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자로 시대를 쓰다
전우용 지음 / 휴먼큐브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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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의 특성상 140자가 전부다. 짧은 분량으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명료한 글쓰기란 무척 어렵다. 더군다나 요즘 네티즌은 히트친 예능 동영상도 15초안에 빠르게 보고 웃고 넘긴다. 이런 상황에서 구닥다리 취급받는 글이란 소재는 '휘발성' 강한 인터넷에서는 더욱 공감을 얻기 힘들다. 하지만 '역사'와 동떨어진 21세기에 '역사학자'의 글이 수만 번씩이나 리트윗 되었다. 짧지만 본질을 꿰뚫는 날카로운 비판, 대통령이나 높은 사람들의 부조리를 시원하게 꼬집는 비유를 보면 그 원동력을 알 수 있다. 역사학자 전우용은 트위터를 통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을 넘나들며 '헬조선'이란 웃지 못할 세상의 사람들에게 위안과 경고를 동시에 전하고 있다. 그런 그의 글들을 모은 책 역시 짧은 호흡으로 곁에 두고 생각날 때마다 읽기 좋았다. 꼭 피로에 쩔어 지하철을 타거나, 침대에 눕기 전 심심해서 방안을  맴돌 때면 이 책이 곁에 있었다.

"온고지신(溫故知新), 옛것을 익히고 그것을 미루어서 새것을 앎."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신기하게도 수십, 수백년이 흘러도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오히려 더 최악의 선택을 해왔다. 특히 세월호 사건, 국정원 사찰 같은 어마어마한 사건사고는 물론 갑질 논란, 취업난 같이 내 삶과 당장 연관된 일들도 엉망진창이다. 돈이 계급을 나누는 매우 편리한 수단으로 변질되었다. 피고름을 쥐어짜는 경쟁 사회에서 더 잘하기 보다는, 남보다만 덜 못하면 되는 구조도 체계화되었다. 무엇보다 슬프고 충격적인 세월호 사고는 이후 대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더 비이성적이고 잔인한 국면이다. "자식 잃은 부모를 뜻하는 말은 없다"처럼 그들에게 '인간답지 않은' 논리를 칼처럼 들이대는 '인간답지 않은' 인간이 너무 많다.

책을 읽다 보면 화가 차오르기 보다는 너무 허탈하고 어이가 없어서 실소가 나는 경우가 많았다. 너무나 비정상적인 사태들이 정상인 것처럼 멀쩡히 행해지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전우용 역사학자는 조선시대나 일제강점기 같은 과거의 사례와 비교를 하곤 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진보했다고 믿었던 21세기 오늘날 사건사고가 더욱 처참하다. 1993년 후진국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이라 칭했던 서해훼리호. 그로부터 무려 11년이 흐른 2014년에 일어난 세월호 사고는 한국이 퇴보 중이라는 증거다. 이럴 때일수록 거듭 나오는 '악의 평범성'을 명심해야한다. 아무런 문제 의식 없이, 생각을 하지 않고 시키는 대로 한다면 결코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인간이 천사는 아니더라도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항상 생각하고 또 기억해야 한다. '정의'로운 사회를 살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스스로 '정의'로운 개인이 되어 보탬이 되어야만 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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