에 서있더라. 물론 내가 꿈꾸던 엄청난 존재는 되지 못했다. 아니 애초에 되지 못할 운명일지도 모른다. 10대 때는 대학생이 되면 유창한 외국어로 대학생들과 정치, 경제, 문화를 주제로 열띤 토론을 펼치는 글로벌 인재가 될줄 알았다. 20대엔 회사에 들어가면 넥타이를 고쳐 메고 '대외비' 프로젝트를 놓고 경쟁PT를 할 줄 알았다. 하지만 환상이 깨지는 건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피곤에 쩔어 화장실 칸에 들어가 쪽잠을 자고,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생명연장을 위한 아이스커피를 쪽쪽 빨며 몰래 웹서핑을 하고 있다. '이도 저도 아닌' 부유하는 존재. 하지만 적어도 하루하루 닥쳐오는 변화무쌍한 일들을 부지런히 해치우다 보면 어느샌가 자라있는 나를 볼 수 있겠지.
 
"너는 자라 내가 되겠지겨우 내가 되겠지"
 
겨우 내가 되더라도, 나를 바라보며 한걸음 한걸음 커가는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다. 모두에게 최고일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내가 사랑하는 이에게만큼은 미래의 희망이자 목표가 되었으면 좋겠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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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자로 시대를 쓰다
전우용 지음 / 휴먼큐브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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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의 특성상 140자가 전부다. 짧은 분량으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명료한 글쓰기란 무척 어렵다. 더군다나 요즘 네티즌은 히트친 예능 동영상도 15초안에 빠르게 보고 웃고 넘긴다. 이런 상황에서 구닥다리 취급받는 글이란 소재는 '휘발성' 강한 인터넷에서는 더욱 공감을 얻기 힘들다. 하지만 '역사'와 동떨어진 21세기에 '역사학자'의 글이 수만 번씩이나 리트윗 되었다. 짧지만 본질을 꿰뚫는 날카로운 비판, 대통령이나 높은 사람들의 부조리를 시원하게 꼬집는 비유를 보면 그 원동력을 알 수 있다. 역사학자 전우용은 트위터를 통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을 넘나들며 '헬조선'이란 웃지 못할 세상의 사람들에게 위안과 경고를 동시에 전하고 있다. 그런 그의 글들을 모은 책 역시 짧은 호흡으로 곁에 두고 생각날 때마다 읽기 좋았다. 꼭 피로에 쩔어 지하철을 타거나, 침대에 눕기 전 심심해서 방안을  맴돌 때면 이 책이 곁에 있었다.

"온고지신(溫故知新), 옛것을 익히고 그것을 미루어서 새것을 앎."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신기하게도 수십, 수백년이 흘러도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오히려 더 최악의 선택을 해왔다. 특히 세월호 사건, 국정원 사찰 같은 어마어마한 사건사고는 물론 갑질 논란, 취업난 같이 내 삶과 당장 연관된 일들도 엉망진창이다. 돈이 계급을 나누는 매우 편리한 수단으로 변질되었다. 피고름을 쥐어짜는 경쟁 사회에서 더 잘하기 보다는, 남보다만 덜 못하면 되는 구조도 체계화되었다. 무엇보다 슬프고 충격적인 세월호 사고는 이후 대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더 비이성적이고 잔인한 국면이다. "자식 잃은 부모를 뜻하는 말은 없다"처럼 그들에게 '인간답지 않은' 논리를 칼처럼 들이대는 '인간답지 않은' 인간이 너무 많다.

책을 읽다 보면 화가 차오르기 보다는 너무 허탈하고 어이가 없어서 실소가 나는 경우가 많았다. 너무나 비정상적인 사태들이 정상인 것처럼 멀쩡히 행해지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전우용 역사학자는 조선시대나 일제강점기 같은 과거의 사례와 비교를 하곤 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진보했다고 믿었던 21세기 오늘날 사건사고가 더욱 처참하다. 1993년 후진국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이라 칭했던 서해훼리호. 그로부터 무려 11년이 흐른 2014년에 일어난 세월호 사고는 한국이 퇴보 중이라는 증거다. 이럴 때일수록 거듭 나오는 '악의 평범성'을 명심해야한다. 아무런 문제 의식 없이, 생각을 하지 않고 시키는 대로 한다면 결코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인간이 천사는 아니더라도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항상 생각하고 또 기억해야 한다. '정의'로운 사회를 살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스스로 '정의'로운 개인이 되어 보탬이 되어야만 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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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쿠스틱 라이프 7 어쿠스틱 라이프 7
난다 글 그림 / 애니북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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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인 연애 조언에 통달하고, 남편의 취향을 알아가는 재미를 아는 난다.
디아블로 구매를 위해 비를 쫄딱 맞으며 덕후를 나무라는 덕후 한군.

두 사람의 생활툰 <어쿠스틱 라이프 7>은 사실상 둘만의 결혼 생활 끝자락 이야기다. 아기가 갖고 싶은지, 아닌지 갈팡질팡 하는 와중에 아이가 생겼기 때문이다. 알콩달콩보다는 꽁냥꽁냥이 더 어울리는 이 친구같은 커플은 본격적인 육아 준비 단계에 접어들었다. "기분이 매일 더러워요. 배가 부를수록 더러움의 강도는 높아지죠."란 임신부의 기분에서 알 수 있듯이, 결혼 생활의 새로운 국면이지만 난다와 한군의 에피소드들은 귀엽다. 무엇보다 난다가 한군을 많이 좋아한다는 걸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참 와닿더라.

"모든 관계에 적당히 치고 빠지는 애티티듀를 가지게 된 32세의 유부녀지만, 남편과의 거리 설정에 번번이 실패하고 만다. 가족도 모르는 내 밑바닥을 들여다본 남자에게 거리설정 같은 거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아무리 스스로 다짐을 해봐도 결국 감정을 폭발시키고 마는 어쩔 수 없는 여자."

상처받지 않기 위해 스스로 거리를 두는 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거리두기 자체가 상대를 속이거나, 아니면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도 아니고. 적당한 거리와 상대에 대한 존중은 피차 편하고 건강한 관계의 시작일 테니깐. 하지만 나의 모든 감정, 여과되지 않는 순수한 느낌 자체를 모두 공유할 사람이 부부라면 얼마나 좋을까. 세상에 태어나 어떤 상황과 관계 속에서도 언제나 내 편이 되어줄 사람에게는 모든 걸 털어놓을 수 있을 것 같다. 좋은 것은 물론 나쁜 것도 함께 나누며 그 자체로 힐링이 될 사람이라면 거리 설정 따윈 애초에 부질없는 일이다.

"하지만 나의 감정폭발은 너무 짧은 게 함정."

이게 바로 어쿠스틱 라이프의 재미 요소다. 남을 깎아내리거나, 아니면 두사람'만' 즐거운 러브스토리를 자랑하기 보다는 자기 스스로 기꺼이 웃음거리가 되는 개그는 웃음이 절로 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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