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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내며 살기엔 인생이 너무 짧다 - 내 안의 화를 다스리는 평정심의 철학
이진우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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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완벽주의를 추구했던 저였기에 소위 매사가 제 뜻대로 되어야 했었던 시절이 있었다. 업계에서 항상 자타고 공인하는 최고였으며, "최선을 다하는 최고가 되자" 라는 모토로 일하면서 직원들이 조금이라도 제 기준에 맞지 않거나 못 따라올 경우, 무조건 끌고 당겼었다. 인내력의 한계를 자주 느꼈고, 욕은 안했지만 소위 조근조근 밟았었고, 그래도 안되면 네, 뭐~ 그랬었다.

그렇게 5년, 10년이 지나 내 나이가 불혹을 넘어 지천명이 되었고, 시나브로 왜 옛분들이 이런 나이별 이칭을 사용했는지 몸소 알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이순이라는 나이와 그 뜻을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한 후, '내가 아까는 왜 그랬을까' 하는 후회의 시간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나 나름대로는 참고 참다가 지르고, 후회함이 반복되었었던 시절. 어느 순간, 내 스스로 자괴감이 들기 시작했다. 사람의 감정이란 것이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로 시작해서 화가 많다, 자기 통제가 안된다로 이어지게 되는 순간이 잦아짐을 느끼게 된 어느 날, 조용히 연차를 쓰고 소위 유명하다는 신경정신과를 방문해서 상담과 치료를 받았다.

그리고 확실히 깨닳았다.

나는 미친거였다. 미치지 않고서야 어찌 그런 광기를 보일 수 있었을까?

그렇게 5년, 이제는 음, 나름의 이유가 있는(?) 화를 내고 있는 사람을 보면 왜 화를 내는가가 아닌 그냥 그런가 보다 하는 경지에 이르게 된 지금, 화내며 살기엔 인생이 너무 짧다 라는 이 책의 제목은 너무나 선명하게 다가 왔다.

이 책은 완전히 나의 지난 날을 돌아 보는 듯 일상 속에서 흔히 느끼는 분노와 불만, 스트레스에 대한 인간 심리를 따뜻하고 현실적으로 풀어낸다. 우리가 사소한 일에도 쉽게 화를 내고 마음의 짐을 스스로 지는 이유를 세세하게 짚어주며, 분노가 삶과 관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통찰력 있게 보여준다.

특히 이 부분.

순간의 광기, 미치지 않고서야 화를 낼 수 없다.

내가 몸소 느꼈던 그 때의 그 감정, 그 모습을 여기 이 한 문장으로 완벽하게 표현하다니.

심장이 쿵쾅거리고, 손이 살짝 떨렸다. 단숨에 읽어 내려갔고, 새삼 복습하는 기분이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우리는 왜 작은 일에도 화를 내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에서 출발해서 일상에서 흔히 겪는 상황별 대응법과 마음을 다스리는 구체적 전략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특히 분노를 억지로 참거나 무조건 억제하는 대신, 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건강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제시한 점이 인상적이었는데 왜냐하면! 내가 신경정신과에서 받았던 상담 내용과 거의 일맥상통했기 때문이다.

자기계발서 작가들이 뭔가 지적하고 바꿔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나브로 저지르게 되는 실수라고 할 수 있는 지나치게 이론적이지 않고, 실제 사례와 경험을 곁들여 독자가 자연스럽게 공감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어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는 방법, 마음의 여유를 찾는 습관, 자신을 객관적으로 돌아보는 성찰 과정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어, 바로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다는 꽤 좋은 장점을 가지고 있는 책이다.

지난 5년 간 받아왔었던 의사선생님의 말씀과 여기 이 책에서 진단해주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상대방에게 내지르는 화는 결국 나와 우리를 해치는 감정'일 뿐이라는 점이다. 화가 순간적으로 내 속을 풀어주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렇게 반복되는 화를 통한 관계와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할 때 결국 최악의 패착인 것이다.

내가 선택했듯이 감정을 다스리고, 인정하고 풀어나감으로 해서 관계를 회복하는 길이야 말로 최고의 선택이 아닌가 하는 것을 이 책에서도 가르쳐 주고 있다.

화를 내는 사람 뿐 아니라 주변에 화가 많은 사람과 - 어쩔 수 없이 - 함께 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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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컬렉터스 - 한국의 수집가 17인
이은주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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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1977년 세계 사격 선수권 대회 기념 우표를 접하고 와 진짜 멋있다 라고 생각했던 40년 전의 기억이 새롭다. 그와 동시에 우연과 필연이 겹치면서 외삼촌이 챙겨 주신 사격 선수권 대회 기념주화를 매일 매일 꺼내 들며 만지막거리면서 시작했던 우표 수집과 기념주화 수집은 나에게 작은 것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그 속에서 스스로의 세계를 확장해 나갈 수 있었던 소중한 추억이자, 기쁨이었다.

지금도 가끔씩 행여 먼지는 묻지 않았는지 조심스레 우표와 주화를 꺼내 들며 하나하나 수집했던 그 시절의 추억을 떠 올리곤 하는 나에게 ‘컬렉터스’라는 단어는 단순한 취미를 넘어, 삶의 태도와 열정을 상징하는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감히 비할 바는 되지 못하지만 그래도 40년 가까이 수집활동을 해온 나라면 아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뻗은 책이 바로 이 중앙북스에서 출간한 <아트 컬렉터스> 로 수집의 세계를 예술이라는 큰 무대 위에서 탐구하고 고찰하며, 그 컬렉터스 분들의 생각과 정신,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가는 예술과 문화적 가치에 대해 깊이 있게 다룬 책이다.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아니 그냥 나 스스로 크게 만족했던 부분은 예술품을 소유하는 행위가 단순히 재산을 모으는 차원을 넘어선다는 것이었다. 나 역시 그동안 모아 둔 우표와 기념주화를 시세로 환산하면 1억 가까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단 한번도 팔고자 생각했던 적이 없다. 수천 수만장의 우표, 주화 하나하나에 구매하고 소중하게 여겼던 추억의 값은 그 이상, 아니 도저히 값을 매길 수 없기 때문이다.

겨우(?) 우표와 기념주화가 그럴진데 아트 컬렉터스 분들에게는 작품 하나하나에 담긴 작가의 예술혼과 시대의 숨결을 끼고 있을 뿐 아니라, 이를 수집하는 과정은 결국 자신만의 미적 세계를 구축하는 험난한 여정까지 포함되는 길이기에 절해 그럴 생각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저자는 예술에 진심인 17분의 아트 컬렉터들을 통해 예술과 인간의 관계를 조명하며, 컬렉팅이야말로 자기 표현이자 시대와의 대화임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특히 어린 시절의 나처럼 작은 수집품에도 애정을 쏟았던 사람이라면, 이 책 속 이야기에 더욱 깊은 공감을 느낄 수 있다. 단순히 유명한 컬렉터들의 화려한 소장품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어떻게 예술과 만나고, 어떤 철학과 가치관으로 예술 작품을 모으고 아끼고 이어가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결국에는 그럼 '나는 그동안, 그리고 지금은 어디서 무얼하는가?' 로 시작해서 ‘나만의 컬렉션은 무엇인가?’, ‘나는 무엇을 사랑하고 지켜내고 싶은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그것이 이 책을 읽고 몇 번이고 꺼내보게 만드는, 내 서가에 꽂아두고 소장하게 만드는 힘이 아닐까?

<아트 컬렉터스>는 예술과 문화에 관심 있는 사람뿐 아니라, 살아오면서 소중하게 지켜온 경험이 있는 모든 이들에게 묵직한 울림을 주는 책이다. 나에게 우표와 기념주화 컬렉션은 단순한 물건의 수집이 아니라 추억과 가치, 그리고 나를 형성하는 정체성의 한 부분이었다. 이 책을 통해 그 감각이 한층 확장되었고, 예술이라고 말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예술을 향유하는 새로운 시선을 얻을 수 있었다.

역사는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이다 라는 말이 있다. 여기에 소개된 아트 컬렉터들이 모은 작품도 작품이지만, 나에게 있어서의 우표와 기념주화 또한 나 개인의 역사를 반영하는 거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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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2천만 원으로 시작해 5년 만에 85개의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92년생입니다
깡대표(강규원) 지음 / 모티브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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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시에서 작은 디저트 카페를 인수하고 우왕좌왕 정신없이 보내고 있는 나에게 이 책은 뭐랄까? 한줄기 빛이였다 같은 식상한 표현까지는 아니고, 그래 오늘 하루도 힘내자! 라는 용기를 북돋아 주기에 충분했다. 이 말도 식상 ;;;.

직장 생활을 하면서 가장 크게 깨달았던 것 중에 하나가 오랜 경험이 반드시 최고의 장점은 아니라는 것이다.

얼마나 현장에서 시행착오를 거치고 깨달음을 얻었는가, 얼마나 변화에 빠르게 그리고 능동적으로 대처했는가, 그 누구와도 나와 다른 - 틀린이 아니다 - 생각에 대해 고민하고, 토론하고, 그의 생각을 다 들어보고, 비록 납득은 못했더라도 인정하고 따라가 본 후에 평가해 봤는가가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예기(禮記)에 교학상장(敎學相長) 이란 말을 가슴에 깊게 새겨두고 늘 실천하고자 노력했던 나였기에 매일 하루하루 1년차 직원에게서도 새롭고 놀라운 일들을 많이 배우고 느끼고 따라할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저자 깡대표님이 비교적 어린 나이인 92년생이란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현장에서 많이 부딪히고 실패하고 또 다시 일어났었는지와 같은 엄청난 도전 정신과 실행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우선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사람은 고쳐 쓰는 것이 아니다' 라는 말이 이 사람에게는 적용되지 않는구나 라는 평가 만큼 최고의 찬사가 있을까? 라고 생각하고 있던 나에게 일단 깡대표도 그런 찬사를 받을 만한 인물이다 라고 느꼈다는 점을 우선 말하고 싶다.

비교적 적은 자본과 어린 나이에 창업을 시작해 단기간에 85개의 프랜차이즈를 운영하게 된 과정은 단순한 성공담이 아니라, 철저한 전략과 치밀한 시장 분석, 끊임없는 자기계발과 실행이 맞물린 결과라는 점에서 이 책의 내용이 정말 현실적이면서도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운과 우연이 아닌 철저한 준비와 실행력, 끊임없는 학습과 전략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점을 새삼 느낄 수 있었고, 단순히 ‘많은 가맹점을 운영한 사람’이라는 수치 통계적인 성취를 넘어, 창업과 경영에 있어 필요한 삶의 철학과 실행력을 배우는 좋은 사례로서 이 책이 갖는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카페를 인수하고 모 포털에 업체 등록을 하는 순간, 하루에 20 여 통의 온라인 마케팅 업체로부터 광고 홍보 전화를 받아 보았을 정도로 여기 저기 난무하는 온갖 마케팅 프로모션에 질려버리게 되는데 이 책에서는 저자가 직접 해보았던 실례를 들어서 설명을 해주고 있어서 그 내용을 내 기준으로 살짝 비틀어서 적용해 보면 아하~ 그렇구나! 라면서 쏠쏠한 재미도 느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커머스에 종사했던 사람으로서 깡대표가 설명하는 마케팅 도구, 예를 들어 네이버 자동완성 키워드에 대한 내용을 보면 깡대표 스스로 얼마나 많은 고민과 실행을 거쳐 이만큼 높은 이해도를 가지고 있을까 싶었다.

결론적으로 나도 잘은 모르지만, 실제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현실적인 조언과 경고, 영감을 동시에 주는 책이라 진심으로 추천하고 싶다.

그래도 긴가민가 하다면, 이책의 에필로그 생각만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한 꼭지만이라도 읽어보자.

아니면 출 퇴근 시간에 깡대표 유튜브라도 한번 시청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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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콜의 어반 스케치 여행 - 여행 노트를 채우는 30가지 아이디어 카콜의 어반 스케치
카콜 지음 / EJONG(이종문화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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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전자책이 아닌 샤라락 넘기는 종이책의 감촉을, 그렇게 글자 하나하나를 쫓아가는 독서를 좋아합니다.

그러다 보니 사진보다는 그림을 좋아하고, 카톡보다는 통화를, 채팅보다는 만년필로 사각사각 쓰는 편지를 좋아하는, 완전 구시대 아니, 아날로그 감성파지요.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와, 이건 완전 내 취향이잖아 싶었습니다.

<카콜의 어반 스케치 여행>은 도시의 일상과 풍경을 섬세한 시선과 따뜻한 감성으로 담아낸 어반 스케치 기록서입니다. 단순한 여행기나 그림 모음이 아닌, 저자 카콜(필명)의 발걸음 하나하나에 녹아든 도시의 표정과 사람들의 삶의 결이 섬세하게 펼쳐집니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그림으로 보는 여행’이라는 점입니다. 사진보다 느리고, 글보다 깊은 드로잉은 여행지의 순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줍니다. 건물의 형태와 거리의 구도, 바쁜 도시의 풍경 속에서도 저자는 자신만의 색감과 시선을 잃지 않고, 따뜻한 붓터치로 각 도시의 분위기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마치 그 장소를 직접 걷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몰입감이 뛰어납니다.


또한 저자는 그림뿐 아니라, 짧지만 인상적인 문장들로 그 장소에서 느꼈던 감정과 생각들을 나누고 있습니다. 스케치와 글이 어우러지며 여행의 감동이 시각적 즐거움을 넘어, 사유와 성찰의 깊이로 확장됩니다. 특히 유명 관광지가 아닌 일상의 거리나 조용한 골목을 소재로 한 점이 더욱 인상적입니다. 그 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지나치는 도시의 진짜 얼굴을 보여주며,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지를 일깨워 줍니다.

<카콜의 어반 스케치 여행>은 단순히 미술이나 여행에 관심 있는 독자뿐 아니라, 바쁜 일상 속에서 작은 쉼표를 찾고 싶은 모든 이에게 따뜻한 위로와 영감을 전하는 책입니다. 도시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배우고 싶거나, 직접 어반 스케치를 시작해 보고 싶은 이들에게도 훌륭한 안내서가 될 것입니다.

천천히 책장을 넘기며, 그려진 도시를 따라 나만의 여행을 떠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감성 가득한 여행 동반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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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술 안내서 - 초보 드링커를 위한
김성욱 지음 / 성안당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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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김성욱 작가의 《세상 모든 술 안내서》는 말 그대로 ‘지구상의 거의 모든 술’에 대한 친절하고 체계적인 안내서다.

작가의 전작 《위스키 안내서》가 특정 주종(위스키)에 깊이 있게 몰입해 탐구하는 ‘전문서’에 가까웠다면, 이번 신작은 세계 각지의 술 문화를 개괄하고 비교하며 독자에게 넓고도 흥미로운 술의 지형도를 펼쳐 보이는 ‘교양서’에 가깝다.

두 책 모두 술에 대한 사랑과 존중을 담고 있지만, 접근 방식과 정보의 스펙트럼 면에서 큰 차이를 보여준다.

《위스키 안내서》는 위스키 입문자에게는 단연 훌륭한 첫 책이었다. 위스키의 역사, 제조 방식, 생산지, 브랜드, 테이스팅 노트 등 실용적이고 깊이 있는 정보가 한 권에 응축되어 있었다.

김성욱 작가는 방대한 자료조사와 직접 경험을 바탕으로 ‘위스키에 입문하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모르는 이들’에게 친절하게 손을 내밀었다. 책 전반에 흐르는 작가 특유의 차분한 문체와 주관적 평가를 자제한 정보 위주의 구성은, 독자가 스스로의 취향을 찾을 수 있게 돕는 장치로 기능했다.

반면 《세상 모든 술 안내서》는 범위가 훨씬 넓다. 위스키뿐 아니라 와인, 맥주, 사케, 전통주, 리큐르, 보드카, 데킬라, 럼 등 술이라는 세계의 거의 모든 영역을 포괄한다. 단순히 다양한 주종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각 술이 태어난 지역의 역사와 문화, 식생활, 기후 등의 맥락까지 녹여내어 술이라는 대상이 단순히 ‘음료’가 아닌 ‘문화적 상징’임을 일깨워 준다. 이런 점에서 《세상 모든 술 안내서》는 술을 매개로 세계를 여행하고 싶은 독자에게 최적화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위스키 다음으로 사케를 좋아하는 내게, 그리고 와인과 우리나라 전통주에도 살짝 관심이 있는 소위 술린이들에게 정말 백과사전과 같은 책이다. 게다가 작가가 직접 그린 일러스트는 정말 최고라고 밖에 할 말이 없다.


그리고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점.

단순한 술백과사전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담고 있는 내용이 아주 심오하다. 아, 그렇다고 읽기 어렵다는 뜻은 아니다,

한마디로 '술의 사회적 의미'에 대한 작가의 시선이다. 예를 들어 동유럽에서의 증류주 소비가 단순한 기호를 넘어 전쟁과 냉전의 역사, 자급자족 문화와 맞닿아 있음을 설명할 때, 술이 단지 ‘마시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삶을 반영하는 거울’이라는 사실을 절감하게 된다. 이는 《위스키 안내서》에서 다소 부족했던 문화사적 시선을 보완한 면으로 평가할 수 있다.

또한 도표와 일러스트, 지도를 활용한 시각적 구성도 전작보다 한층 강화되었다. 주종 간 비교 표, 생산지 지도, 원료 및 제조과정 일람표 등은 독자의 이해를 돕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특히 전통주 챕터에서 한국의 술이 세계 술의 맥락 속에서 어떻게 위치할 수 있는지를 설명한 부분은, 한국 독자로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던 지점이다.

다만, 정보량이 방대하다 보니 각 술에 대한 깊이는 다소 얕아질 수밖에 없다는 한계도 있다. 《위스키 안내서》에서는 한 술에 대한 세세한 테이스팅 노트와 브랜드별 특성이 일일이 언급되었지만, 《세상 모든 술 안내서》에서는 각 술에 대한 요점 정리식의 접근이 주를 이룬다.

이는 독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이다. 위스키나 와인처럼 특정 술에 집중하고 싶은 독자라면 아쉬움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다양한 술의 세계에 첫발을 디디고 싶은 독자라면, 이보다 나은 입문서는 없을 것이다.

같은 책을 읽고 있는 친구도 공감한 부분인데 작가의 서술 방식도 눈에 띄게 유연해졌다. 전작에서는 비교적 학구적이고 객관적인 태도가 중심이었다면, 이번 책에서는 작가 개인의 경험이나 소소한 에피소드가 자연스럽게 배치되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실제로 작가가 방문한 양조장 이야기, 지역 술에 얽힌 일화 등이 등장하면서, 마치 현지에서 술을 곁들여 이야기 나누는 듯한 생생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이처럼 정보성과 서사성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구성이, 이번 책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된다.

결론적으로, 《세상 모든 술 안내서》는 김성욱 작가의 필력과 연구력, 그리고 술에 대한 애정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또 하나의 성취라 할 수 있다.

《위스키 안내서》가 ‘깊이’ 있는 한 방이었다면, 《세상 모든 술 안내서》는 ‘넓이’에서 오는 감탄을 자아내는 책이다. 두 책은 성격이 다르지만 서로 보완적이며, 함께 읽을 때 술에 대한 입체적인 이해가 가능해진다. 술을 사랑하는 독자라면, 이 두 권의 책을 책장에 나란히 꽂아 두고 즐겨 펼쳐보게 될 것이다. 각자의 술 취향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김성욱 작가의 안내는 언제나 친절하고 신뢰할 수 있는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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